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중금리대출상품을 하반기에 출시한다는 목표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 카카오그룹 데이터를 확대 적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앞서 카카오페이와 데이터 협력을 맺고 중금리대출에 카카오페이 결제데이터를 활용하기로 한 데 더해 카카오그룹의 모빌리티, 커머스 등의 데이터도 함께 쓰겠다는 것이다.
윤 대표는 그동안 카카오그룹에 기대지 않고 카카오뱅크 자체 경쟁력을 키우는 데 집중해왔는데 올해 대출상품 개발에 속도를 내며 카카오그룹과 협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뱅크는 2017년 출범 이후 혁신서비스, 고객 편의성 등 기존 금융권의 불편 사항들을 해결하며 플랫폼 경쟁력을 크게 키워왔다.
지난해 말 기준 연계대출서비스를 통한 대출 실행액은 누적 2조 원을 넘어섰다. 카카오뱅크 앱을 통한 증권계좌 개설 수는 누적 300만 좌, 제휴신용카드서비스 신청건 수는 50만 건에 이른다.
플랫폼 경쟁력 강화에 힘입어 지난해 수수료사업에서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다만 카카오뱅크는 대출상품에서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시선을 받아 왔다. 특히 중금리대출 공급이 소홀한 점이 해마다 국정감사에서 지적됐다.
카카오뱅크는 2019년과 2020년 각각 1조 원과 1조4천 억원의 중금리대출을 공급했지만 대부분 정책중금리 상품인 '사잇돌대출'에 집중됐다. 이는 정부의 보증을 받아 대출을 실행하는 것으로 기존 은행권도 모두 진행하고 있는 상품이다.
중금리대출 공급은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의 주요한 취지 가운데 하나임에도 출범 3년이 지나도록 자체 신용평가모형을 활용한 중금리대출상품을 선보이지 못한 것이다.
주택담보대출 출시와 관련해서도 비대면으로 담보를 평가하기 어려워 상품 출시가 쉽지 않다는 태도를 보여왔다. 그사이 경쟁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는 대환대출에 국한되긴 했지만 비대면 아파트담보대출을 선보였다.
카카오뱅크가 플랫폼에서는 경쟁력을 충분히 입증했지만 은행의 본업에서는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시선이 나오는 이유다.
윤 대표는 올해 카카오뱅크 기업공개도 추진하고 있어 대출상품 개발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선보일 대출상품 경쟁력이 카카오뱅크의 미래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데 중요한 가늠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의 강점은 플랫폼 경쟁력에 더해 상품을 자체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네이버파이낸셜 등 빅테크 기업들도 기존 금융사와 제휴를 통해 대출상품을 개발하는 등 은행의 고유영역에 진출하고 있다.
카카오뱅크가 자체개발한 대출상품이 빅테크 기업들과 큰 차별성이 없다면 미래 성장성을 담보하기는 쉽지 않은 셈이다.
카카오뱅크가 올해 선보이겠다는 목표를 세워둔 대출상품은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 개인사업자대출, 주택담보대출 등이다.
카카오뱅크는 그동안 축적한 금융 데이터에 더해 카카오그룹의 비금융데이터를 결합해 차별화된 대출상품을 선보이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윤 대표는 2월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카카오뱅크가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 가운데 한 영역이 중금리와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이라며 "금융생활데이터, 행동특성 데이터, 주주사 데이터, 통신데이터 등을 신용평가모형 고도화에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종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