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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식 편의점'은 성공할 수 있을까

이민재 기자 betterfree@businesspost.co.kr 2014-05-27 16:4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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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용진식 편의점'은 성공할 수 있을까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편의점사업을 본격화한다. 독립형 편의점사업 모델과 PB(자체제작)상품을 통해 승부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정 부회장의 편의점이 ‘빅3’가 지배하는 편의점시장에서 태풍의 핵이 될지 아니면 미풍에 그칠지 주목된다.


신세계그룹이 6월 서울에 1호점을 열며 편의점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고 27일 밝혔다. 신세계는 “국내 최초로 가맹점주에게 편의점 운영과 관리 권한을 대폭 위임한 독립형 편의점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편의점사업은 정용진 부회장이 유통사업의 정체를 벗어나기 위해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다. 신세계그룹은 올해 초 편의점 프랜차이즈 회사인 ‘위드미’를 인수하고 2월 계열사로 편입하면서 편의점 사업에 뛰어들었다. 신세계그룹은 아울렛과 백화점, 급식사업장 등에 직영매장을 입점시키며 사업에 앞서 시장반응을 탐색해왔다.


업계에선 유통공룡인 신세계그룹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사업인 만큼 국내 편의점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미 ‘CU’와 ‘GS25’, ‘세븐일레븐’의 ‘빅3’가 시장을 점령한 상태이기 때문에 신세계가 편의점시장에서 자리잡기 어려울 거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신세계그룹이 선발 빅3에 도전하기 위해 가지고 나온 무기는 무엇일까? 정 부회장은 이마트 PB상품과 독립형 편의점을 앞세워 정면승부를 예고했다.


◆ PB상품 통한 저가공세에 나서다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제품들은 일반적으로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제품보다 가격이 비싸다. 본사에 내야 하는 수수료와 24시간 영업에 따른 인건비 및 관리비 등이 물품가격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편의점업계의 한 관계자는 “편의점의 경우 유통마진과 물류비, 판매장려금 등으로 50% 정도의 수수료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신세계그룹은 브랜드 상품(NB, National Brand)보다 저렴한 자체브랜드(PB, Private Brand) 상품을 내세워 비싼 편의점의 이미지를 깨뜨리겠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PB상품은 제조업체에 생산을 위탁한 뒤 유통업체의 상표를 붙여 판매하는 ‘주문자 상표부착(OEM)’ 방식으로 생산되는 제품을 말한다. PB상품은 보통 NB상품보다 가격이 20~30% 저렴하며 최대 50%까지 싼 제품도 있다. 유통업체들은 PB상품을 통해 중간 유통단계를 줄이고 마케팅비를 아낄 수 있기 때문에 원가 절감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PB제품은 과거 ‘싸구려’라는 소비자들의 인식과 떨어지는 품질 때문에 NB상품에 밀렸다. 하지만 장기불황에 따른 실속형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제조업체들이 품질 경쟁력을 끌어올린 결과 최근 매출이 크게 늘어났다.


이마트는 지난해 전체 매출의 22%인 3조1천억 원을 PB상품 판매로 올렸다. 편의점의 경우 세븐일레븐이 매출의 34.9%를 PB상품 판매에서 거뒀고 CU와 GS25의 PB상품 매출 비중도 각각 32.5%와 31.1%로 높은 편이다.


특히 이마트 PB상품의 경쟁력을 고려하면 신세계의 편의점사업은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1996년 ‘이플러스 우유’란 국내 최초 PB상품을 선보인 이마트는 현재 1만8천여 개나 되는 PB상품을 팔고 있다. 이마트 PB화장지와 종이컵, 쌀 등은 매출 1위 품목이다. 우유와 생수는 2위를 차지하며 각각 1위 브랜드인 서울유유와 삼다수를 추격하고 있다.


신세계그룹 계열사인 신세계 푸드의 지원사격도 기대된다. 신세계 푸드는 2003년부터 이미 삼각김밥과 도시락, 샌드위치 등 신선식품을 편의점에 공급해왔다. 올해 초부터 ‘요리공食’이란 간편 가정식 브랜드를 출시하며 식품제조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신석식품이 편의점 주력상품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신세계그룹의 편의점은 경쟁사보다 앞서는 품질 및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 독립형 편의점으로 논란 피하다


신세계그룹은 이번에 시작하는 편의점사업이 국내 최초의 독립형 편의점이라고 강조한다. 독립형 편의점은 기존 프랜차이즈보다 가맹점주의 권한이 강하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이는 원래 위드미가 조합형태로 운영됐던 것을 그대로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또한 상생을 위해 점주의 수익을 최대화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정 부회장의 의지도 반영됐다고 알려졌다.


신세계그룹이 독립형 편의점 사업모델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차별화 전략을 통해 최대한 많은 가맹점 수를 끌어들일 수 있다. 신세계그룹이 편의점시장에 안착하려면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점포수를 늘려 선두업체들과 경쟁하는 것이 급선무다. 신세계그룹은 편의점 시장 후발주자로서 몸집을 키우기 위해 독립형 편의점이란 유인책을 제시한 것이다.


그동안 논란이 됐던 골목상권 침해와 갑을논란도 사전에 차단할 수 있게 됐다. 신세계그룹은 점주에게 물품만 공급하고 신세계그룹 브랜드 외의 다른 브랜드도 공급받을 수 있게 했다. 직영점도 신세계가 소유하고 있는 부지에만 내기로 했다.


다른 편의점 프랜차이즈와 달리 매출의 일부를 수수료로 내지 않아도 된다. 또 24시간 운영도 가맹점주들이 선택할 수 있다. 지난해 CU와 세븐일레븐 점주가 자살하며 불거진 갑을논란의 원인은 심야영업 없이는 본사 수수료도 내기 어려운 잘못된 계약에 있었다.


◆ 정용진의 승부수, 성공 가능성은 미지수


정용진 부회장은 편의점사업의 성공을 위해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편의점사업의 주요 수익원인 로열티와 유통마진을 없애 당장의 수익성을 기대하기보다 영업망을 확대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는 게 정 부회장의 전략으로 보인다. 업계는 정 부회장의 전략이 기존 편의점주뿐 아니라 동네 슈퍼를 운영하는 개인사업자들도 끌어들일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이미 CU와 GS25, 세븐일레븐이 부동의 3강체제를 형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신세계 편의점이 얼마나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현재 국내 편의점 수는 약 2만5천 개인데 이들 세 업체의 점포수는 2만3167개로 92%가 넘는다. 신세계가 빈틈을 찾기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 편의점이 점차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는 점도 신세계그룹에 악재로 작용한다. 업계에선 점포당 인구수가 2500명 정도면 편의점산업이 성숙기에 접어든 것으로 본다. 현재 국내 편의점 점포당 인구수는 약 2300명 가량이다. 기존 편의점 사업자들이 부실점포를 대량 정리하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PB상품 판매에 목을 매는 것도 포화된 편의점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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