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전기사업법 개정안으로 신재생에너지발전사업에 직접 참여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투자기준을 마련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한국전력은 민간발전사가 한국전력의 신재생에너지발전시장 잠식을 우려하는 점을 고려해 전기사업법 개정안 입법 과정에서 사업범위를 나누는 등 우려를 해소하는 방안도 세울 것으로 보인다.
3일 한국전력에 따르면 최근 신재생에너지발전사업 직접 참여를 위한 사전작업으로 ‘국내 신재생발전사업 환경 분석 및 리스크 평가 연구’라는 용역을 발주했다.
한국전력은 4개월 동안 진행될 이번 용역을 통해 국내 신재생에너지발전사업의 상황을 평가하고 합리적 투자기준을 수립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전에도 한국전력은 해외 발전사업을 위해 이번과 비슷한 용역을 진행한 뒤 사업 위험도 점검리스트를 개발하고 수익률 산정모델을 정립한 바 있다.
이번 용역의 주요 내용은 태양광, 풍력 등 국내 신재생발전 개발사업의 환경 분석, 기준수익률 산정원리 수립, 사업 리스크 평가를 위한 점검리스트 개발, 개발사업의 평가기준 수립 등이다.
김 사장은 지난해 7월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전력의 신재생에너지발전사업의 직접 참여를 허용하는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하자 부사장 직속으로 해상풍력사업단을 꾸리는 등 사업 참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민간발전사가 한국전력의 신재생에너지발전사업 직접 참여로 사업영역이 침해될 것을 걱정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점은 한국전력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게다가 민간발전사는 한국전력이 국내 전력 구입과 송배전사업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신재생에너지발전사업에 직접 참여하게 되면 송배전업무를 한국전력에게만 유리하게 진행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국내 풍력회사들로 구성된 한국풍력산업협회는 지난해 12월 성명서를 내고 “한국전력의 발전사업 참여 이후 다른 기업과 비교했을 때 우월한 위치에서 전력계통 독점기업으로서 형평성에 어긋난 사업 형태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전기사업법 개정안의 국회 검토보고서에서도 한국전력의 신재생에너지발전사업 직접 참여로 민간의 사업영역이 침해될 수 있고 신재생에너지 공급 확대에 따라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격이 하락할 우려가 있다고 바라봤다.
이에 따라 국회 검토보고서는 한국전력이 참여하는 사업규모와 범위를 한정하고 발급받은 인증서의 거래를 제한하는 등 부작용 발생을 방지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사장은 한국전력을 향한 민간발전사들의 우려를 전기사업법 개정안의 입법 과정에서 해소하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사장은 한국전력이 신재생에너지발전사업에 참여하더라도 대규모 발전사업에만 집중할 것이기 때문에 민간발전회사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을 것으로 바라본다.
민간발전사들이 우려하는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의 가격 하락문제도 거래제한 등 관련 제도 개선을 통해 시장에 영향이 없도록 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한국전력은 지난해 11월 전력그리드 부사장을 팀장으로 하는 신재생에너지 계통연계 확대를 위한 특별대책 전담조직을 꾸렸다.
김 사장은 한국전력 전담조직을 통해 민간발전사가 원하는 수준까지 전력망 정보를 공개하고 시스템을 개선하는 등 발전현장의 애로사항을 적극 발굴해 해소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 가격 하락, 전력망 중립성 훼손 등에 관해 입법과정에서 해소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전기사업법 개정안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위원회 소위원회에 계류된 상태지만 정부에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한국전력의 사업 참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어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이 크다.
김 사장은 신년사에서 “탄소중립을 2050년까지 달성하려면 한국전력이 재생에너지발전사업에 직접 참여해야 한다”며 “전력망 중립성과 관련한 사업자들의 우려가 불식되도록 보완적 조처도 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