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증권업계에서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한 쿠팡의 시가총액이 11일 종가 기준으로 약 100조4천억 원을 달성하자 기업가치가 너무 높게 형성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쿠팡의 주가는 연간 세전영업이익(EBITDA)이 중장기적으로 3조6천억~3조9천억 원까지 확장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돼 있다”며 “이커머스시장에서 이 정도 수준의 세전영업이익 마진은 시장점유율 1등 기업이 아니라면 달성하기 어려운 수준이다”고 분석했다.
쿠팡은 아직 영업이익을 내지 못하며 적자를 계속 보고 있는데 2020년 세전영업손실은 2662억 원에 이른다.
주가매출액비율(PSR)로 봐도 쿠팡은 2020년 기준 5배인데 미국 아마존의 4.2배보다 높다.
주가매출액비율은 특정 기업의 시가총액을 매출로 나눈 값으로 현재는 적자를 내고 있지만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성장기업을 평가할 때 주로 활용된다.
쿠팡이 지금처럼 높은 기업가치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성장속도 덕분이다.
쿠팡은 매년 적자를 내고 있지만 외형 측면에서는 국내의 어떤 기업보다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왔다. 쿠팡 매출은 2016년 2조9159억 원이었지만 매년 2배가량 늘어나 2020년에는 13조3천억 원까지 커졌다.
일각에서는 쿠팡의 성장성이 지속되려면 해외진출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김 의장은 우선 한국 이커머스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는 데 집중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김 의장은 11일 뉴욕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쿠팡의 해외진출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한국은 아마존과 알리바바가 장악하지 못한 이커머스시장이고 저평가할 수 없다”며 “한국 이커머스시장의 규모는 절대 작지 않으며 지속적으로 투자를 하겠다”고 대답했다.
쿠팡은 빠른 배송과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계획된 적자’를 통해 국내 이커머스시장의 흐름을 바꿔놨다. 하지만 여전히 네이버, 이베이코리아 등 경쟁사는 견고하고 SSG닷컴, 롯데온 등 신규 진입자도 늘고 있다.
김 의장은 배송을 더 강화해 경쟁자와 격차를 벌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위해 8억7천만 달러(약 1조 원)를 투입해 7개 지역에 물류센터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물류센터를 확장하게 되면 쿠팡은 더 많은 직매입상품을 빠르게 배송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풀필먼트(물류 일괄대행)로 수익을 강화해 흑자전환을 노릴 수 있다.
쿠팡은 지난해 7월부터 ‘로켓제휴’라는 풀필먼트서비스를 선보이며 일정한 수수료를 받고 오픈마켓에 입점한 판매자의 물류 일괄대행을 진행하고 있다. 로켓제휴수수료는 기존 입점수수료 대비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풀필먼트서비스는 기존 물류시설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비용이 적게 들어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아마존도 지난해 기준 전체 매출의 20%가량을 풀필먼트서비스를 통해 거두며 수익성을 높이고 있다.
쿠팡의 이커머스업체 인수합병 가능성도 여전히 열려 있다.
김 의장은 인수합병 관련해 “대단히 많은 분석과 고민을 통해 옳은 판단이라고 확신이 서지 않으면 안 하는 편이다”면서도 “아예 문을 닫은 건 아니다”고 말했다.
쿠팡이 인수할 대상으로는 이베이코리아, 홈플러스, 요기요 등이 거론되고 있는데 특히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한다면 쿠팡은 국내 이커머스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달성할 수 있다. 국내 이커머스시장 점유율은 네이버가 17%, 쿠팡이 13%, 이베이코리아가 12%를 차지하고 있다.
김 의장은 장기적으로 해외진출 가능성도 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이커머스시장 규모가 세계 4위로 작지는 않지만 성장성 측면에서 한계가 분명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에서는 쿠팡의 중국, 동남아시아 진출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쿠팡은 현재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에 사무실 두고 있고 지난해 7월 싱가포르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업체인 ‘훅’의 소프트웨어사업을 인수하기도 했다.
이지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쿠팡은 공모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활용해 오픈마켓 확대를 위해 물류, 광고, 컨설팅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며 “기술 발전 및 인프라 확대를 위한 공격적 투자를 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해외진출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