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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C는 어떻게 에버랜드 2대주주가 됐나

김희정 기자 mercuryse@businesspost.co.kr 2014-06-03 18:5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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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CC는 어떻게 에버랜드 2대주주가 됐나  
▲ 정상영(왼쪽) KCC 명예회장과 장남 정몽진 KCC 대표이사 회장

KCC는 어떻게 삼성에버랜드 2대 주주가 됐을까?

삼성에버랜드가 3일 상장을 결정하면서 삼성에버랜드 주식 17%를 보유해 2대주주인 KCC가 최대 수혜자로 떠오르고 있다.

KCC는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막내 동생인 정상영 명예회장이 이끄는 기업이다. 범 현대가인 KCC가 어떻게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삼성에버랜드의 주식을 대거 보유하게 된 것일까?

◆ 삼성은 왜 에버랜드 주식을 KCC에 팔았을까

KCC가 삼성에버랜드 주식을 보유하게 된 계기는 2006년 12월 ‘금융산업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다. 이 개정안은 금융계열사가 비금융계열사의 주식을 5% 이상 보유한 경우 5년 이내에 처분하도록 했다. 삼성카드가 이 법안에 저촉됐다.

당시 삼성카드는 삼성에버랜드 지분 25.6%를 보유한 최대주주였다. 삼성카드→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의 순환출자 구조가 15년 동안 유지되고 있었다. 그런데 개정안이 통과되자 삼성카드는 삼성에버랜드의 지분 5%만 보유할 수 있었다. 나머지 20.6%의 지분을 5년 안에 팔아야 했다.

가장 쉬운 방법은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삼성의 비금융계열사나 삼성일가가 사들이는 방법이었다. 그러나 대외이미지가 발목을 잡았다. 삼성은 비자금 특검 당시인 2008년 경영쇄신안을 발표하면서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데 약 20조가 필요해 실현이 어렵다”며 “삼성카드가 보유한 삼성에버랜드 주식을 팔아 순환출자 문제를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삼성의 다른 계열사가 사들이면 순환출자를 해소하겠다는 약속이 거짓이 된다. 이에 따라 삼성은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받아줄 제 3자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법에 따라 지분을 팔아야 하는 기한은 2012년 4월이었다. 삼성은 2011년 하반기부터 삼성에버랜드 지분처리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다양한 대상을 물색한 끝에 KCC를 낙점했다. 삼성카드는 2011년 12월 에버랜드 지분 17%를 7780억 원, 주당 182만원에 KCC에 팔았다.

삼성카드는 당시 “국부펀드, 사모펀드 등 여러 투자자가 에버랜드 지분 인수를 희망했으나 KCC가 최적의 조건을 제시했다”고 발표했다.

삼성카드가 KCC와 접촉한 막후에 골드만삭스와 JP모간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골드만삭스는 삼성생명 상장 주관사를 맡는 등 삼성그룹과 오래 전부터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다. 에버랜드 지분 매각도 골드만삭스가 주관했다. 골드만삭스는 JP모간과 호흡이 잘 맞는 파트너 관계였고, JP모간은 KCC의 일을 주관한 적이 있었다. 즉 삼성-골드만삭스-JP모간-KCC의 관계로 이어진 것이다.

삼성카드는 법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팔았지만 너무 싸게 팔았다는 논란도 있었다. 에버랜드 지분을 주당 182만 원에 팔기 6달 전 삼성카드는 반기보고서에서 보유 중인 삼성에버랜드 주당 지분가치를 214만 원으로 평가했다. 그런데 KCC에 15% 할인된 가격으로 판 것이다. 때문에 삼성이 일단 에버랜드 지분을 KCC에 맡긴 후 나중에 지분을 되사갈 것이라는 ‘파킹(parking)설’도 제기됐다.

당시 업계 관계자는 “사업제휴를 위해 8천억 원을 냈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며 “삼성은 삼성에버랜드 주식을 헐값에 KCC에 넘긴 뒤 차후 이득을 보장해주는 이면계약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삼성카드는 삼성에버랜드 지분 20.6%를 팔아야 했으나 KCC가 17%만 인수해 지분 3.6%가 남았다. 하지만 4달이 지나도록 아무도 사려고 하지 않자 결국 이 지분은 삼성에버랜드가 자사주 매입했다.

◆ KCC는 왜 삼성에버랜드 주식을 샀을까

삼성에버랜드는 비상장사라 주주혜택은 0.2%의 쥐꼬리 배당뿐이었다. 언제 상장할지도 확실하지 않았다. 그런데 KCC는 정상영 명예회장의 주도로 8천억 원을 투자했다.

KCC 관계자는 당시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매입한 이유에 대해 “삼성이 추후 에버랜드를 상장했을 때 얻을 수 있는 투자효과가 상당하고 KCC의 주력사업인 도료분야에서 삼성중공업 등과 거래를 틀 수 있을 것”이라고 투자배경을 설명했다.

KCC는 국내 도료분야 1위 기업이지만 삼성그룹 계열사들과 거래가 없었다. 그러나 에버랜드 지분 17%를 매입하면서 현대가문 의존에서 탈피해 삼성이라는 든든한 매출처를 기대할 수 있었다. 상법상 3% 이상 주주는 이사선임과 회사감사 등 상당한 권한을 보유한다.

또 KCC는 2011년 12월 당시 자금이 풍부했다. 만도의 지분을 전량 매각해 확보한 6천억 원과 현대자동차의 지분을 대량 처분해 얻은 2400억 원까지 현금자산만 8천억 원 넘게 보유하고 있었다. KCC는 여유자금으로 에버랜드 지분을 15% 할인된 가격에 사들여 추후 상장했을 때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계산도 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범현대가 관계자는 "KCC는 내부현금을 활용해 은행금리 이상의 수익을 찾고 있던 와중에 삼성에버랜드 지분 인수를 제안받았고, 삼성과 사업시너지 등을 고려한 끝에 인수 결정을 내리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에버랜드 지분 인수를 주도한 정상영 KCC 명예회장의 안목은 틀리지 않았다. 벌써 장외시장에서 에버랜드 주식을 주당 240만원에 구매하겠다는 수요가 넘친다. KCC는 투자한 8천억 원 만큼의 차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KCC의 주가도 동반상승하고 있다.

◆ 그동안 KCC의 주가는 어떻게 변했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달 10일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갔다. 이 회장이 쓰러지기 전 지난달 9일 KCC는 52만3천 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후 첫 거래일인 지난달 12일 종가는 56만8천 원으로 9% 상승했다. 이후 주가는 오름세를 유지해 이달 2일 59만5천 원이 됐고, 3일 삼성에버랜드 상장이 발표되고 66만 원까지 치솟았다.

KCC가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매입하기 전과 후의 주가를 비교하면 28만5천 원에서 2년6개월 후인 현재 66만 원으로 2.3배 올랐다.

KCC가 삼성에버랜드 지분 인수를 발표하던 2011년 당시 시장의 반응은 미적지근했다. 발표 전 28만5천 원이던 주가는 인수 발표 후 일시적으로 1% 상승해 29만 원으로 올랐으나 20일 후 다시 원래 가격인 28만5천 원으로 떨어졌다. 이후 주가는 2012년 내내 완만하게 상승해 30만 원으로 한 해를 끝마쳤다.

그러다 지난해 8월부터 주가의 흐름이 급상승했다. 페인트사업의 실적이 좋아서 삼화, 노루 등 다른 경쟁사들의 주가도 모두 올랐다. 실적에 따른 주가상승이 멈출 때쯤 갑자기 제일모직이 패션부문을 에버랜드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이 본격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삼성에버랜드의 2대주주 KCC의 주가도 오르기 시작했다.

제일모직이 패션부문을 삼성에버랜드에 매각한다고 발표하기 전 지난해 9월 KCC의 주가는 44만 원이었다. 이후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재편 작업과 함께 KCC 주가는 계속 상승해 이건희 회장이 쓰러지기 전 지난달 9일 52만3천 원까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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