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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Who] 배터리3사 위기, 중국 유럽의 인력 빼가기 막을 수 있나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21-05-04 1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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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산업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국내 배터리3사인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은 최근까지만 해도 글로벌 배터리시장의 강자로 꼽혔으나 이제는 그 위상을 장담하기 힘들어지고 있다.

폴크스바겐을 필두로 여러 완성차기업이 속속 배터리 내재화전략을 가다듬으면서 시장의 주도권 싸움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산업의 경쟁 이면을 살펴보면 그 핵심에는 ‘인재 확보 싸움’이 있다. 국내 배터리3사는 미래를 담보할 인재를 어떻게 확보하고 지켜낼까?

◆ 한국 배터리 연구개발 인력 유출 심상찮아, 막을 대안 있나

한국 배터리3사는 글로벌 배터리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그 힘은 한국 배터리기업에서 짧게는 10년, 길게는 20년가량 성장한 고급인력에게서 나온다.

하지만 역사가 짧은 탓에 아직 고급인력의 규모가 충분히 두텁지 않다는 점이 국내 배터리3사에게 위기요인이다. 한국을 따라잡으려는 해외기업에서 국내 인재을 빼가려는 시도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국내 인재의 해외 이탈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LCD산업뿐 아니라 OLED, 반도체 등 한국경제의 수출을 책임지고 있는 중요 산업을 이동하면서 계속 불거지는 문제다.

하지만 배터리산업의 인력 문제가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배터리산업이 향후 한국의 중심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진입장벽이 높은 산업일수록 시장을 선점하는 전략이 미래를 결정짓는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 아직 시장에 이렇다 할 절대강자가 없는 상황에서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이 시장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기술 개발에 아낌없는 투자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하지만 배터리산업에 그만큼 숙련인력이 많지 않다는 점이 큰 약점이다. 한국 배터리3사가 완전한 주도권을 쥐지 못한 상황에서 고급인력들이 해외기업의 적극적 구애에 이끌려 해외로 빠져나간다는 것은 국내 배터리기업을 위협하는 요인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한국 기업들은 위협요인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인력 유출을 막을 방법은 없을까?

기업이 핵심 연구개발 종사자에게 경쟁사보다 항상 많은 돈을 지급할 수 있다면 인력유출 문제는 고민거리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배터리기업들이 배터리사업에서 흑자를 간신히 내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해 인력 이탈을 막을 방법을 고민해야 하지만 대안이 많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국내 배터리기업들은 최근에서야 급하게나마 성과에 제대로 보상하는 급여체계를 마련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인재를 붙잡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제대로 된 보상을 해주는 길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전체 직원의 임금을 평균 10% 인상했다. LG에너지솔루션측에 따르면 이번 임금 인상은 2020년에 낸 호실적 덕분인데 미래 우수 인력을 잡아두기 위한 선제적 조치로 보는 시선이 우세하다. 

삼성SDI도 올해 모든 직원의 임금을 평균 7% 인상에 합의했는데 이 또한 배터리인력을 지키기 위한 방안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런 국내 배터리기업의 노력이 해외기업의 인재 쟁탈전에 비교하면 역부족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실제로 중국 기업은 한국에서 받는 연봉의 최소 3배 이상을 보수로 제시하면서 인력 유치에 사활을 쏟고 있다.

한국에서 3~5년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을 해외에서 1년 만에 벌 수 있다는 메리트를 쉽게 거부할 수 있는 직장인은 많지 않다. 자칫하면 애써 육성한 고급인력을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듯 떠나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이 지난해 발표한 두뇌유출지수에서 한국은 조사대상 63개 나라 가운데 43위를 보였다. 한국 기업의 인력을 밖에서 끌어가기 좋은 환경이라는 뜻이다.

◆ 배터리산업 흔드는 이슈 뒤에 숨은 ‘인력 쟁탈전’

실제로 최근 배터리산업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슈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모두 인력 쟁탈전과 관련이 깊다.

폴크스바겐은 3월 파워데이를 통해 배터리 셀을 자체적으로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스웨덴의 배터리기업 노스볼트와 손잡고 유럽 6개 지역에 각 40GWh 규모의 생산기지를 구축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글로벌 1위 완성차기업인 폴크스바겐이 외부에 의존하지 않고 사실상 배터리 조달을 내재화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라 배터리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컸다.

유럽연합(EU)이 배터리산업 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점, 폴크스바겐으로서도 안정적인 배터리 조달처를 둘 필요가 있었다는 점 등이 이런 전략적 선택을 한 배경으로 꼽혔다.

하지만 배터리를 만들어 본 경험이 없는 폴크스바겐이 자신있게 내재화에 나선 이유는 따로 있다. 그 이유를 보려면 노스볼트에 주목해야 한다.

노스볼트는 2016년 세워진 회사다. 20년 넘게 배터리 연구개발을 해온 국내 배터리3사와 비교해 확실히 역사가 짧다. 기술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데다 양산능력도 검증되지 않았다.

하지만 배터리업계는 노스볼트의 잠재력이 무시하기 힘든 수준이라고 본다. 노스볼트의 기술을 책임지고 있는 여러 인력이 한국 배터리3사에서 오랜 기간 근무한 인력이기 때문이다.

노스볼트는 과거 홈페이지에 ‘한국과 일본’ 엔지니어 30여 명이 노스볼트에서 일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노스볼트는 스스로 2017년 배터리 연구팀이 처음 구성됐던 상황을 설명하며 “이 한국인 직원 등이 우리의 배터리기술 로드맵 구축에 ‘결정적 역할(a crucial role)’을 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노스볼트는 이 직원을 LG화학 출신이라고 못 박아서 설명하기도 했는데 노스볼트에서 배터리 연구를 하는 한국 인력은 LG화학 출신만 있는 것이 아니다.

구인구직 플랫폼으로 널리 이용되는 링크트인을 통해 노스볼트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프로필을 검색해보면 삼성SDI와 LG화학에서 최소 5년, 많게는 10년 이상 일한 인력도 노스볼트에서 일하고 있다.

노스볼트는 최근 이런 설명을 홈페이지에서 삭제했는데 인력유출 논란을 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읽힌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2년에 걸친 소송전의 본질도 인력 다툼이었다.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에서 일했던 직원 수십 명을 스카우트하면서 영업비밀 침해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고 이것이 소송전으로 비화했다.

◆ 중국은 노골적으로 한국 배터리 인력 탐낸다, 한국 배터리산업 LCD사업의 전철 밟나?

중국 기업들에서도 한국 인력은 후한 대접을 받는다. 헝다그룹이 대표적이다.

헝다그룹은 중국을 대표하는 부동산개발기업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자동차배터리분야로 사업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한국 연구진들은 헝다그룹의 배터리기술 개발 선봉에 서 있다.

헝다그룹의 배터리연구원 원장을 맡은 인물은 이준수 전 현대모비스 전무다.

이 전무는 SK그룹에서 20년 이상 일하면서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사업을 키운 인물로 배터리시스템 설계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연구소장을 지낸 뒤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초빙교수를 맡다가 2018년 4월 현대모비스로 자리를 옮겨 배터리 모듈기술 개발을 주도했다. 

2019년 2분기에 현대모비스에서 퇴사했는데 약 1년 반 만인 2020년 말에 헝다그룹으로 이직했다.

헝다그룹 배터리사업의 핵심 간부진 대다수도 한국인이다. 배터리연구원 부원장은 김상범 전 SK이노베이션 배터리기술 총괄이며 BMS개발연구센터장도 SK이노베이션 출신이다.

이 밖에도 LG화학, SK이노베이션, 삼성SDI 출신 중요 인물들이 모두 헝다그룹으로 이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기업의 한국 인력 영입은 은밀하면서도 과감하다.

이들은 한국 기업에서 주는 연봉의 3~4배를 보수로 지급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고 중국에서 근무할 때 필요한 체류비 등도 전적으로 지원해주는 방식으로 인력 영입을 시도하고 있다.

한국 배터리기업들이 들고 있는 ‘경쟁사 취업제한 규제’를 피하기 위한 방법도 가지가지다.  대학교 산하 연구실이나 자회사 연구인력으로 채용하면 이직을 할 때 이전 직장에서도 세부적 내용을 알기 힘들다.

실제로 삼성SDI에서도 2018년경 핵심인력 4인방이 중국 배터리기업으로 이직했을 때도 중국 기업은 이런 방식으로 인력을 빼낸 것으로 알려진다.

중국 기업들이 한국 인력 모시기에 혈안이 된 것은 사실상 한국 기업과 기술격차를 단기간에 좁힐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인재 영입이기 때문이다.

배터리업계의 인력 유출 양상을 놓고 중국의 노골적 인력 빼가기 탓에 몰락했던 LCD산업처럼 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중국 기업들은 과거 한국 디스플레이기업이 꽉 쥐고 있던 LCD산업의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한국 인력 영입에 공을 들였다. 배터리기업에서 인력을 빼가는 방법과 동일하게 한국 연봉의 수배를 지급하고 체류비까지 제공해주는 파격적 조건을 제시했다.

결국 중국 내 LCD기업들은 이렇게 확보한 한국의 고급 인재를 바탕으로 기술력을 쌓았고 이에 더해 중국 정부의 LCD산업 육성 정책 수혜까지 보면서 한국 LCD기업과 가격 경쟁력을 벌리는 데 성공했다.

중국 기업들의 LCD패널 저가 공세를 이겨내지 못한 한국 디스플레이기업들은 결국 LCD시장에서 철수하고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올레드에 집중하는 전략을 선택해야 했다. [채널Who 남희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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