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국민의힘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김 위원장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부동산 이슈를 선점하기 위해 당 차원에서 부동산정책을 선거운동의 전면에 앞세울 준비를 시작했다.
김 위원장은 1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각종 부동산 개발 규제를 완화하고 양도소득세를 낮추는 내용을 담은 ‘6대 부동산 정상화대책’을 내놓았다.
주택공급방안에 초점을 맞춰 재건축‧재개발 관련 규제를 풀고 부동산 거래에 수반되는 세금 부담을 완화해 부동산시장에서 매물이 풀리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국민의힘이 요구하는 사안에 여당이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지 지켜보겠다”라며 “이번에 발표한 대책을 기초로 서울시장에 입후보하는 사람들이 더욱 구체적 방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찌감치 정치권에서는 부동산문제가 이번 서울시장선거의 핵심쟁점이 될 것이란 시선이 지배적이었다. 집값을 제대로 잡지 못한 원인을 정부‧여당의 정책실패로 돌리는 의견이 어느 때보다 많아졌기 때문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부동산정책 실패는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부정평가 요인으로 꼽힌다. 문재인 대통령도 11일 신년사에서 “주거문제의 어려움으로 낙심이 큰 국민들게 매우 송구한 마음”이라고 사과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당초 부동산과 더불어 코로나19 방역 실패도 재보선에서 집중적으로 띄우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의 3차 유행으로 1일 확진자 수가 한동안 1천 명을 넘으며 확산세를 보인 데다 한국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 백신 확보에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오며 한때 정부의 방역 실패론이 부각됐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한풀 꺾였고 정부가 백신을 확보하고 2월부터 접종을 시작하로 함에 따라 이란바 '방역정치'의 파괴력은 다소 약해졌다. 따라서 부동산문제에 더 집중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김 위원장은 부동산정책의 '대안'을 제시하고 이를 국민의힘 서울시장후보들의 공약으로 발전시켜 나가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차별화도 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민의힘의 서울시장후보들은 안 대표와 비교해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뒤처져 있다. 국민의힘은 ‘인물 경쟁력’의 열세를 정책역량을 통해 극복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문제는 이를 위한 가장 좋은 소재일 터이다.
국민의힘은 의석 102석 제1야당으로서 정책역량 측면에서 안 대표보다 앞서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안에 정교한 부동산 정책을 내놓을 경제 전문가들이 즐비하다.
국민의힘에서 서울시장후보로 나선 이혜훈 전 의원이나 후보로 거론되는 윤희숙 의원 모두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 경제 전문가들이다.
안철수 대표는 서울시장 출마 선언 이후 '정책'보다는 '인물'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 김동길 연세대학교 명예교수 등 원로 인사를 만나는가 하면 북한 해역에서 북한군의 총격을 받아 사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유가족을 만나 위로했다. 모두 서울시정과는 무관하고 안철수라는 인물을 내세우는 정치행보다.
서울시장과 같은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는 총선이나 대통령선거와 달리 '생활정치'의 호소력이 크다. 유권자들이 실제 삶과 직결되는 정책과 공약에 더 비중을 두고 투표권을 행사하는 경향이 있다.
김 위원장이 부동산정책으로 쟁점을 옮겨가자 민주당과 안 대표는 즉각 반응했다.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김 위원장의 얘기는 부동산 투기이익을 지켜주자는 말”이라며 “투기세력들만 신바람 나게 하는 게 집값 안정에 어떻게 도움이 된다는 건지 모를 일”이라고 비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년 동안 주택 74만6000호를 공급하고 부동산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부동산정책을 발표했다.
안 대표는 “이번 선거 뿐 아니라 다음 선거까지 염두에 둔 계획”이라며 “1년 만에 이걸 다 지을 수 있겠나. 74만6000호가 가능한 목표치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고 5년 정도의 목표를 세운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