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에 성공해 투자금의 수십 배 가까운 돈을 거둬들이는 것과 달리 셀트리온은 막대한 현금을 쥐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글로벌 종합제약회사로 발돋움하기 위한 지렛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신약 개발 성과를 높이 사는 시선이 적지 않다.
14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17일 검증자문단 회의를 열고 셀트리온이 개발한 코로나19 항체치료제 ‘렉키로나주’의 임상시험 자료를 검토한다. 결과는 18일에 공개한다.
그동안 셀트리온이 코로나19 항체치료제 개발에서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왔다는 점, 임상2상 결과, 상황의 시급성 등을 따져볼 때 곧 렉키로나주에 조건부승인이 날 것으로 제약바이오업계는 바라본다.
셀트리온의 코로나19 항체 치료제는 미국과 유럽 시장 문턱도 조만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 릴리나 리제네론이 개발한 코로나19 항체치료제는 임상시험에서 렉키로나주와 비슷한 효능과 안전성을 보였는데도 미국과 유럽에서 무난히 긴급사용 승인을 받았다. 셀트리온은 이달 안에 미국과 유럽에 긴급사용 승인을 신청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이처럼 셀트리온에서도 명실공히 첫 번째 신약이 탄생하는 셈인데 수익성 개선에는 보탬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우선 수익을 낼 만큼 치료제의 가격을 높게 책정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한 가지 이유로 꼽힌다.
당장 세계가 코로나19로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는 만큼 글로벌제약사들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로 이익을 추구하기보다는 사회적 기여에 무게를 두고 있다.
데이비드 릭스 일라이 릴리 최고경영자(CEO)는 2020년 10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긴급사용 승인을 신청할 때 “의사 처방을 받으면 매우 낮은 가격 또는 무상으로 공급하려고 한다”며 “국가 소득수준에 따라 차별화한 가격체계를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 역시 렉키로나주를 국내에는 원가에 내놓고 해외에서는 다른 치료제보다는 저렴한 수준으로 선보이겠다고 강조해왔다.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수요도 현재로서는 그다지 높지 않다. 얼마나 팔 수 있을지 아직 장담할 수 없다는 얘기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셀트리온은 향후 미국이나 유럽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임상시험에서 우수한 효능을 보였던 글로벌 제약사 리제네론의 항체 치료제도 미국 병원에서 처방되는 비율은 20%에 불과하다”며 “렉키로나주로 셀트리온의 실적 개선효과를 기대하기에는 한계가 따른다”고 분석했다.
반면 셀트리온이 글로벌 종합제약회사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단순히 제품의 수익성만 놓고 손익을 따져서는 안 된다는 시선도 있다.
이런 시선은 셀트리온이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신약 개발역량을 입증하게 됐다는 점을 든다. 앞으로 있을 신약 개발에서 국내외 투자자로부터 지원을 받는 게 한층 수월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셀트리온은 글로벌 제약사와 어깨를 견주는 것을 목표로 신약 개발에 꾸준히 힘을 쏟고 있다. 코로나19 항체 치료제에서 그치지 않고 신약 개발에서 또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에서 위상을 단단히 할 수 있게 됐다는 점도 셀트리온이 얻게 될 수확으로 꼽힌다.
제약바이오기업에게 신약 개발은 피할 수 없는 사명으로 꼽힌다.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를 성장동력 삼아 덩치를 불려온 셀트리온에게 줄곧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졌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셀트리온은 국내 바이오기업 ‘맏형’에서 제약바이오업계 선두기업으로 거듭난 만큼 이에 걸맞은 신약 개발능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는 말이 제약바이오업계에서 나오기도 했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유한양행을 제치고 제약바이오기업 매출순위 1위 자리를 꿰찼을 것으로 추정된다. 바이오기업이 매출순위 1위에 오르는 것은 처음으로 제약바이오업계의 주도권이 전통 제약회사에서 바이오기업으로 넘어간 것으로 바라보는 의견이 많다.
이명선 신영증권 연구원은 “아직 국내 승인 결과를 앞둔 가운데 당장 항체 치료제 개발을 실적과 연결짓기는 어렵다”면서도 “바이오시밀러기업에서 글로벌 신약 개발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