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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
한일 간 ‘위안부 졸속 협상’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이 협상결과를 지지하는 발언을 한 데 대해 야권은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공식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하고 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4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반 총장의 발언은 위안부 문제에 대해 유엔이 그동안 보여온 입장과 상충된 발언”이라며 반 총장과 유엔의 공식입장을 요구했다.
유엔은 그동안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각종 산하 인권기구들을 통해 일본정부에 법적 책임 수용과 피해자에 대한 정의 회복과 배상, 책임자 기소 등을 권고해 왔다.
유엔의 이런 입장은 이번 한일 간 합의와 거리가 멀다. 이번 합의대로라면 정의 회복은커녕 책임자 기소는 꿈도 꿀 수 없게 된다.
정 최고위원은 “반 총장은 유엔의 기본입장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발언을 하고 있다”며 “느닷없이 박 대통령에게 합의를 축하한다고 한 것은 반 총장 개인의 입장인지, 유엔 입장인지 분명히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지낸 인명진 목사도 반 총장의 발언을 ‘망발’이라며 강하게 성토했다.
인 목사는 4일 “유엔의 수장인 반 총장이 유엔의 기본방침과 달리 '협상이 잘 됐다'고 하는 건 망발”이라고 밝혔다.
인 목사는 “이 문제 때문에 국내가 시끄럽고 많은 사람들의 반대여론이 빗발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은 피해자들의 가슴에 못을 박는 행위”라고 질타했다.
반 총장은 1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화해 “한일 양국이 이번에 24년 동안 어려운 현안으로 되어 있었던 위안부 문제에 대해 합의에 이른 것을 축하한다”며 “박 대통령께서 비전을 갖고 올바른 용단을 내린 데 대해 역사가 높게 평가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한일 간 어려운 관계가 지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음에 비추어 국교 정상화 50주년의 해가 가기 전 협상이 타결된 것을 매우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반 총장의 발언이 전해지자 최근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한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장은 2일 "반 총장은 어떻게 보면 특별한 한일관계, 동북아 내 전범국인 일본의 특수성의 혜택을 입은 것"이라며 "그럼에도 아파하는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피해자 할머니들과 대한민국을 비롯한 피해국 국민의 아픔과 상처를 헤집고, 분노를 유발하는 엉뚱한 한일협상 지지 발언은 온당치 않다"고 지적했다.
반 총장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주자 1위로 꼽히는 인물이다. 반 총장은 언행에 신중하기로 유명하다.
이런 반 총장이 박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발언을 내놓은 것은 그동안 친박계가 ‘차기 대선주자 반기문’에게 보내온 ‘러브콜’에 대한 화답이라는 견해가 많다.
반 총장은 지난해 9월 박 대통령이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했을 때 박 대통령과 7차례나 만나며 ‘반기문 대망론’에 힘이 실리기도 했다.
반 총장을 대선주자로 영입하려는 시도는 여권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4일 차기 대선에 반 총장을 직접 영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반 총장은 아주 훌륭한 후보이고 새누리당으로 와야 한다”며 “총선이 끝나면 내가 직접 영입에 나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