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커피전문점 스타벅스가 15년 만에 호주 내 24개 매장을 팔고 철수한다. 호주의 개성있는 커피점들의 품질에 밀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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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CEO |
호주 일간지 디오스트레일리안은 28일 스타벅스가 호주시장에서 철수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스타벅스가 호주에 남은 24개 점포를 현지 소매기업인 위더스그룹에 매각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위더스그룹은 호주 최대 편의점 체인인 세븐일레븐을 운영하고 있다.
제프 한스베리 스타벅스 중국과 태평양지역 사장은 “우리는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지역에서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스타벅스의 호주시장 철수 결정은 매출 부진에 따른 것이다. 스타벅스는 2000년 호주 시장에 진출했을 때부터 글로리아 진스 등 커피전문점과 경쟁에서 밀렸다. 첫 8년 동안 1억4300만 호주달러(약 1400억 원) 적자를 냈다.
스타벅스는 2008년에 84개 매장 중 60개가 수익이 나지 않자 폐쇄하는 등 전체 매장의 75%를 정리했다. 스타벅스는 또 그해 직원 685명을 해고하는 등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후 대도시에 매장을 집중하는 등 경영전략을 바꿨지만 결국 실적부진을 만회하지 못하고 철수를 결정했다.
스타벅스를 밀어낸 호주의 토종 커피회사는 글로리아 진스가 대표적이다. 미국인에 의해 작은 가게에서 탄생해 1996년 호주에 상륙한 뒤 호주시장에서 비약적 성공을 거뒀다. 글로리아 진스는 2005년 미 본사로부터 세계 프랜차이즈 사업권을 따내 호주법인으로 2005년 완전 독립했다.
스타벅스가 호주에서 실패한 이유는 독특한 커피 문화를 보유하고 있는 호주에서 현지화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스타벅스는 “호주는 매우 섬세한 커피 문화를 갖고 있다”며 “다른 어떤 시장에서 찾아볼 수 없는 문화”라고 말했다.
이는 다민족 다문화의 문화적 토양에 스타벅스가 적응하지 못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호주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터키, 그리스, 이탈리아로부터 건너온 이민자들이 호주로 건너왔다. 그들은 호주의 커피문화를 주도했다.
호주 소비자들은 스타벅스의 질이 지역 커피점에 비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멜버른의 한 카페 주인은 “호주는 바리스타들이 지난 50년대부터 에스프레소 기계를 통해 커피를 공급해 왔다”며 “스타벅스는 맥도날드같은 커피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는 커피의 질보다 위치와 편의성의 접근법을 장점으로 내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벅스는 올해 1분기 유럽, 중동, 아프리카 등 그동안 지역 카페에 밀려 고전하던 지역에서 평균 6%의 매출증가를 이뤄냈다.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 1분기에 7% 정도 매출이 늘었다. 파이낸셜 타임즈가 조사한 글로벌 브랜드 순위에서도 스타벅스는 전년에 비해 순위가 10계단 이상 크게 뛰어올랐다.
미국 경제지 '쿼츠'의 스타벅스 국가·도시별 매장수와 분포도에 따르면 서울에 284개의 스타벅스 매장이 영업중이어서 스타벅스가 진출한 63개국 중 가장 많다.
스타벅스를 사들이기로 한 위더스그룹은 호주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춘 현지화와 적극적 마케팅을 통해 스타벅스를 호주의 대표적 커피 브랜드로 키우겠다고 했다. 위더스그룹 관계자는 “스타벅스는 호주시장에서 성장할 수 있는 강력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며 “호주 소비자들의 취향을 고려한 현지화와 브랜드에 대한 투자를 통해 스타벅스를 호주의 대표적 브랜드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