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송현동 부지 매각에 여유를 보이고 있다.
대한항공이 실적에서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고 유상증자를 통해 재무적 체력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가 채권단이 요구한 2조 원의 현금확보도 마무리했기 때문이다.
▲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겸 한진그룹 회장. |
8일 항공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이 재무적 체력을 갖춘 만큼 난항을 겪고 있는 송현동 부지 매각을 두고 숨고르기에 들어갈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의 중재로 송현동 부지를 놓고 서울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삼각거래를 통해 매각하려고 했다.
그러나 서울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가 맞교환할 유력후보지인 마포구 서부운전면허 시험장 부지를 두고 협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송현동 부지 매각은 난항을 겪게 됐다.
마포구 주민들과 시의원 등 지역 정치권이 반대입장을 보인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가 송현동 부지를 매입하기 위해서는 서울시의회 의결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가장 가까운 임시회는 올해 2월22일~3월5일인 것으로 파악된다.
여기에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2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도 사장이 공석이어서 송현동 부지 매각이 당분간 해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송현동 부지 매각은 난항을 겪고 있지만 대한항공은 이익체력을 갖춘 것으로 파악된다.
대한항공은 최근 공시에서 2020년 별도기준으로 매출 7조4050억 원, 영업이익 2383억 원을 봤으며 유상증자 규모도 주가상승에 따라 기존 2조5천억 원에서 3조3천억 원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올해 3월에 진행될 유상증자가 미달되더라도 잔여물량을 주관사가 모두 인수하기로 했기 때문에 자본확충 계획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여기에 다른 유휴자산 매각 절차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유동성문제도 완화되고 있는 점도 대한항공이 송현동 부지 매각에 매달리지 않는 배경으로 추정된다.
박소영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대한항공 신용등급 보고서에서 “대한항공은 정부의 정책금융지원을 받았고 자체적 자구노력을 통한 현금 확보 및 자본확충을 순조롭게 진행해 유동성 우려가 완화됐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1조1천억 원 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했고 올해 기내식 사업을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9906억 원을 받고 매각하는 절차를 마무리했다.
요트사업을 하는 왕산레저개발과 공항버스 운송업체 칼리무진 매각 절차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11월 칸서스자산운용·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과 왕산레저개발을 1300억 원에 매각하기로 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대한항공은 올해 2월에는 자회사인 항공종합서비스를 통해 사모펀드 운용사 케이스톤파트너스에 칼리무진을 매각하기 위한 주식 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매각금액은 300억 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대한항공이 그동안 송현동 부지 매각에 매달려 왔던 이유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이 지난해 4월 대한항공에 1조2천억 원 상당을 지원하면서 2조 원의 유동성을 확보하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코로나19의 불확실성이 상당히 크고 유동성 확보를 위해 채권단에 지속해서 손을 벌릴 수 없는 처지였기 때문에 자구노력에 최선을 다한다는 취지에서 송현동 부지 매각에 집중했다.
그러나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결정되면서 정부지원이 늘어난 데다가 실적 방어에 성공했고 다른 유휴자산 매각이 순조롭게 이뤄져 유동성 위기를 넘으면서 송현동 부지에 목을 맬 필요성이 줄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국책은행이 1조2천억 원을 대한항공에 지원하면서 확보하라고 요구한 2조 원의 자금을 이미 마련했다”며 “송현동 부지 매각과 관련해서는 장기화가 예상되고 있어 다른 자산 매각에 집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