한국토지주택공사(LH) 혁신안 마련을 위한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토지주택공사를 3개의 회사로 쪼개는 정부의 혁신안을 놓고 더불어민주당이 반대의사를 보이면서 5월 안에 혁신안을 마련하겠다던 정부의 공언은 사실상 물건너갔다.
▲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오른쪽)이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정협의회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
토지주택공사 혁신안을 마련하더라도 이번 정부 임기가 1년 남짓밖에 남지 않아 사실상 이를 매듭짓기 어렵다는 시선도 나온다.
28일 국토부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관계자 등에 따르면 토지주택공사 혁신안 논의는 6월로 미뤄졌다.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한 의원실 관계자는 “정부가 내놓은 토지주택공사 혁신안을 두고 여당 의원들이 동의하지 못했다”며 “다음달 다시 논의하게 될 것으로 보이고 혁신안과 관련해 정해진 기한은 없어 언제 마무리가 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국토교통부와 더불어민주당 국토교통위원회 의원들은 27일 당정협의회를 열고 정부가 마련한 토지주택공사 혁신안을 두고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정부안은 가칭 ‘주거복지단’이라는 모회사를 새로 만들고 그 아래 자회사를 만들어 토지개발과 주택건설을 각각 맡기는 방안을 뼈대로 한다.
또 토지개발 후보지 조사업무는 국토부로 옮기고 그동안 토지주택공사가 맡아왔던 시설물 성능인증, 안전영향평가, 집단에너지 등의 업무는 폐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하지만 여당 의원들이 정부안을 두고 강하게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안으로는 관리부실과 정보독점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봤다.
모회사와 자회사로 쪼개는 방안을 두고 모회사가 자회사를 감독하는 방식이 될텐데 ‘제식구 감싸기’로 제대로 감독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나왔다. 토지주택공사를 감독하는 별도의 기구를 만들어 감시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모회사와 자회사로 쪼개면 각 회사의 사장, 이사진 등 임원 자리가 추가로 생길 수밖에 없어 이를 두고 ‘승진파티’를 하려는 것이냐는 질타도 쏟아졌다.
여당 의원들의 강한 반대가 나오면서 토지주택공사를 모회사와 자회사 등 3개 회사로 쪼개는 방안은 실현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이 나왔다.
국토부가 마련한 혁신안이 여당의 문턱조차 넘지 못하면서 이번 정부 임기 안에 토지주택공사 혁신안이 실현되기 어렵다는 시선도 나온다.
여권이 혁신안을 마련하더라도 토지주택공사는 한국토지주택공사법을 기반으로 설립된 만큼 법안 개정도 필요하다. 야권이 반대한다면 일방적으로 밀이붙이기가 쉽지 않다.
정부가 내놓은 토지주택공사 혁신안을 두고 지역사회의 불만도 더 커지고 있어 여권에 부담이 되고 있다.
진주의 지역사회는 진주에 상주하는 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이 빠져나가면 진주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토지주택공사의 분할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토지주택공사는 2015년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 이전정책에 따라 본사를 경상남도 진주시로 옮겼다. 2021년 1분기 기준으로 토지주택공사 전체 임직원 9907명 가운데 진주 본사에서 근무하는 임직원은 약 2800명으로 전체 인원의 28%가량에 이른다.
조규일 진주시장은 26일 입장문 내고 "공직자 부동산 투기 근절과 관련한 법적 보완책이 있지만 정부는 해체 수준의 개혁안을 발표했다"며 "인구 소멸 위기에 직면한 서부경남 미래 발전을 위해서라도 토지주택공사를 분리·해체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진주지역 대학교 학생들도 반발하고 있다. 공공기관들은 지방인재채용 의무화에 따라 채용인원의 30%를 이전한 지역의 출신 대학생들로 선발하고 있다.
진주지역으로 본사를 이전한 공기업 및 공공기관 12곳 가운데 토지주택공사의 규모가 가장 커 토지주택공사가 쪼개진다면 진주지역 학생들이 취업할 자리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진주지역 4개 대학 총학생회 회장단은 27일 진주시에 있는 토지주택공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중하게 틔워낸 희망의 싹을 짓밟는 토지주택공사 본사 분할을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들은 “혁신도시는 진주지역 대학생들에게 양질의 일자리가 넘쳐나는 보물섬과 같은 곳이다”며 “특히 토지주택공사를 비롯한 11개 이전공공기관은 안정적 미래를 보장해 주는 한줄기 빛과 같은 직장이다”고 덧붙였다.
국토교통위원회의 민주당 간사인 조응천 의원은 27일 당정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방향이 정해지지 않아 한 번 더 당정협의회를 하기 했다”며 “굳이 인위적으로 늦출 필요도 없지만 기왕 하는 거 충실하고 완벽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