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사장이 유선전화사업을 분할해 따로 운영하면서 전체 KT 기업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줄이는 ‘차선책’을 검토할 가능성이 나온다.
1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KT가 시내전화 등 유선전화사업부문을 분할하면 기업가치 상승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KT 경영진이 여러 잡음을 감수하면서도 성장성, 수익성이 떨어지는 유선전화(PSTN)사업부문을 분리하고 성장산업을 육성하는 작업을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KT 유선전화사업의 구조적 재편에 관심을 기울일 시점이라고 바라봤다.
구 사장 스스로도 유선전화사업을 KT의 약점으로 꼽고 있다. 구 사장이 최근 무전기사업 등을 하는 자회사 KT파워텔을 매각하면서 통신사업부문에서 구조조정 칼을 빼든 상황에서 다음 타자로 유선전화사업부문이 눈길이 쏠리는 이유다.
구 사장은 2020년 10월 기자간담회에서 “시장에서 KT를 두고 성장이 저조한 회사라는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며 “KT 안에 미디어, 인공지능·디지털전환 등 놀랍게 성장하는 사업이 있음에도 시내전화 등 유선전화부문은 최근 5년 동안 매출이 1조 원가량 감소하고 있는데 이게 KT의 약점”이라고 말했다.
KT의 유선전화사업은 휴대전화 보급률 100%, 국민의 95% 이상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통신환경에서 사업성이 없어지며 무선전화, 초고속인터넷, 인터넷TV 등이 함께 포함된 ICT사업부문 실적을 끌어내리고 있다.
KT는 전국 143개 시내전화 통화권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매출이 내리막길을 지속하고 있다. KT는 2000년만 해도 시내전화부문에서 매출 5조8천억 원을 냈지만 2019년 시내전화부문 매출은 1조5785억 원으로 70% 넘게 쪼그라들었다.
이에 따라 KT는 시내전화사업에서 해마다 영업손실 5천억~7천억 원 수준을 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2010년 이후 9년 동안 KT가 시내전화사업을 운영하면서 낸 영업손실 규모는 4조 원가량에 이른다.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도 시내전화사업을 일부 하고 있지만 2020년 3분기 기준 KT의 시내전화시장 점유율이 80.9%에 이른다. KT가 시내전화사업에서 경쟁 이동통신사들보다 훨씬 큰 부담을 떠안고 있는 것이다.
KT가 자회사 KT링커스를 통해 운영하고 있는 공중전화사업도 마찬가지다. 전국 공중전화는 2000년 14만 대에서 2019년 3만7천 대가량으로 줄었다. KT링커스는 2019년 순손실 22억 원을 냈고 2020년 상반기 순손실 25억 원, 3분기에는 순손실 39억 원가량을 내면서 적자가 늘어나고 있다.
구 사장이 올해 취임 2년차에 들어서 기업가치 상승 등 부분에서 실질적 성과를 내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콘텐츠, 커머스 등 부문의 분사, 합병 등을 통한 성장사업 육성만큼이나 ‘애물단지’ 유선전화사업을 손보는 것이 절실하다.
다만 구 사장 앞에 유선전화사업부문과 관련해 선택지가 많지 않다.
KT는 매출이 줄어들어도 시내전화, 공중전화사업을 자유롭게 축소하거나 중단, 매각할 수 없다. KT는 2000년 정부가 국민의 통신기본권 보장을 위해 ‘보편적 서비스’제도를 도입하면서 시내전화, 공중전화 의무제공사업자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유선전화사업은 새로운 기술 적용이나 사업적 가치 창출 등을 통해 가입자당 평균매출을 끌어올리는 것도 쉽지 않다.
KT가 현재 구리선 바탕의 유선전화 인프라를 광케이블로 전환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전국에 깔려있는 유선전화 인프라의 활용범위가 넓어질 수도 있다.
KT 관계자는 “유선전화 구리선을 광케이블로 교체하는 것은 노후화된 장비를 교체하고 이를 통해 망 운영과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워낙 기존 유선전화 인프라가 방대한 만큼 구리선을 광케이블로 바꾸면 유선인터넷과 IPTV 사업에서 시너지가 커질 수 있다.
KT링커스는 올해 들어 업무제휴를 통해 부산, 성남시 등의 공중전화부스를 전기오토바이 등 전기이륜차 충전배터리를 교환하는 부스로 활용하는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공중전화부스를 은행의 ATM기기 설치장소로 쓰는 방안도 모색해왔다.
다만 정부기금이 들어간 보편적 서비스 제공 목적의 공중전화부스는 이런 부가사업을 하려면 정부의 허가가 필요하다. KT링커스는 정부기금 없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공중전화부스만을 새로운 사업에 활용하고 있는데 전체 공중전화부스에서 정부기금이 들어간 전화부스가 압도적으로 많다.
KT가 할 수 있는 남는 방법은 유선전화사업을 따로 떼어내 관리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관리인력 등 조직 규모의 구조조정도 고려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내전화망을 모두 광케이블로 교체하면 구리선일 때처럼 만약의 화재사고 등에서도 모든 회선을 일일이 수작업으로 복구할 필요도 없어진다.
KT 관계자는 “유선전화사업이 아무래도 수익이 계속 떨어지는 사업이다 보니 회사 이익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해 이걸 떼버리지 않을까 하는 시선들이 나오는 것 같다”며 “현재는 모든 사업과 모든 그룹사를 펼쳐놓고 붙였다 떼어내 봤다 하면서 검토를 하는 단계인데 유선전화부문과 관련해 결정된 것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