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12일 온라인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기업 구조조정을 원칙에 입각해 추진하는 데 산업은행법에 고용안정을 못박으면 앞으로 구조조정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봤다.
이 회장은 12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 나오는 산업은행법 개정 움직임을 놓고 이렇게 말했다.
다음은 이 회장과 일문일답이다.
- 쌍용자동차에 대한 기본 입장은?
“마힌드라와 잠재적 투자자 사이에 신규투자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다만 채권단은 잠재적 투자자에 대한 정보는 확인해 줄 수가 없다. 산업은행은 협상 결과에 따른 사업성 평가를 할 것이다. 필요하면 채권단 추가지원을 포함한 경영 정상화를 준비하고 있다. 투자자 제안이 제출되면 검토한다. 구조조정 지원에 대한 3대 원칙은 견지한다.
쌍용차 노사에 부탁드린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이번에 투자가 성사돼도 좋은 결과를 못 맺고 다시 부실화되면 쌍용차는 끝난다고 생각해야 한다.
잠재적 투자자와 쌍용차 노사가 협의를 하고, 잠재적 투자자가 일정 사항도 요구하고 있다. 이해관계자 고통분담 차원에서 노사는 성실히 협의해야 한다. 사업성이 부족하면 자금지원을 거절한다. 쌍용차 노사와 잠재적 투자자 협의해서 사업의 존속 가능성을 담보할 만한 협상결과를 만들고 그 바탕으로 사업성 평가결과를 내야 한다. 사업성이 부족하면 우리는 자금지원 거절한다.
단체협약을 1년에서 3년 단위로 늘려서 해야 한다. 유효기간을 늘려야 한다. 구조조정 기업이 정상화 전에 흑자도 내기 전에 매년 노사협상 한다고 파업하는 등 자해행위가 많았다.
기업이 어려워지니 정부와 산업은행을 협박해서 유지하자는 얘기도 들었다. 이건 용납될 수 없다. 이번 거래가 완성되면 추가적인 지원은 없다. 쌍용차가 새로운 대주주와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쌍용차 자해행위는 없어야 한다.
흑자가 되기 전까진 일체의 쟁의행위를 중단해야 한다. 이걸 각서를 써야 한다. 사업성 평가와 더불어 이런 2가지 조건이 제시되지 않으면 단돈 1원도 주지 않겠다. 이건 전제조건이다. 이걸 명심하고 쌍용차 노사는 성실하게 교섭해야 한다.
노조를 핍박하기 위한 게 아니다. 오해하지 말아야 한다. 쌍용차가 다시 한 번 나빠지면 어느 누구도 여기를 도와주겠다고 할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쌍용차 노사는 깊게 생각하고 고민해야 한다.
마힌드라는 추가로 투자할 의사는 없다. 잠재적 투자자와 협상이 타결되면 잠재적 투자를 약속하고 그 약속 과정에서 쌍용차 노사와 협의하는 걸로 안다. 새로운 대주주와의 협상결과를 놓고 사업성 평가를 해서 그게 인정되면 그에 상응하는 대출이 나갈 것이다.“
- 이사아나항공 빅딜을 놓고 국민연금이 반대 의견을 냈다.
“계약이 해지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대한항공이 불리하다는 국민연금 주장도 근거는 없어 보인다. 항공사 통합은 주주가치 제고에 많은 효과를 낼 것이다. 그런데 국민연금이 반대한 것에 대해 산업은행 명분이 퇴색했다는 지적이 있는데 오히려 국민연금의 의결권 반대에 명분이 퇴색된다고 본다.
사실 의아하다. 국민연금이 왜 이랬는지 의구심이 든다. 주주권 행사가 합리적으로 이뤄졌는지에 대한 비판이 있을 수밖에 없다. 우리 입장에선 이번 빅딜의 명분이 퇴색했다고 보지 않는다.
아시아나 노조 설득 상황과 관련해 작년에 3개 노조와 모두 면담을 했다. 각 노조별 입장이 너무 달라서 쉽게 취합이 안 된다. 우리로선 노조의 무조건적 반대 입장이 이해가 안 된다. 우리는 이미 고용안정을 약속했다. 의견이 너무 다르지만 열심히 소통하고 있다. 아시아나 직원의 3개 노조 가입률은 10%대에 불과하다. 노조 및 임원과 비조노 직원의 의견도 들을 것이다. 이 일은 차질없이 진행하겠다.
한진칼 경영감시의 여러 위원회 진척상황에 대해선 현재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의결권전문위원회 설립 작업을 진행 중이다. 3월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까지 위원회를 확정할 것이다. 산은의 사외이사 3명도 임명할 것이다. 스튜어드십코드에서 반영 가능한 것을 반영할 것이다. 지금은 논의 중이다. 일부 위원회에는 산업은행 직원이 전혀 안 들어갈 수도 있다. 대부분 외부 전문가로 구성할 것이다. 객관적 운영이 된다는 얘기를 듣도록 하겠다.
주주로서 권한을 어떻게 실현할 것이냐의 문제와 관련해서는 사외이사 선임 등을 하면 경영개입을 자제하는 게 원칙이다. 반면 현실세계에선 대주주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라고도 한다. 가급적 일관성을 유지하려고 한다.“
- 아시아나항공 대한항공 결합심사 때 해외에서 제기할 수 있는 독과점 문제 등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인수합병 과정은 현재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 큰 복병은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지금 시나리오는 내년 여름부터 항공업이 정상화된다고 하는 과정에서 한 것이다. 코로나19 백신이 빨리 보급돼 빨리 정상화가 이뤄지면 회복이 빨리 될 것이다. 코로나19 상황이 더 늦어져 2022년 연말에도 항공업 정상화가 안 되면 정상화에 어려움 있을 수 있다.
인수합병 절차와 관련해 크게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공정위에서도 심사가 진행할 것이다. 대한항공이 1월 중에 16개국 정도에 기업결합심사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한다. 두 항공사 통합해도 세계 10위 수준이고 운송량을 단순 합해도 7위권이다.
경쟁제한 문제는 노선별로 생길 것이다. 주력노선이 대부분 해외 국가 대도시다. 근데 이 곳은 워낙 취항 항공사가 많아서 독과점 문제가 생길 우려가 없다고 본다. 해외에서도 일부 슬롯 조정은 있을 수 있지만 항공사간 기업결합 자체를 당국이 불허한 건은 없다.“
-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은 7개 부문 외에 다른 산업도 가능한가?
“기금 집행률을 높이고 활용폭을 높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지적한다. 업종을 확대하고 기준을 낮추는 것은 정부와 논의한 바 없다. 필요하면 관계부처와 협의하겠다. 업종 확대 권한은 산업은행법에 근거해 금융위원회에 있다. 금융위와의 협의가 필요하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기금지원 필요성이 커지거나 코로나 종식에도 후속작업(경제 정상화)이 필요하면, 정책금융 수단으로 기금을 활용할 수 있을지 금융위와 상의하겠다. 만일 의견이 있으면 금융위에 제시하겠다.”
- 키코 배상 어렵다는 입장은 고수하는가?
“보상할 이유도 없고 배상해서도 안 되고 그럴 이유도 없다. 대법원 판결이 틀렸다고 금감원이 해석해서는 안 된다.
불완전판매 법리를 이해할 수 없다. 법원이 판정하면 법이 바뀌거나 법원이 뒤집기 전에는 안 된다. 모든 일을 뒤집기 시작하면 어디까지 뒤집을 건가. 내 손으로 집행하는 건 선이라는 건 위험하다.
금감원 판단을 이해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일성하이스코는 키코 거래로 큰 이익을 봤다. 이곳은 전문가 수준이다.”
- 산업은행이 고용안정을 촉진하도록 의무를 부담하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구조조정에 원칙에 입각해 했다고 자부한다. 국가경제 비용 최소화하고 성과를 극대화 하자는 취지다. 우리에겐 구조조정 기업지원 3대 원칙이 있다. 대주주의 책임있는 역할, 이해관계자 고통분담, 지속가능한 정상화이다. 이 3개가 만족해야 구조조정 기업을 지원한다.
임직원의 고통분담은 필수다. 고용안정 촉진은 정상화 과정에서 이행이 쉽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정부와 협의해서 할 예정이지, 이렇게 고용안정 촉진을 법안에 들어가는 것은 우려된다. 고정비를 줄이기 위해 인력감축이 필요할 수 있다. 몇 퍼센트 일부 임금삭감이 필요할 수 있다. 이런 유연성이 필요하다.
고용안정을 못박아 놓으면 구조조정은 어렵다. 이 법은 심사숙고해 협의할 필요가 있다. 구조조정은 우리 혼자 하는 게 아니라 다른 채권단과 협의해야 한다. 다른 채권단과의 입장 차이 때문에 구조조정이 늦어질 수 있다. 또 WTO의 통상분쟁을 일으킬 소지도 있다. 이미 조선업에 대해 일본이 WTO 제소한 적도 있다. 고용의 안정과 촉진이 고용의무 조항으로 오해되면 구조조정에 힘들다.
고용의 안정과 촉진은 거시적인 차원과 미시적인 차원에서 함께 접근해야 한다, 한 개 기업 또는 산업 전체를 볼 지 등의 관점도 다양하다. 단기적, 장기적 차원에서의 접근도 다르다. 또 누구 돈으로 지원할 것인가의 문제도 있다. 구조조정에선 비용 최소화 원칙과 비용 대비 성과 극대화를 생각해야 한다.”
-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함심사를 놓고 유럽연합(EU)은 언제 완료되는가?
“EU의 기업결합 심사가 많이 늦었지고 있다. 현재 중국이 조건없는 승인이 떨어졌다. EU가 관건이다. 코로나19로 심사가 지연돼 많이 늦어졌다. 코로나 백신이 도입됐지만 아직 유럽에선 코로나19 기세가 강하다. 심사가 더 늦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없다.
우리가 알기론 올해 3월까지 승인을 받도록 현대중공업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구체적 내용은 심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 말하기 어렵다. 그러나 도크 폐쇄, 인력감축 등 생산능력 감소방안은 전혀 논의되지 않다고 한다.
지난해 8월 벨기에 브뤼셀에 가려고 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가진 않았고 대신 EU 공정당국과 화상 회의를 했다. EU도 많은 고심을 하는 듯 하다.“
- 금호고속 매각은 언제 하나? 금호그룹 구조조정이 늦어지며 소위 ‘박삼구 봐주기’ 의혹도 있다.
“아사이나항공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금호그룹 구조조정도 어렵다. 특정인을 봐주는 게 아니다. 아시아나항공 문제가 일단락되기 때문에 이 문제도 검토하고 있다. 금호고속도 실사 마무리 단계다. 작년 말 기준 금호고속은 캠코 앞으로 유휴자산 매각으로 530억 원 확보해 자체 유동성으로 대응이 가능하다.
채권단과 협의해 금호그룹 구조조정방안 검토하고 있다. 금호그룹은 아시아나 구주 매각대금이 들어오면 그걸 들고 그룹 구조조정을 한다는 계획이었다.”
- KDB생명 매각 관련해 헐값 논란이 있다.
“금호생명이 왜 산업은행에 인수됐는지 모르겠다. 10년 동안 맡았다. 매각대금이 기대에 못 미쳤지만 지금 매각을 안 하면 돈을 더 받을 수 있을지를 판단했다. KDB생명 추정가치는 시장에서 결정됐다. 매각가 2천억 원은 적정하다는 게 시장의 판단이다. 처음 6천억 원 언급은 우리가 높게 잡은 것일 뿐 그 수준을 기대하긴 어려웠다.
KDB생명의 정재욱 사장 등이 노력해서 실적 개선을 이뤘다. 수년간 적자를 탈피해서 턴어라운드를 했다. 지금이 매각 적기라고 봤다. 지연되면 요건은 더 악화할 것으로 봤다.“
- 최근 대기업 통합합병이 있었고 1위 기업이 영향력을 더 강화하는 게 논란이 되고 있다.
“대형 인수합병(M&A)을 할 때 우려 상황이 있다. 일자리를 가급적 지키면서 하면 좋다. 시장 내 건강한 경쟁 촉진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경제가 마음대로 안 된다. 인수합병을 하면서 인력감원할지 여부는 여러 관점에서 봐야 한다. 1위 기업의 시장 경쟁력 강화 논란이 있는 것을 안다. 심지어 나한테 재벌 중독자라고 한다.
금융산업을 보면 자산규모가 경쟁력의 중요 요소다. 산업은행 규모가 220조 정도다. 시중은행은 300조원 규모다. 일본이나 중국, 미국 등에 비하면 너무 작다. 우리도 적극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다른 산업도 마찬가지다. 규모를 키울 필요가 있다.
에어버스 사장이 나를 만나겠다고 연락이 왔다. 우리가 그만큼 마켓파워가 커졌기 때문이다. 나도 특정 기업이 시장에서 너무 큰 영향력을 발휘하면 문제라는 것 안다. 미흡한 부분은 보완하자는 것이다.”
- 산업은행은 구조조정 전문 국책은행 이미지가 강하다. 미래성장산업으로 변모는?
“지금 미래성장산업 지원을 열심히 한다. 스타트업, 벤처기업 지원 등 해서 열심히 하겠다. 먼저 조직 효율성 위해서 조직 개편했다. 수석부행장과 선임부행장이 이에 집중적으로 신경쓰도록 했다.
새로운 사업에 대해선 데이터를 담보를 해서 대출을 해주는 게 어떠냐는 생각이다. 최근 한국신용데이터에 데이터를 담보로 해서 50억 원을 대출해주는 대한민국 최초의 사례가 있었다. 올해 중 미국 실리콘밸리에 유명한 벤처캐피탈을 세울 예정이다.”
- 산업은행 재무구조에는 문제 없나?
“부실대출 비율이 시중은행에 비해 높다. BIS 비율도 낮다. 정부에서도 증자지원을 좀 도와줘서 관리가능한 수준이다.
코로나19 위기 이후 각종 지원에도 불구하고 우리 노력으로 고정 이하 여신비율은 2.33% 수준으로 통제되고 있다. 올해 중 약 8천억 원의 대손충당금 적립했다. BIS 비율도 관리가능한 수준으로 유지됐다. 최대한 우리가 희생을 하면서도 기업이 회생 가능토록 한다는 기조를 유지한다.” [비즈니스포스트 공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