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영 기자 psybp@businesspost.co.kr2021-03-23 1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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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웅 웰컴저축은행 대표이사가 마이데이터사업(본인신용정보관리업)에 진출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까?
웰컴저축은행은 저축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마이데이터사업자로 선정됐지만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려면 넘어야 할 산도 많다.
▲ 김대웅 웰컴저축은행 대표이사 사장.
23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웰컴저축은행이 마이데이터사업을 통해 개인 맞춤형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상품과 서비스 개발, 비즈니스모델 확립 등을 놓고 할 일이 태산이다.
웰컴저축은행은 1월27일 마이데이터사업 본허가를 받은 뒤 두 달여가 지났지만 사업 진척은 미미한 것으로 파악된다.
웰컴저축은행 관계자는 "비즈니스모델 등을 개발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며 "충분히 시간을 두고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웰컴저축은행은 저축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마이데이터사업자로 이름을 올려 존재감이 커질 것으로 기대받았다. 하지만 마이데이터사업 허가를 일단 받아놓은 만큼 본격적 사업 추진을 위한 움직임은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
저축은행은 특성상 시중은행과 비교해 외형 규모가 작고 투자여력도 크지 않을 수 있다. 웰컴저축은행은 지난해 상반기 순이익이 598억 원으로 집계됐는데 시중은행 가운데 순이익 규모가 가장 적었던 우리은행의 같은 기간 순이익(6779억 원)과 비교해도 10배 이상 적은 수준이다.
마이데이터사업은 여러 금융기관에 흩어져 있는 고객정보를 한데 모아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고객별 맞춤금융서비스와 상품을 제공하는 것으로 금융권의 미래 먹거리로 선점 경쟁이 치열하다.
하지만 업권별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모델이 아직은 구체화되지 않은 데다 사업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도 상당한 비용이 투입돼야 한다. 투자여력이 크지 않은 저축은행들은 비용 대비 수익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 OK저축은행 등 대형 저축은행들이 아예 사업허가 신청조차 내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또 마이데이터사업을 통해 상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이종업종과 협업도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은행이나 카드, 보험사들 가운데 계열사를 여럿 확보한 금융지주 계열이 경쟁에 더욱 유리한 이유이기도 하다.
웰컴저축은행도 이런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웰컴저축은행은 8일 하나카드와 데이터 공유와 관련된 업무협약을 맺었다.
하나카드의 신용카드 결제내역과 가맹점 이용내역, 웰컴저축은행의 대출이력과 예·적금 이용내역 등의 데이터를 결합해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제공하는 데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웰컴저축은행은 하나카드와 업무협약을 통해 시중은행보다 상대적으로 약한 브랜드 인지도를 보완하고 하나카드의 풍부한 금융데이터를 마이데이터사업에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카드는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마이데이터사업 허가 심사가 보류된 만큼 웰컴저축은행으로서는 좋은 협업 파트너를 확보하게 된 셈이다.
김 대표는 웰컴저축은행의 마이데이터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앞으로 다른 금융기관 등과 협업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협업하는 기관이 늘어나면 그만큼 금융데이터를 더 많이 확보하게 되는 것은 물론 시스템 구축 등에서 투자비용을 줄이거나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김 대표가 공을 들여온 디지털 전환에도 보탬이 될 수 있다.
다만 웰컴저축은행 관계자는 “현재 다른 기업과 업무협약을 추진하는 것이 없다”며 “앞으로 추진할 계획도 확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웰컴저축은행이 마이데이터사업으로 다른 저축은행과 차별화되는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이루려면 하나카드 이외에도 마이데이터사업 허가를 받지 못한 기업들과 손을 잡아야 할 필요성은 커 보인다.
김 대표는 마이데이터사업을 웰컴저축은행의 디지털 경쟁력을 더욱 높일 수 있는 기회이자 저축은행업계를 대표해 양극화를 해소하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대표는 11일 저축은행중앙회가 개최한 '제1회 서민금융포럼'에서 지방 중소저축은행에 마이데이터 정보를 공유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저축은행 양극화 해소를 위해 지방 중소저축은행의 규모 확대가 필요하고, 이는 디지털 전환에서 가능하다”며 “지방은 투자를 못하니까 점차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웰컴저축은행이 저축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마이데이터 본허가를 획득했다”며 “저축은행중앙회에서 플랫폼을 제공해주면 중소저축은행에 도움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그동안 디지털 경쟁력 확보에 꾸준히 공을 들여 저축은행업계에서 디지털 전환으로 가장 앞서나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웰컴저축은행은 2018년 4월 저축은행 업계 최초로 자체 모바일뱅킹앱 '웰컴디지털뱅크'를 출시했다.
웰컴디지털뱅크는 2021년 '웰컴디지털뱅크3.0'으로 고도화 과정을 거쳤다. 2월 말을 기준으로 비대면을 통한 송금과 이체 누적액은 6조 원을 넘어섰고 내려받기 수는 200만 건에 이른다. 내려받기 수만 보면 자산총계를 기준으로 업계 1위에 자리매김한 SBI저축은행보다도 많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