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위원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에게 정치 밖에 다른 선택지가 없을 거라고 본다”며 “5월 중순쯤 본인의 의사 표시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회자가 ‘윤 전 총장의 정치활동을 도와줄 생각이 있느냐’고 묻자 김 위원장은 “관계도 없는 사람이 도와주느냐 마느냐 얘기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하면서도 “윤 전 총장이 보자고 하면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에 앞서 김 위원장은 24일 JTBC ‘뉴스룸’에서도 “누구를 도와준다는 것을 스스로 결정하기 어렵다. 여러 경험을 했지만 결과가 별로 즐겁지 않았다”며 비슷한 취지의 뜻을 밝힌 바 있다.
김 위원장의 이런 공개 발언을 두고 윤 전 총장을 향해 보내는 일종의 신호라는 해석이 많다.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최고위원은 2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김 위원장이 윤 전 총장에게 먼저 연락하라는 뜻으로 얘기한 것”이라며 “김 위원장은 윤 전 총장이 접촉할 1순위”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이 김 위원장을 찾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은 윤 전 총장이 정치신인이란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노련한 정치적 조력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윤 전 총장이 높은 대중적 지지도를 기반으로 단숨에 가장 막강한 야권 대선주자로 떠올랐지만 대중적 인기만으로는 대선 완주가 어려울 수 있다. 조직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채 개인 지지도만으로 한계가 있다는 점은 최근 오세훈-안철수 단일화 과정에서 여실히 증명됐다.
게다가 정치권과 접점이 부족한 윤 전 총장으로서는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 줄 노련한 전략가의 도움이 절실하다.
김 위원장은 자타가 인정하는 킹메이커로 손꼽힌다. 이번 보궐선거를 통해 그 존재감은 더 커졌다.
야권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김 위원장을 향한 당 안팎의 비난과 견제가 이어졌지만 끝내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후보를 단일후보로 만들어냈다. 서울‧부산시장 선거의 판세도 현재로서는 국민의힘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국민의힘은 탄핵사태와 연이은 선거 참패로 존립마저 위태로웠지만 김 위원장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당을 맡은 뒤 집권 가능성도 기대해 볼 수 있게 됐다. 당 지지율이 탄핵사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데다 이번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승리한다면 다음 대선까지 좋은 흐름을 이어갈 수 있다.
물론 국민의힘 일부에서 최근 국민의힘의 상승세를 두고 정부 실책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보며 김 위원장의 역할을 저평가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그래도 김종인 비대위 이전 역대 비대위가 번번이 당내 견제로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는 점을 떠올리면 김 위원장의 노련함과 정치력을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미 당내에서 김종인 재추대론까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보궐선거 이후 국민의힘을 떠날 것이라 공언했기 때문에 윤 전 총장과 제3지대에서 일을 꾸밀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하지만 김 위원장 스스로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후보 단일화 국면에서 제1야당에서 후보를 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던 만큼 대선 무대에서도 결국 윤 전 총장을 국민의힘 후보로 만드는 데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에 좀 더 무게가 실린다.
윤 전 총장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본인의 지지도가 높을 때 국민의힘으로 들어가 대선주자가 되는 게 가장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