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개 금융지주(KB, 신한, 우리, 하나, BNK, JB, DGB)와 기업은행 등 8개 종목으로 구성된 KRX은행지수의 과거 5년 주가 추이 그래프. <한국거래소> |
'내 주식만 왜 안 오르지?' 코스피 3000시대 안착을 시도하면서 주식시장이 펄펄 끓고 있지만 모든 업종 주가가 다 오른 것은 아니다.
코로나19라는 특수성 속에 기를 못 편 소비주 만큼이나 은행주도 지난해부터 좀처럼 맥을 못추고 있다.
하지만 은행주 주가가 오랜 외면의 시간을 벗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늘고 있다. 여기에는 금리 인상과 배당규제 완화 등 은행권을 둘러싼 대내외적 환경이 나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자리잡고 있다.
다만 주식시장에 볕이 들 수록 대규모 머니무브(안전자산인 은행 예금에서 부동산, 주식채권시장 등 고위험 고수익자산으로 이동하는 현상) 흐름이 장기화될 수 있어 기존 은행업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또 디지털을 앞세운 경쟁자가 진출을 본격화면서 기존 은행들이 자체 성장가능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주가 반등을 낙관하기 어려울 수 있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은행주의 주가흐름을 반영하는 지표인 KRX은행지수의 연간 수익률은 2020년 한 해 동안 15.99% 내렸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28.3%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과 대조된다.
KRX은행지수는 7개 금융지주(KB, 신한, 우리, 하나, BNK, JB, DGB)와 기업은행 등 8개 종목으로 구성됐다.
은행주 주가는 2020년 3월 최저점을 기록한 이후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코로나19 이전 주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5년 고가와 비교해서는 대부분 은행주 주가가 반토막 수준을 보이고 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은행주 주가가 2021년에는 이런 흐름에서 벗어나 상승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은행주를 취임을 앞두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수혜주로 분류하기도 한다. 바이든 행정부가 인프라 투자와 재정부양책을 대폭 확대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금리 상승에 따른 은행의 이익증가 효과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미국 민주당이 백악관에 이어 상원과 하원까지 장악하는 '블루웨이브'에 성공하면서 적극적 재정정책을 펼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10년물 국채수익률은 2020년 3월 이후 처음으로 1%를 돌파하기도 했다. 미국 국채금리는 우리나라 금리와도 깊은 연관성을 지닌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블루웨이브로 촉발된 금리 모멘텀이 은행주 재평가의 신호탄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다만 15일 한국은행이 현행대로 기준금리를 0.5% 유지한다고 발표하면서 이날 은행주 주가는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였다.
2021년에는 지난해와 비교해 배당도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은행주는 대표적 배당주로 꼽히는데 코로나19에 따라 금융당국이 대형 금융지주에 배당을 줄일 것을 지속해서 권고하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됐다.
최정욱 연구원은 2020년 배당성향이 직전 연도와 비교해 약 2.5%포인트 축소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만 올해는 배당성향이 정상화되면서 배당주 면모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도 "배당자제 권고가 연말 은행주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지만 이는 코로나19에 따른 세계적 현상"이라며 "2021년에는 안정적 이익증가도 예상되므로 코로나19 관련 불확실성 해소와 더불어 주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등 플랫폼 기술력을 앞세운 기업이 올해 상장을 하고 있다는 점은 부정적 요소로 꼽힌다.
기존 산업에서 누려왔던 확고한 지위가 위협받을 수 있고 은행주에 유입되는 증시자금이 디지털을 앞세운 기업에 분산될 것으로 예상되기 떄문이다.
시장은 현재 디지털을 앞세운 카카오뱅크와 비교해 기존 은행권의 성장성을 대폭 낮게 평가하고 있다.
현재 은행주들의 PBR(주가 순자산비율)은 0.2~0.4배에 그친다. 현재 주가가 실제 기업가치의 20~40% 수준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반면 카카오뱅크는 4~5배의 PBR을 적용받고 있다.
올해 새로운 형태의 경쟁자가 시장진출을 본격화하는 가운데 기존 은행들은 성장성을 입증해야할 위치에 놓였다. 대형 금융지주들이 앞다퉈 디지털 전환에 사활을 걸고 나선 것도 이런 이유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공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