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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Who] 롯데케미칼 주가 더 가나, 김교현이 펼칠 신사업에 달렸다

강용규 기자 kyk@businesspost.co.kr 2021-04-07 1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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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교현, 롯데케미칼 신사업 본격화하나

“면밀한 시장 분석을 통해 올바른 사업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강력하게 실행하겠다.”

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사장이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한 말이다.

롯데케미칼을 바라보는 업계와 시장의 시선은 ‘화학은 강력하지만 미래 성장동력은 글쎄’다.

모빌리티, 친환경, 바이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신사업 기회를 노리겠다는 방침은 세워져 있으나 여러 분야에서 기회를 찾겠다는 방침은 명확한 전략이 없다는 것으로도 비칠 수 있다.

김 사장은 그동안 순수화학의 범주 안에서 롯데케미칼의 변화를 이끌어 왔다. 다만 시장은 이제 김 사장이 더 큰 변곡점을 만들어 내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주요 생산공장인 대산 공장의 폭발사고로 창사 이래 최악의 1년을 보냈다. 사고 후유증을 비교적 조기에 극복하고 올해는 석유화학 호황기의 한가운데에 있다.

올해는 실적 부담이 크지 않는데 김 사장이 롯데케미칼의 신사업 육성을 본격화하는 전략을 세울 적기일 수 있다.

◆ 롯데케미칼 신사업에 아직 ‘히트상품’ 없다, 김교현 키울까? 사올까?

김교현 사장이 롯데케미칼의 여러 신사업 도전 분야들 가운데 우선 모빌리티에 집중할 것이라는 시선이 많다.

모빌리티는 전통적으로 내장재나 외장재 등 화학제품 수요가 많다.

특히 지금은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 등 친환경차로 넘어가는 거대한 전환기다. 김 사장으로서는 놓칠 수 없는 신사업 기회다.

문제는 김 사장이 모빌리티에서 내세울 만한 ‘히트상품’이 롯데케미칼에 아직은 없다는 점이다.

김 사장이 공들이는 모빌리티 신사업 가운데 그나마 싹이 보이는 사업으로 배터리 분리막용 고분자량폴리에틸렌이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까지 고분자량폴리에틸렌을 연 1만 톤씩 생산했다. 김 사장은 이를 2025년 연 10만 톤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그러나 전체 사업규모와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해까지 롯데케미칼이 고분자량폴리에틸렌으로 낸 매출은 연 180억 원 수준이며 2025년 기대매출이라고 해봐야 2천억 원 정도다.

롯데케미칼은 최악의 시기라던 지난해에도 매출 12조 원을 냈다. 2025년 기대매출을 대입해도 비중이 1.5% 남짓에 그친다.

김 사장이 공들이는 모빌리티 관련 신사업으로 친환경차용 타이어에 쓰이는 합성고무도 있다.

롯데케미칼은 이탈리아 고무회사 베르살리스와 합성고무 합작법인 롯데베르살리스엘라스토머스를 만들어 합성고무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13년 말에 처음 합작법인을 만들었으니 이제는 성과를 기대할 만한 시점이 됐다.

그러나 롯데베르살리스엘라스토머스는 2014년부터 2020년까지 흑자없이 누적 영업적자 2540억 원을 거두고 있다. 이 기간 롯데케미칼이 롯데베르살리스엘라스토머스에 출자한 비용이 2759억 원이니 김 사장에게 합성고무사업은 현재 ‘돈 먹는 하마’인 셈이다.

친환경분야에서는 플라스틱 재활용사업이 있으나 이는 작년 하반기에나 처음 구상이 나온 초기 단계의 사업이며 바이오분야에서는 아직 이렇다 할 움직임이 롯데케미칼에 없다.

그 때문에 롯데케미칼의 신사업과 관련해 시장에서는 자체 육성보다 외부에서의 수혈을 향한 기대가 더 크다. 실제 롯데케미칼은 인수합병을 시도할 여력이 차고 넘친다. 

롯데케미칼은 2020년 말 기준으로 현금예금 3조8천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 부채비율도 41.3%로 매우 건전하며 순차입금비율은 –4%로 실질적 무차입경영 상태다.

열쇠는 김 사장이 언제, 어디에 승부수를 던질 것인가 하는 점이다.

최근 3년 동안 롯데케미칼은 인도 화학사 OPAL, 일본 소재회사 히타치케미칼, 남아공 화학사 SASOL의 미국 화학설비, 일본 소재회사 JSR의 합성고무사업 등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 두산솔루스(현 솔루스첨단소재) 등 인수합병시장에 거대 매물이 나올 때마다 인수후보군으로 거론됐다.

그러나 실제 인수에 시도한 매물은 히타치케미칼뿐이다. 사솔의 화학설비와 두산솔루스는 인수 검토 단계에서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케미칼이 가장 최근 인수에 성공한 매물은 2019년 초 터키의 엔지니어드스톤회사 벨렌코다. 1234억 원어치 매물로 롯데케미칼의 미래를 좌우할 만한 규모는 분명 아니다.

◆ 롯데케미칼 ‘본업’ 화학 강력하다, 김교현 호황의 수혜 극대화 준비

김교현 사장이 대형 인수합병을 시도할 수 있는 원천은 바로 롯데케미칼의 현금 창출능력이다. 롯데그룹의 ‘유통회사’ 이미지에 가려 있지만 롯데케미칼은 실질적으로 그룹의 현금창출원 역할을 하고 있다.

2019년 말 기준으로 롯데그룹 84개 계열사의 합산 영업이익 3조3714억 원 가운데 7757억 원을, 합산 순이익 4119억 원 가운데 3944억 원을 롯데케미칼이 냈다. 영업이익의 23%, 순이익의 96%다.

롯데케미칼이 이처럼 돈을 잘 벌 수 있는 원동력은 원료부터 제품에 걸친 다양한 포트폴리오와 다양한 원재료 활용도에서 나온다.

화학업계에서는 롯데케미칼의 최대 강점을 ‘화학사업의 쌀’인 에틸렌의 자체조달능력이라고 평가한다. 롯데케미칼은 글로벌 7위에 해당하는 연 450만 톤의 에틸렌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에틸렌을 자체조달해 플라스틱, 수지, 고무, 위생재 등 다양한 최종제품군의 원료가 되는 화학제품들을 만든다. 심지어 남는 에틸렌을 외부에 판매까지 하는 등 수익성과 사업 안정성을 모두 잡고 있다.

김 사장은 롯데케미칼의 원재료 다변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김 사장은 롯데케미칼 나프타 분해설비(NCC)의 투입 원재료를 나프타뿐만 아니라 LPG로 다변화해 LPG 투입비중을 2023년 31%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는 다소 생소한 에탄 분해설비(ECC)도 미국 법인 LCUSA를 통해 운영하고 있다. 이런 원재료 다변화 역시 롯데케미칼의 수익성과 사업 안정성 제고에 기여하고 있다.

지금까지 코로나19에 억눌렸던 글로벌 석유화학업황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점차 호황기로 접어들고 있다. 김 사장으로서는 올해 롯데케미칼이 보유한 화학사업의 경쟁력을 극대화할 기회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롯데케미칼이 거둔 영업이익 3569억 원은 명성에 어울리지 않는 처참한 실적이었다. 김 사장도 실적 회복에 절치부심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 롯데케미칼 주가 더 갈 수 있나, 시장은 실적만큼 신사업도 원해

2020년 국내 증권시장은 1분기 코로나19에 따른 침체 이후 ‘동학개미운동’으로 대표되는 개인 매수세에 따른 주가 회복이 거의 모든 업종에 걸쳐 나타났다. 롯데케미칼도 예외는 아니다.

롯데케미칼 주가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3월20일 11만4500원으로 저점을 찍었다. 이후 대산 공장 폭발사고가 연말까지 영향을 미쳤으나 주가는 30만 원대까지 회복됐다.

부진한 실적이 2021년에는 회복될 것이라는 믿음이 투자자들 사이에 굳건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현재 롯데케미칼 주가는 30만 원 선에서 주기적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실적 개선 전망은 더 이상 롯데케미칼 주가 상승의 동력이 되지 못하는 것일까?

실적 개선 전망은 현실화하지 못했을 때 주가가 다시 하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 점은 김교현 사장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다.

결국 시장은 롯데케미칼에, 그리고 김 사장에 실적 회복은 기본이고 신사업에서도 성과든 계획이든 무언가 선명한 것을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 추진력이 만든 성과 많다, 김교현이 기대받는 이유

김교현 사장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화학사업과 관련해 가장 신뢰하는 전문가로 꼽힌다. 신뢰에 걸맞은 성과도 여럿 냈다.

특히 미국 에탄 분해설비 프로젝트는 김 사장이 추진력을 갖춘 경영자라는 점을 업계에 알린 대표적 성과로 꼽힌다.

롯데케미칼은 2015년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에탄 분해설비를 짓기 위해 2019년까지 4조 원을 투자한다는 초대형 계획을 내놨다. 그런데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도중 롯데케미칼은 신동빈 회장 수감에 따른 총수 공백사태를 맞게 됐다.

김 사장은 신동빈 회장이 없는 와중에서도 대규모 프로젝트를 세심하게 관리하며 추가 비용지출 없이 기한에 맞춰 투자 프로젝트를 완수했다.

2017년 롯데케미칼의 말레이시아 자회사인 LC타이탄을 현지 증권시장에 상장시킨 것도 당시 대표이사를 지냈던 김 사장이다. 그는 타이탄의 영업이익을 2014년 100억 원대에서 2016년 5천억 원대까지 불려 타이탄을 롯데케미칼의 핵심 자회사로 키워냈다.

김 사장은 실적과 신사업 양면에서 추진력을 통해 보여준 성과가 있다. 그리고 그의 양어깨에 다시 실적과 신사업의 과제가 올라왔다.

김 사장은 과연 기대를 충족할 것인가. 시장은 롯데케미칼을 주시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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