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에는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정기 주주총회가 잇따라 열린다.
이번 주주총회의 관전 포인트는 주요 기업들의 대표이사 및 사외이사 선임 등인데 상당수 제약사들의 최근 실적이 양호했고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비상경영이 이어지는 만큼 변화보다는 안정을 선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조욱제 유한양행 총괄부사장(왼쪽부터)과 허일섭 GC녹십자 회장, 김영주 종근당 대표이사 사장. |
9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3월에 유한양행과 GC녹십자, JW중외제약, 일동제약, 광동제약, 동아에스티, 보령제약, 동국제약, 대원제약 등 주요 상장제약사들이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3월19일 유한양행·대원제약·동국제약·삼일제약·환인제약을 시작으로 23일 삼천당제약·알리코제약, 24일 동아에스티, 25일 GC녹십자, 26일 광동제약·보령제약·삼진제약·일동제약·JW중외제약의 주총 일정이 잡혔다.
앞서 상장제약기업 중 유일하게 11월말 결산법인 현대약품은 2월26일 충남 천안시 본사에서 정기 주총을 개최했다.
이번 주총에는 주요 제약사들의 오너와 전문경영인들의 대표이사 재선임안건이 올라와 있다.
먼저 김영주 종근당 대표이사 사장, 윤재춘·전승호 대웅제약 대표이사 사장, 엄대식 동아에스티 대표이사 회장, 이정치 일동홀딩스 대표이사 회장, 한성권 JW홀딩스 대표이사 사장 등 제약사 20여 곳의 대표 임기가 만료된다.
녹십자홀딩스(GC) 공동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허일섭 회장과 허용준 사장 임기도 3월27일 끝난다. 허일섭 회장은 25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에 재선임될 것으로 보인다.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이사 사장은 2012년부터 회사를 이끌어왔는데 연임 여부가 불투명하다. 이 사장은 '인보사 사태'의 중심에 서 있다.
셀트리온과 유한양행,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일찌감치 대표 교체를 확정했다.
3월에 제약회사들의 상장도 예정되어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와 네오이뮨택,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 라이프시맨틱스 등이 유가증권시장에 데뷔한다.
◆ 셀트리온
기우성 셀트리온그룹 부회장과 김형기 셀트리온헬스케어 대표가 이끄는 전문경영인체제가 출범한다.
서정진 회장의 임기는 3월23일 끝나지만 코로나19 항체치료제 렉키로나의 임상3상 마무리와 글로벌 출시에는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서 회장은 2월 말 “3월에 정식 은퇴를 할 예정이지만 코로나19 항체치료제 렉키로나에 대해서는 은퇴 후에도 조금 관여를 하게 될 것 같다”며 “이밖에 그룹에 큰 문제가 생길 경우 ‘소방수’ 역할 정도를 담당할 계획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셀트리온은 올해 상반기 안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비후성심근증(HCM) 치료를 위해 개발하고 있는 신약 ‘CT-G20’의 임상1상 시험계획을 신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셀트리온은 이를 위해 미국에서 임상시험기관 3곳을 확보해 뒀다.
폴란드에서는 최근 신약 CT-G20의 임상1상 환자 모집을 시작했다.
세계에서 비후성심근증 치료제로 공식 승인받은 의약품은 아직 없는데 셀트리온은 CT-G20을 화학합성 신약으로 개발하고 있다.
◆ 유한양행
유한양행은 등기임원 중 이정희 대표이사 사장, 조욱제 부사장, 박종현 부사장, 김상철 전무, 이영래 전무, 이병만 전무 중 6명의 임기가 3월20일 만료된다.
유한양행은 임기가 종료되는 이정희 대표이사 사장의 후임을 이미 내정했다. 유한양행은 전통적으로 부사장에서 총괄부사장을 거친 뒤 대표이사 자리에 오르는데 지난해 7월 조욱제 부사장을 업무 총괄로 임명하며 다음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유한양행은 3월19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이사 5명을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한다. 조욱제·이병만 사내이사 재선임과 이정희 기타비상무이사, 신영재·김준철 사외이사 선임안건을 주총에서 의결한다.
조욱제 대표 내정자는 고려대 농화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1987년에 유한양행에 입사했다. 지난 34년 동안 유한양행에서 영업업무를 주로 담당했으며 2019년 경영관리본부장을 맡았고 지난해 총괄 부사장에 선임됐다.
◆ GC녹십자
GC(녹십자홀딩스) 공동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허일섭 회장과 허용준 사장 임기가 3월27일 만료된다.
허일섭 회장은 25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에 재선임될 것으로 보인다. 주총에는 허용준 사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안건도 함께 오른다.
GC는 아직 대표이사 교체 등에 대한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보인 만큼 대표 교체 없이 기존 그대로 갈 것이라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GC 계열사의 2020년 매출을 살펴보면 GC녹십자는 1조5041억 원(전년보다 10.8% 증가), GC녹십자엠에스는 1133억 원(39.1% 증가), GC녹십자랩셀은 856억 원(47.8% 증가)을 보였다.
이에 큰 문제가 없다면 허일섭 GC 대표이사 회장, 허용준 GC 대표이사 사장은 연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제약업계는 바라보고 있다.
◆ 종근당
종근당의 경우 아직 대표이사 교체 등을 놓고 구체적 언급이 없다.
김영주 대표이사 사장은 2015년 이후 종근당 성장에 크게 기여한 바 있기 때문에 1차례 더 신임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종근당은 2020년 매출 1조3030억 원으로 2019년보다 20.7%나 증가하는 등 좋은 실적을 냈다. 영업이익은 2019년보다 66.2% 늘어난 1239억 원을 거뒀다.
◆ 대웅제약
대웅제약은 지난해에도 연간 매출액 ‘1조 클럽’은 달성했지만 각종 악재로 영업이익이 대폭 감소하면서 전승호·윤재춘 대표이사 사장의 연임을 확신할 수 없다.
전승호·윤재춘 공동대표의 임기는 3월23일까지다.
두 사람이 취임한 2018년에는 영업이익은 276억 원이었는데 이듬해인 2019년 영업이익은 447억 원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하지만 2020년에는 영업이익 170억 원으로 큰 폭으로 하락했다.
전승호, 윤재춘 두 전문경영인이 이끌던 대웅제약의 실적이 급격히 하락함에 따라 윤재승 전 회장의 복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윤 전 회장은 직원들을 향한 폭언, 욕설 등 ‘막말 갑질’ 논란으로 2018년 사임했다.
그러나 지난해 영업이익이 줄어든 원인으로 전문의약품 '알비스' 판매금지와 보툴리눔톡신 제제 ‘나보타’ 소송비용 증가가 꼽히는 만큼 사실상 전승호·윤재춘 대표의 경영에는 문제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사임 이후에도 그룹 지배력이 높은 윤 전 회장이 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복귀할 이유가 없다는 시각도 있다.
◆ SK바이오사이언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유가증권(코스피) 시장 상장을 눈앞에 뒀다.
9~10일 이틀간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일반 공모주 청약에 들어간 뒤 18일 코스피시장에 상장한다.
앞서 4~5일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는 127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흥행을 예고했다.
공모 규모가 약 1조5천억 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기관들이 써낸 금액은 무려 1천조 원에 이른다. 수요예측에는 국내 1172곳, 외국 292곳 등 모두 1464곳이 참여했다.
공모가는 희망범위 최상단인 6만5천 원으로 결정됐다. 이번 공모로 SK바이오사이언스는 1조4918억 원을 조달하게 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공모자금을 시설 투자와 플랫폼 기술 확보, 글로벌 현지화, 차세대 폐렴구균 백신, 운영 자금 등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18년 7월 SK케미칼에서 분사해 설립된 바이오 기업이다. 독감 백신과 대상포진 백신, 수두 백신 등을 개발·판매한다.
최근에는 아스트라제네카와 노바백스의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으로 주목받았다. 내년 출시를 목표하는 합성항원 방식의 자체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은 임상에 들어갔다.
◆ 네오이뮨텍
제넥신의 관계사 네오이뮨텍도 3월 중순 코스닥에 입성한다.
네오이뮨텍은 T세포 중심의 면역항암 신약을 연구 개발하는 회사로 2014년 제넥신으로부터 분사돼 설립됐으며 본사는 미국 메릴랜드주에 있다.
주요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은 제넥신으로부터 기술 도입한 T세포 기반 면역항암제 NT-17이다. 네오이뮨텍은 북미, 중미, 남미, 유럽 시장에서 NT-17의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 NT-17은 면역세포인 T세포의 증폭을 유도해 암세포를 사멸한다.
NT-17은 기존 항암치료제와의 병용투여시 치료율이 대폭 올라가는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오이뮨텍은 면역관문억제제 병용 CHECK-7 프로그램을 통해 다국적제약사 머크의 키트루다와 고형암 대상 병용투여 임상2a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로슈의 티센트릭과 피부암 대상 병용투여 임상1b·2a상, 비소세포폐암 대상 임상2상을 진행 중이다.
또 BMS의 옵디보와 위∙식도암 대상 병용투여 임상2상을 진행하고 있다. 임상을 마친 뒤 2025년쯤 상용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기업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도 3월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다.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설립된 항체의약품 및 바이오의약품 전문 생산기업이다. 현재 6천 리터 규모의 제1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관계사인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의 파이프라인 2개 제품 개발에 참여해 공정 개발 및 임상 시약 생산, 각종 특성 분석 등을 위한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는 2022년 말 제2공장 완공으로 생산력을 강화하고 성장이 예상되는 CDMO(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과 위탁개발)분야에서 입지를 다진다는 목표를 세워뒀다.
제2공장에는 공정 유연성이 강화된 제조 시스템과 스마트팩토리 플랫폼을 도입한다. 제2공장이 완공되면 전체 생산규모는 10만4천 리터로 증가한다.
◆ 라이프시맨틱스
디지털치료제기업 라이프시맨틱스가 기술성장기업(사업모델기업) 특례를 적용받아 3월23일 코스닥에 진출한다. 디지털치료제기업이 유가증권시장에 데뷔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라이프시맨틱스는 2012년 설립돼 인공지능 기반의 디지털헬스기술 플랫폼 라이프레코드와 이를 기반으로 한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응용서비스인 디지털헬스 솔루션 등 3개 분야의 사업모델을 보유하고 있다.
라이프레코드는 개인 건강 데이터를 수집·저장·분석하는 클라우드 기반의 플랫폼으로 데이터 관리, 정보 처리, 인공지능(AI) 예측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라이프시맨틱스는 상장 후 국내 레퍼런스를 기반으로 미국 임상 등을 추진해 글로벌 디지털헬스 선도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워뒀다.
김상표 키움증권 연구원은 라이프시맨틱스를 두고 "파편화된 의료데이터를 통합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디지털헬스 서비스분야 풀라인업을 구축한 유일한 회사다"라며 "비대면 진료를 통해 촉발되는 전후방산업의 성장이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바라봤다.
디지털헬스시장은 규제 개선과 정책 지원 등이 동반될 때 연평균 최소 20~30% 성장할 수 있는 시장으로 꼽힌다. 국내의 경우 의료기기산업법을 비롯해 관련 규제체계가 마련되고 있는 만큼 급성장이 예상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병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