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이동통신사 퍼주기가 끝날 전망이다. 구글은 통신사와 9대1의 비율로 나누던 모바일앱 판매 수수료를 5대5의 비율로 바꿀 방침이다. 이통사들은 반발하지만, 뾰족한 대응책은 없다. 구글의 스마트폰 운영 체제인 안드로이드가 국내 스마트폰 OS의 86%를 점유하고 있어 섣불리 구글의 심기를 거스를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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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글의 앱 장터 구글플레이는 전세계적으로는 애플의 앱스토어에 밀려 점유율 2위이지만, 국내에서는 점유율 1위를 자랑하고 있다. |
◆독점시장 형성까지 기다린 구글
애플이 운영하는 앱 마켓인 앱스토어의 경우, 개발자는 앱 판매 수익의 70%를 갖고 나머지 30%는 애플 이 수수료로 가져간다. 애플은 통신사에게 금액을 분배하지 않았지만, 시장 후발 주자였던 안드로이드는 똑같이 30% 수수료를 취하되 그 수수료를 통신사와 다시 9대 1로 분할해 나눠 가졌다. 통신사가 앱 판매 금액 총액의 27%를, 구글이 3%를 가져가는 구조였다.
이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를 두고 "구글이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통신사에게 제공했던 미끼였다"고 말했다. 구글이 애플의 아이폰보다는 안드로이드가 탑재된 다른 스마트폰을 더 적극적으로 판매하게끔 하기 위해 통신사에게 수수료의 큰 금액을 선뜻 떼어주며 기다렸다는 것이다. 그는 "전세계적으로 애플의 앱스토어가 매출 1위, 구글의 구글플레이가 매출 2위인 추세인데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만 구글이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 이유가 뭐겠나"며 구글의 한국시장 점령에 통신사들의 '밀어주기'가 크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구글은 기존 수수료 분배 정책이 불리했지만, 시장을 장악할 때까지 숨죽이고 기다렸다는 것이 업계의 전반적인 관측이다. 실제로 시장 점유율이 일정 수준 이상 올라가자 구글은 수수료 분배 비율을 변경하기 위한 준비를 해 왔다. 구글은 지난 2012년부터 조금씩 수수료 분배의 조정에 대해 말을 꺼내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은 현재 국내 유료 앱 시장에서 독보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국내 통신사들의 독자적인 앱 판매 전용 오픈마켓인 티스토어, 올레마켓, 유플러스마켓 등을 모두 합쳐도 구글플레이의 매출을 따라가지 못한다. 이동통신사의 또다른 관계자는 "구글은 해외회사라서 각종 규제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부가가치세를 내지 않는다. 그래서 똑같은 유료 앱이 있으면 국내 오픈마켓이 10% 정도 더 비싸다. 소비자들은 당연히 더 저렴하게 구입하려고 하기 때문에 경쟁력을 갖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SK플래닛의 티스토어는 국내 오픈마켓에서 1위 지위를 유지해 왔지만, 카카오의 티스토어 인수설은 지난해 말부터 자꾸 고개를 들고 있다.
구글이 지금은 수수료를 5대5의 비율로 나누자고 제안했지만 언제 이 비율을 구글 측에 더 유리하게 바꾸려고 할 지 모른다고 이통사들은 생각한다. 유일한 대안은 다른 OS인데,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통사의 한 관계자는 "스마트폰 시장에 다른 OS가 들어와도 2강 체제가 워낙 견고해 지금의 구도를 무너뜨리기 어려울 것"이라며 "삼성이 타이젠을 내놓는다고 해도 안드로이드의 철옹성을 깨뜨리긴 쉽지 않을 텐데, 구글은 어쨌든 국내 시장에서 너무 큰 영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추이를 더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신사는 발 동동, 소비자는 냉담
통신사들은 당장 월 수십억원에 달하는 수수료가 공중분해될 상황이라 반발심을 보이고 있지만, 직접적인 타격을 입지 않는 개발자들과 소비자들은 냉담한 반응이다.
모바일 앱 개발자 박아무개씨는 구글의 이번 정책 변경이 앱 가격에는 실질적인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으로 추측했다. 박씨는 "개발자 입장에서는 달라지는 게 없어 기존 개발 방침에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앱을 유통하면서 30%의 수수료를 떼어줘야 하는 건 (구글의) 플레이스토어나 (애플의) 앱스토어나 마찬가지이고, 그 30% 중 이동통신사의 몫이 얼마인지는 몰랐고 관심도 없었다"며 "생각해 보면 장터를 제공해 주는 건 구글이고 통신사는 결제대행 시스템만 제공할 뿐인데, 기존의 배분 방식이 오히려 이상했던 것 같다"고 했다.
소비자들도 기존까지의 수수료 책정 방식이 기형적이었다는 의견을 보였다. 한 스마트폰 이용자는 "오히려 통신사들이 이 일을 핑계 삼아 통신 요금을 올릴까봐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