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조은 참여연대 간사는 “CJ대한통운이 분류인력 충원 등 과로방지를 위해 여러 대책을 내놓았지만 택배노동자의 근로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대표이사와 같은 책임자가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가 택배노동자와 대화를 촉구하고 있지만 강 내정자가 직접 교섭에 나서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CJ대한통운은 택배기사를 개인사업자라고 판단하고 전국택배연대노조(택배연대노조)와 행정소송을 이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택배연대노조는 CJ대한통운, 우체국택배, 한진택배, 로젠택배, 롯데택배, 쿠팡 택배노동자들이 속해있는 산별노조로 2017년 11월 정부로부터 노조 설립신고증을 받고 CJ대한통운에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그러나 CJ대한통운은 택배기사의 노동자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단체교섭을 거부하고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택배기사의 손을 들어줬지만 CJ대한통운은 법원의 판단에 불복하고 항소를 한 상태로 올해 4월 서울고등법원에서 재판이 예정돼 있다.
강 내정자는 CJ대한통운의 대표로서 사법부의 최종적 판단을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법적 절차를 계속해서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강 내정자로서는 택배기사를 개인사업자로 바라보는 회사의 입장을 반영하면서 택배노동자 과로사문제의 실마리를 찾아가기 위해서 올해 구성된 사회적 합의기구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CJ대한통운은 택배노동자 과로사사건에 영향을 받아 ESG경영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한국기업지배구조연구원은 올해 초 CJ대한통운의 ESG등급 가운데 사회책임경영(S)부문의 등급을 기존 B+에서 B등급으로 하향조정했다.
통합 ESG 등급은 A로 지난해와 동일하게 유지됐지만 개별 등급이 떨어진 것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연구원 관계자는 “CJ대한통운은 지난해 택배노동자 6명이 업무 중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에 ESG 등급 가운데 사회책임경영 부문의 등급을 낮추게 됐다”고 말했다.
ESG경영 강화는 CJ그룹 차원에서도 적극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사항인 만큼 강 내정자의 어깨가 무거울 것으로 보인다.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자본시장의 ESG경영 강화 요구가 한층 더 높아질 것이다”며 계열사에 ESG 역량을 키울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CJ대한통운은 올해 2월 공개한 기업설명회 자료에서 ESG경영과 관련한 내용을 처음으로 넣으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에 따라 성장하고 있는 택배산업에서 CJ대한통운이 선도적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택배노동자 처우문제를 반드시 풀고 넘어가야 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자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비대면소비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산업구조적 변화 속에서 여러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어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도 중요해지고 있다”며 “CJ대한통운의 새로운 경영진으로서는 위기관리와 갈등조정 능력이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