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승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장 사장이 맞춤형 가전 브랜드 ‘비스포크(BESPOKE)’의 확대를 위해 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 사장은 비스포크 핵심부품의 평생보증을 앞세우고 있는데 이 전략의 성패가 앞으로 삼성전자 가전사업(CE)부문 수익성을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8일 증권업계에서는 2분기 삼성전자 CE부문 영업이익이 이전 분기보다 늘어날 것인지를 놓고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이 1조3170억 원을 전망하고 IBK투자증권은 7270억 원을 예상하는 등 그 폭이 상당히 넓다.
증권사들은 삼성전자 CE부문이 올해 1분기 영업이익 1조 원을 낸 것으로 대체로 추산한다.
이는 지난해 1분기보다 2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 1조7100억 원을 내 최초로 분기 영업이익 1조 원을 돌파한 이후 두 분기 만에 다시 분기 이익 1조 원대에 복귀한 것이기도 하다.
1분기의 기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2분기에는 이전 분기에 비교해 후퇴할 것이라는 시선도 만만치 않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과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삼성전자 세트사업(무선과 가전)의 영업이익이 1분기와 비교해 후퇴할 것이라고 봤다.
해마다 2분기는 전통적으로 이사나 혼수 등에 힘입어 가전 성수기가 시작되는 시점이다.
성수기에 오히려 영업이익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은 삼성전자 CE부문이 보여 준 이익체력을 아직 완전히 신뢰할 수 없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사장은 가전 구매고객의 소비심리를 자극해 좋은 기세를 이어가기 위해 ‘평생보증’을 꺼내들었다.
삼성전자는 6월30일까지 가전행사 ‘국민가전 페스타’를 진행한다. ‘네오(Neo)’ QLED(퀀텀닷LED) TV와 비스포크 브랜드의 냉장고·세탁기·건조기 등 64개 인기제품을 국민가전으로 선정해 구매고객에 경품과 할인 등 최대 80만 원에 이르는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전자업계에 따르면 금액으로 환산 가능한 혜택 만큼이나 가전의 핵심부품인 콤프레서와 인버터, 모터 등의 평생보증서비스에 관심을 보이는 고객들이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 사장은 앞서 3월 온라인으로 진행한 ‘비스포크홈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올해부터 출시하는 비스포크 가전들은 핵심부품을 무기한으로 무상수리 혹은 교체해주는 평생보증서비스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를 국민가전 페스타를 통해 처음 시도하는 것이다.
이 사장은 미디어데이에서 “기존에 10년, 12년 보증서비스를 통해 얻은 데이터에 기반을 두고 평생보증에 따른 비용부담을 늘리지 않기 위해 고민했다”며 “앞으로 평생보증을 시행한다고 해도 보증서비스에 따른 비용은 오히려 줄어들 것이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런 자신감의 원천은 앞으로 생산할 비스포크 가전들의 핵심부품을 기존 비스포크 제품과 호환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생산하겠다는 계획에서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모듈’ 개념으로 가전사업의 발상을 전환해 개별 제품별로 별도의 부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제품군 단위에서 같은 사양의 핵심부품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가전부품의 모듈화를 통해 제품마다 다른 부품의 사양들을 간략화하면서 비용 절감뿐만 아니라 품질 향상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사장은 삼성전자가 맞춤형 가전 브랜드 비스포크를 처음 내놓을 때부터 이런 모듈화 전략을 생산에 일부 적용했다.
삼성전자는 2019년 5월 고객이 냉장고 앞면(패널) 색상으로 9가지 색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비스포크 냉장고를 처음 내놨다.
고객이 마치 전자기기의 모듈을 조합하듯 색상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사장은 이를 위해 ‘디지털 프린팅’ 기술을 도입했다. 완제품에 안료를 칠해 색상을 입히는 방식이 아니라 패널 외장재를 만드는 단계에서부터 색상을 프린트하는 방식이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완제품에 안료를 칠하는 방식으로 다양한 색상의 냉장고를 출시하기에는 생산 과정에서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며 “비스포크는 디지털 프린팅 기술로 색상을 모듈화하면서 이런 한계를 극복했다”고 말했다.
이 사장의 가전 평생보증 카드는 이런 모듈화를 통해 절감한 비용을 마케팅으로 돌리는 전략인 셈이다.
이런 방식이 가전 소비심리를 자극한다면 삼성전자는 2분기도 가전사업에서 좋은 실적을 기대할 수 있다.
핵심부품의 평생보증뿐 아니라 가전 소비를 촉진할 요인이 더 있다는 점도 삼성전자 CE부문 2분기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CE부문은 코로나19 재난지원금 재지급효과로 가전 판매량이 양호하게 이어질 것이다”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