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은 글로벌 식품시장 후발주자임에도 한국음식을 주류층에 제값을 받고 팔겠다는 고집을 보이고 있다.
이런 고집은 '비비고'라는 브랜드이름과 '만두'라는 제품이름에서도 나타나는데 다른 기업들이 해외수출용 제품에 덤플링, 교자, 라멘 같은 일본어나 중국어, 영어 표현을 사용하는 것과 구분된다.
이는 이 회장의 한류 비전에 따른 것으로 이 회장은 2016년 '한류 4.0 비전'을 내걸고 "세계인이 매년 한국 영화 두세 편, 매달 한국 음식 두세 번, 매주 한국 드라마 한두 편을 경험하고 매일 K팝 한두 곡을 들으며 일상생활에서 K컬처를 마음껏 즐기게 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CJ그룹이 확실한 내수기반을 지니고 있는데도 위험을 무릅쓰고 글로벌 비즈니스에 계속 도전하는 것도 이 회장의 이런 비전이 바탕에 깔려 있다.
이 비전을 지키기 위해 CJ는 저렴하고 인지도가 높은 중국 및 일본 제품과 차별화할 수 있는 포인트를 ‘건강함’에서 찾고 이에 발맞춘 제품 생산과 홍보전략을 펴고 있다.
CJ그룹은 비비고의 브랜드 정체성을 ‘신선한 재료로 만든 건강한 아시안푸드’로 정하고 간편하지만 건강한 식사를 위해서라면 조금 더 비싼 비용을 지불하는 계층을 주요 소비층으로 삼았다.
이 회장은 고급 스포츠인 골프를 활용해 이 전략에 힘을 실어주려고 한다. 골프가 고급 스포츠이지만 세계인들이 지역과 문화를 가리지 않고 즐기고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CJ그룹은 메이저급 골프대회인 PGA투어 메인스폰서로 참여해 해마다 '더 CJ컵'을 개최하고 있는데 지난해 10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대회에는 3만5천여 명이 방문했고 세계 23개 언어를 사용하는 226개국 10억 이상의 가구에 경기가 생중계되면서 비비고 브랜드는 큰 홍보효과를 봤다.
CJ그룹은 이 자리에서 골프선수들과 관객들에게 젓가락 사용과 만두 빚기 등 한국의 음식문화를 널리 알렸는데 식품업계에서는 이에 따른 경제효과가 1668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본다.
이 회장은 개인적으로도 골프에 대한 사랑이 큰 것으로 유명하다. 이 회장은 지병으로 거동이 불편함에도 골프대회 만큼은 직접 참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의 이런 노력은 2018년 미국 식품기업 슈완스 인수와 함께 급물살을 타고 있다. CJ그룹 음식한류 전파의 선봉에 서 있는 CJ제일제당은 2018년 미국 냉동식품시장 1~2위를 다투는 슈완스를 18억4천만 달러(약 2조 원)에 인수했다.
슈완스가 미국 내에 보유한 17개 생산공장과 10개의 물류센터를 바탕으로 비비고 등 한식제품들을 빠르게 확산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고 이를 통해 2018년 3649억 원에 그쳤던 CJ제일제당 미국 매출은 2020년 3조3286억 원으로 10배 가까이 늘었다.
CJ제일제당 식품사업부문은 2020년 매출 8조9687억 원을 거뒀다. 이 가운데 해외매출은 4조1297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46%를 차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