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으로 국내 도시정비사업에서 대규모 수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은 현대건설의 프리미엄 브랜드 ‘디에이치’의 강화에 기반이 될 수 있는 압구정동 아파트단지의 재건축사업 수주에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다.
8일 건설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오 시장 취임으로 주택정비사업에서 민간기업 참여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건설은 서울 강남 핵심지역의 재건축단지인 압구정동 아파트 사업을 따낼 가능성이 커 오 시장의 부동산 공약의 제1 수혜기업일 될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오 시장은 주요 공약으로 도시정비사업 규제의 전면완화를 내걸고 취임 일주일 안에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압구정동, 목동, 여의도 등 주요 재건축, 재개발단지의 규제를 풀겠다고 공약했다.
현대건설은 압구정지구를 따내는 것이 향후 서울시 도시정비분야에서 길을 트는데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압구정지구는 재건축 이후 서울 최고가 아파트가 될 것이 확실시되는 만큼 압구정동 아파트 재건축사업을 누가 따내느냐에 따라 향후 주택 건설업계 판도가 뒤바뀔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근 압구정동의 ‘현대7차’ 전용면적 245㎡(공급면적 80평)은 80억 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경신했다. 지난해 8월 같은 면적이 65억 원에 거래된 이후 무려 15억 원(23.1%)이나 뛴 가격이다.
압구정지구의 수주전이 빠른 시일 안으로 펼쳐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압구정지구는 6개 구역 중 가장 큰 3구역과 2구역을 포함해 5곳이 주민동의율 75%를 달성해 조합설립 신청단계에 들어섰다. 1구역과 4구역은 조합설립인가를 받았고 6구역은 한양 7차만 조합설립이 추진됐지만 한양 5차와 8차도 곧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압구정 재건축단지들이 조합설립에 속도를 내는 것은 지난해 6.17대책의 영향이다.
정부가 지난해말까지 투기과열지구 내 조합설립 인가를 신청하지 못한 재건축단지와 관련해 2년 동안 집주인이 실거주해야 입주권을 주기로 하면서 서둘러 조합설립에 나선 것이다.
조합설립을 신청해 설립인가를 받으면 다음 단계인 사업시행인가까지는 보통 신청 이후 6개월~1년 정도가 걸린다.
사업시행인가가 나오면 시공사 선정을 하게 되는데 윤 사장의 임기인 2024년 3월 안에 시공사 선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윤 사장이 압구정 현대아파트 재건축사업을 수주한다면 현대건설 주택사업에서 가장 큰 성과를 거둔 사장으로 남을 수 있다.
압구정 현대 1~14차까지 6355세대만 모두 수주한다고 해도 단일 시공사로서 서울 최대 규모의 재건축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압구정지구 재건축사업의 수익성도 좋아졌다.
오 시장 취임으로 주거용 건물 층수를 35층으로 제한한 ‘35층 룰’은 폐지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35층 층고 제한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2014년 서울시의 '2030 서울도시기본계획'을 도입하며 만든 규제로 그동안 재건축·재개발을 가로막는 핵심규제로 여겨져 왔다.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대치동 은마아파트 등 강남의 핵심 재건축단지들은 층고제한으로 사업성이 낮아져 재건축 추진을 미뤄왔으나 이제는 더욱 속도를 낼 여건이 마련됐다.
현대건설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디에이치’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서도 압구정 아파트단지 수주는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현대건설은 ‘디에이치’로 재건축 수주활동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강남에서는 ‘래미안’, ‘자이’, ‘아크로’ 등에 비해 명성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현재 현대건설 ‘디에이치’ 브랜드가 적용된 단지로 입주를 마친 곳은 ‘디에이치 아너힐즈’, ‘디에이치 포레센트’ 2곳 뿐이다.
현대건설이 최근 정비사업 분야에서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한강변 '디에이치 라인' 역시 압구정지구 수주를 위한 사전포석이었다는 시각이 많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6월 한남뉴타운 재개발사업에서 가장 규모가 큰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을 수주하고 ‘디에이치’ 브랜드를 적용했다. 압구정지구 수주까지 따낸다면 ‘반포-압구정-한남’을 잇는 한강변 '디에이치 라인'을 완성하게 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대건설의 한남3구역 ‘디에이치 한남’이 완공되면 압구정에서 한강변 앞뒤로 디에이치 아파트가 보인다”며 “시공사 선정 경쟁에서 현대건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정용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