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의 통합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쇼핑몰 롯데온은 롯데그룹의 유통사업에서 매우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말하는 ‘디지털 전환’의 핵심일 뿐 아니라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 겸 롯데그룹 유통BU장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사업이기도 하다.
◆ 롯데온, 신동빈의 절박함 담겼다기엔 아쉬움이 남는다
서울경제가 의뢰해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롯데온의 월간 순이용자 수는 86만 명이다. 쿠팡은 1991만 명이 이용하는데 쿠팡의 4.3% 수준이다. 현재 롯데온의 직접적 경쟁자라고 볼 수 있는 SSG닷컴의 138만 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숫자다.
올해 12월11일 기준 롯데온 애플리케이션의 구글 플레이스토어 사용자 평점도 2.8점으로 쿠팡(4.4), 11번가(3.9), 옥션(3.8), SSG닷컴(3.7), G마켓(3.6) 등과 비교해 낮은 편이다.
숫자만 놓고 본다면 롯데온 성적을 좋다고 말하기 어려운 셈이다. 이와 관련해 이커머스업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온이 지금 사용자들의 눈에 들어오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평가하기엔 이르다’는 의견도 나온다. 신세계의 유통 플랫폼인 SSG닷컴이 서비스를 시작한 지 2년 가까이 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4월 서비스를 시작한 롯데온의 성적이 그리 나쁘지는 않다는 것이다.
롯데쇼핑에서 구체적 숫자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롯데온은 9월부터 11월까지 대규모 프로모션행사를 진행하면서 많은 고객에게 롯데온을 알리고 고객의 관심을 붙들어놓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롯데온의 성적과 관련해 “사람들이 롯데온을 사용하기 시작한 5월과 지금을 비교하면 상당히 커다란 성장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롯데 내부에서는 “전체 이커머스시장에서 ‘롯데온’ 성적이 아직 미미한 것이 사실이지만 이는 후발주자로서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앞으로 계속 고객 수와 거래액을 늘려나갈 잠재성은 충분히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롯데그룹의 유통사업에서 지니는 중요도를 생각하면 롯데온의 성적에 아쉬움이 남는 것이 사실이다.
신동빈 회장은 올해 1월 롯데 임원들을 모아놓고 “오늘 듣기 좋은 얘기는 할 수 없을 것 같다”며 “모든 사업부문에서 패러다임 시프트가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 우리 스스로 기존의 틀을 깨고 시장의 룰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동빈 회장이 최근 몇 년 동안 신년사에서 줄곧 ‘디지털 전환’을 강조했다는 것을 살피면 신동빈 회장이 말하는 ‘게임 체인저’란 사업의 ‘디지털 전환’이라고 볼 수 있다.
롯데온은 신동빈 회장의 ‘디지털 전환’ 의지가 유통사업에서 구체화한 결과물인 셈이다.
최근 롯데그룹 임원 인사에서 강 부회장이 자리를 지킨 이유의 하나로 롯데온을 계속해서 키우라는 신동빈 회장의 의지가 작용했다는 말도 나온다.
◆ 이커머스 ‘후발주자’ 롯데온에게 허락된 시간은 많지 않다
문제는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이미 이커머스시장의 ‘깃발 꽂기’가 많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쿠팡은 매년 조 단위의 적자를 내면서까지 무서운 기세로 덩치를 불려가고 있다. 네이버는 2019년 거래액 기준으로 쿠팡을 누르고 1위 자리를 차지하며 오픈마켓과 검색 플랫폼의 시너지효과를 톡톡히 보여주고 있다.
롯데와 오프라인 유통 분야에서 경쟁하고 있는 신세계그룹의 ‘SSG닷컴’의 성장세도 만만치 않다. SSG닷컴은 3분기 거래액 2조8천억 원을 보이며 올해 목표 3조6천억 원을 무난하게 달성할 것이란 기대를 모으고 오프라인 기반 유통사 중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온라인으로 전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업 컨설팅 전문업체 커니의 파트너는 한 언론사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일상용품부문에서는 쿠팡이, 가격비교부문에서는 네이버가, 신선식품부문에서는 SSG가 각각 국내에서 1위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롯데온은 2023년까지 거래액 20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뒀다. 2019년 기준 네이버쇼핑의 거래액이 21조 원, 쿠팡의 거래액이 17조 원이라는 것을 살피면 4년 안에 거래액 기준으로 이커머스시장에서 상위권에 진입하겠다는 뜻이라고 볼 수 있다.
경쟁사들이 빠르게 사업을 전개해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 목표를 위한 롯데온만의 경쟁력과 강 부회장의 전략은 무엇일까?
◆ 롯데의 ‘특장점’ 4천 만 고객 데이터, 강희태 “데이터 통합만이 살 길”
강희태 부회장이 이끄는 롯데온의 경쟁력은 크게 두 가지, 바로 ‘데이터’와 ‘물류’다.
롯데쇼핑은 롯데온의 가장 큰 경쟁력으로 롯데가 보유한 막대한 회원 데이터를 내걸고 있다.
롯데쇼핑에 따르면 롯데멤버스의 회원 수는 4천만 명에 육박한다. 그 수도 대단하지만 이들 데이터에는 쿠팡이나 네이버, 이베이코리아 등 다른 이커머스업체들에는 없는 정보가 있다. 바로 오랜 세월 축적된 ‘오프라인 구매 데이터’다.
이커머스시장이 빠른 속도로 오프라인 유통 시장을 대체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롯데그룹이 예전부터 중시해왔던 패션, 식재료 같은 분야에서는 오프라인 구매 데이터의 가치가 클 수밖에 없다,
이를 바탕으로 강 부회장은 ‘초개인화’라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개인의 상황과 필요에 맞게 기업이 소비자 개개인에게 맞는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데이터가 계열사마다, 사업부문마다 전부 따로 관리되고 있다는 것이다. 데이터는 모여있을수록 더 큰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살피면 롯데온의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초개인화 전략과 데이터에 기반한 물류, 유통의 효율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롯데그룹이 보유한 데이터의 통합이 필요하다.
강 부회장은 데이터의 통합을 위해 올해 10월 ‘빅데이터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다.
빅데이터 태스크포스는 롯데쇼핑의 각 사업부문과 계열사별에서 따로 관리하던 데이터를 통합 분석해 맞춤형 쇼핑서비스에 활용하기 위한 조직이다.
이 빅데이터 태스크포스는 강 부회장 직속으로 설치됐다. 또 통신사에서 빅데이터와 관련된 많은 경험을 쌓고 이후 롯데 IT계열사인 롯데정보통신에서 근무했던 윤영선 상무를 태스크포스의 리더로 선임했다.
강 부회장이 빅데이터 태스크포스에 거는 기대가 상당히 높은 만큼 이 태스크포스의 활동은 앞으로 롯데온의 성패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 롯데온의 ‘마이크로 풀필먼트’ 전략은 승부수가 될 수 있을까
이커머스의 출발이 매장 방문 없이도 집 안에서 물건을 받아볼 수 있게 만들겠다는 것인 만큼 이커머스사업에서 물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롯데쇼핑은 전국 곳곳에 펼쳐져 있는 백화점, 마트, 슈퍼마켓 등을 롯데만의 차별화된 물류시스템으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
이 수많은 점포 하나하나가 소규모 물류센터의 역할을 하면 롯데온을 통해 주문한 상품을 각 매장에서 바로바로 고객에게 보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마이크로 풀필먼트’ 전략이라고 부른다. 세계적 IT기업인 애플이 오프라인 매장인 ‘애플 스토어’를 물류 거점으로 활용하는 것이 마이크로 풀필먼트 전략의 대표적 예시다.
국내 물류시장에서 한진과 2위 자리를 두고 경쟁하고 있는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존재 역시 롯데온의 물류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최근 몇 년 사이 적극적으로 물류센터에 투자하고 있다는 것을 살피면 대규모 통합 물류센터가 부족한 롯데온의 약점을 보완해주는 비책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물류의 효율을 생각한다면 롯데온이 자체적으로 ‘통합 물류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예를 들어 한 고객이 롯데마트, 롭스, 롯데백화점에서 한 번에 물건을 시켰다고 가정하면 세 명의 배송원이 각각의 물건을 들고 고객을 찾아가는 것보다 한 명의 배송원이 한 번에 물건을 들고 찾아가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롯데의 최대 장점, 고객 데이터를 활용하는 데도 통합물류가 효율적일 수 있다. 고객 데이터를 통해 만들어진 수요예측시스템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요예측시스템은 특정 지역에서 특정 물건의 수요를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으로 예측해 해당 지역의 물류센터에 미리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양의 물품을 구비해놓는 시스템을 뜻한다.
통합뮬류시스템과 빅데이터·인공지능에 기반한 수요예측시스템의 시너지를 가장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 바로 쿠팡의 ‘로켓배송’ 시스템이다. 쿠팡은 이를 통해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이용자 수 기준 압도적 점유율을 차지하는 데 성공했다.
오프라인 유통 경쟁사인 신세계그룹의 SSG닷컴 역시 대규모 물류센터 투자에 나서고 있다. 현재 SSG닷컴의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규모는 11만842㎡, 롯데쇼핑의 물류센터 규모는 4만7천㎡정도로 알려져 있다. SSG닷컴은 계속해서 대규모 통합 물류센터를 건설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롯데온의 물류시스템과 관련해 “어떤 방식이 가장 효율적인지, 어떤 방식이 롯데만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인지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다”며 “일단 현재는 롯데가 지닌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고 필요하다면 대형물류센터에 투자하는 방법도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롯데쇼핑에서 롯데온 사업의 ‘선봉장’을 맡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조영제 롯데쇼핑 이커머스사업부 대표는 롯데온서비스를 개시하면서 “배송통합 물류체제와 관련해 검토하고 있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 7개 사업부문과 1개 자회사의 시너지를 내야하는 이커머스 ‘사업부’, 강희태 ‘조율’의 과제
결국 롯데온의 성공은 물류와 데이터의 “유기적 통합”에 달린 셈이다. 강 부회장에게는 각 사업부문의 이해관계를 유기적으로 조율하는 과제가 남겨져 있다.
롯데쇼핑은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슈퍼, 롭스, 토이러져스, 롯데홈쇼핑, 롯데면세점 등 7개 사업이 롯데쇼핑이라는 이름 아래 묶여있으면서도 별도법인처럼 각각 사업을 전개하는 특이한 사업구조를 갖추고 있다. 또한 롯데하이마트는 별도법인으로 분리돼 사업을 펼치고 있다.
롯데온은 결국 7개의 서로 다른 회사를 하나로 묶는 작업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사업마다 이해관계가 다 다르고 이에 따라 충돌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오프라인 유통 경쟁사인 신세계그룹 역시 비슷한 상황에 부닥쳐 있지만 신세계그룹은 SSG닷컴에 확실하게 힘을 싣는 방법으로 이런 상황을 돌파하려고 한다.
신세계그룹은 SSG닷컴을 별도법인으로 놔두고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신임을 한 몸에 받는 강희석 이마트 대표가 SSG닷컴 대표도 겸임하도록 했다. 신세계그룹의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SSG닷컴을 중심으로 통합 시너지를 내기 위해 뭉치는 모양새다.
하지만 롯데쇼핑은 한 사업부문에 불과한 이커머스사업부가 롯데온을 맡고 있다. 각 사업부가 각각의 사업을 벌이는 가운데 롯데온은 하나의 플랫폼으로서만 기능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는 셈이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이를 두고 “각 사업부의 유통창구에 롯데온이라는 창구가 하나 더 생기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온의 방식과 SSG닷컴의 방식 가운데 어떤 방식이 더 낫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롯데온이 확실하게 통합플랫폼으로서 기능해 이커머스 2023년 거래액 20조 원을 달성하고 롯데를 승자로 이끌기 위해서는 강 부회장이 롯데쇼핑의 6개 부문과 1개 자회사를 조율해 하나의 목표로 끌고 가야 하는 책임이 무겁다. [채널Who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