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이사장은 콜센터 노동자들이 1일부터 파업에 돌입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17일 참여연대와 보건의료단체연합 등 시민단체와 만나 의견을 듣고 해법을 논의했다.
23일에는 고용노동분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노동연구원을 방문해 황덕순 노동연구원 원장에게 문제 해결을 위한 자문을 구했다.
김 이사장의 이러한 행보는 기존과는 사뭇 다르다.
그동안 콜센터 노동자들이 노조를 구성하고 처우 개선과 직접고용을 요구해 왔지만 정규직 노조가 이에 반대하며 거세게 반발하자 김 이사장은 이와 관련해 소극적 태도를 유지해 왔다.
문재인 정부가 2017년 7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내놓자 김 이사장은 이에 따라 2019년 시설관리, 경비 등 용역근로자 62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건강보험공단 정규직 전환대상의 80%가량을 자치하고 있는 콜센터 노동자 1600여 명의 정규직화는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건강보험공단과 비슷한 업무를 맡고 있는 국민연금공단과 근로복지공단이 이미 2019년 콜센터 노동자들의 직접고용을 마친 것과 비교해 건강보험공단이 유독 콜센터 노동자 정규직화에 소극적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김 이사장의 태도변화는 최근 국회에서 이와 관련한 비판이 나온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6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다른 공단들의 사례를 들며 “건강보험공단 콜센터 업무는 국민의 건강과 관련돼 있기 때문에 공공성이 상당히 강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며 "다각도로 신중히 검토해서 공공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는 방향으로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건강보험공단 콜센터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이 추진되지 않은 것을 두고 “건강보험공단 정규직 노조의 반대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조속히 이해관계자들 사이에 의견을 조율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도하겠다"고 답변했다.
콜센터 노조는 김 이사장이 시민단체와 노동연구원 원장 등을 만나면서 문제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을 보고 25일 파업을 철회하며 한발 물러섰다.
콜센터 노조는 파업을 철회하며 낸 보도자료에서 “조합원들 가운데는 파업을 더 지속하고 끝장을 보자는 의견이 많았다”며 “하지만 시민사회단체 대표자들이 국민건강보험 고객센터 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위해 역할을 하겠다는 점을 고려해 파업 철회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김 이사장이 콜센터 노동자들의 직접고용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만큼 그동안 강하게 반대해온 정규직 노조를 설득할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건강보험공단 정규직 직원들은 여전히 콜센터 노동자 직접고용을 두고 성과급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와 공정성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강한 반감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김 이사장은 정규직 노조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기존 정규직과 콜센터 노동자들의 인건비 예산을 분리하는 방법 등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콜센터 노동자들의 직접고용을 마친 국민연금공단은 기존 정규직 노동자들과 직접고용된 콜센터 노동자들의 인건비 예산을 따로 설정해 정규직 노동자들의 성과급 축소와 관련한 우려를 잠재웠다.
이를 통해 국민연금공단은 정규직 노동자들의 반발을 최소화하며 콜센터 노동자들의 직접고용을 끝낼 수 있었다.
건강보험공단은 조만간 민간위탁사무협의회를 열고 콜센터 노동자들의 직접고용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침을 논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그동안 코로나19 위기와 정규직 노조의 반발로 민간위탁사무협의회를 열지 못했다”며 “조만간 회의를 열고 콜센터 노동자들의 직접고용문제 해결을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