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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Who] 카카오 10년 거대 생태계 구축, 김범수 어디로 더 진화하나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20-12-22 1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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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앱으로 불리는 카카오톡이 나온 지도 어느덧 10년이 훌쩍 지났다.

카카오는 지난 10년의 성과를 바탕으로 앞으로 10년을 ‘시즌2’라는 이름으로 준비하고 있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시즌2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가? 카카오는 앞으로 어떻게 진화할 것인가?

◆ 카카오 앞으로 10년, 지난 10년과 무엇이 다를까

카카오의 가장 큰 고민은 이렇다.

“어떻게 하면 카카오 생태계를 더 심화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이용자들과 더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있는가?”

우리는 이미 카카오가 제공하는 수많은 생태계 안에 살고 있다. 카카오톡 선물하기, 카카오T로 택시 잡기, 카카오페이 결제 등을 한 번도 사용 안 해본 이용자를 찾기 어렵다.

카카오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는다. 사용자와 더 많은, 더 밀접한 ‘관계’를 맺고 싶어 한다. 김범수 의장도 이런 의지를 구현하기 위해 ‘카카오 시즌2’를 만들어나가자고 말한다.

카카오가 11월에 열었던 개발자 콘퍼런스 ‘이프(if)카카오 2020’에서도 이런 고민을 엿볼 수 있다.

조수용 카카오 공동대표는 이 자리에서 “카카오가 지난 10년 동안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소통할 수 있게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좀 더 나를 잘 표현하고 이를 통해 의미 있는 관계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자 한다”며 “여기서 관계라는 것은 휴대폰 호를 저장하면 만들어지는 기능적 연결 그 이상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조 대표와 여민수 공동대표는 앞으로 10년 동안 카카오의 최고 자산인 ‘플랫폼’의 장점을 극대화하기로 했다. 플랫폼의 진화한 역할을 고민하겠다며 내놓은 것은 ‘미디어 플랫폼’과 ‘비즈니스 플랫폼’이다.

카카오가 설명하는 미디어 플랫폼으로서 역할은 기존 포털 뉴스서비스가 채우지 못했던 이용자의 갈증을 해결하는 데 집중하는 것을 말한다. 이미 어느 정도 성공 가능성을 엿봤던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의 사업모델을 확장하는 모습을 띨 것으로 여겨진다.

비즈니스 플랫폼으로서 역할은 다양한 자영업자들뿐 아니라 고객과 직접 만나 상담하고 영업해야 했던 전문가들을 4600만 명이 넘는 국내 사용자들과 직접 연결해주는 것을 의미한다.

여 대표는 “단순히 메신저를 넘어서 더 확장된 비즈니스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카카오톡 위에 완전히 오픈된, 또 심리스하게 연결된 비즈니스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며 “소상공인에게도,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한 창업자에게도 비즈니스가 톡처럼 쉬워질 수 있도록 디지털 비즈니스 솔루션이자 든든한 비즈니스 파트너로 카카오톡은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가 지난 10년 걸어왔던 길은 카카오톡의 성공을 바탕으로 이용자와 접촉면을 넓히는 것이었다. 카카오 기업집단에 포함된 국내회사만 3분기 말 기준으로 101곳이라는 점이 이를 보여준다.

김범수 의장은 1998년 한게임을 창업하던 시절부터 “사람들만 모으면 돈이 된다” “사람들이 많으면 개척할 수 있는 비즈니스모델은 무한하다”는 신념을 품어왔다. 카카오가 지난 10년 동안 플랫폼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집중했던 이유도 이런 신념과 맥락이 맞닿아 있다.

카카오가 앞으로 10년을 위해 플랫폼사업자로서 추가적 역할을 고민하겠다는 것은 이렇게 넓혀 놓은 접촉면을 더 단단하게 이어붙이고 더 깊은 관계를 설정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해도 무방하다.

스마트폰을 통해 가장 많이 소비하는 미디어, 그리고 우리 삶의 근간인 경제활동인 비즈니스를 모두 카카오 생태계 안에 끌어들여 이용자와 카카오의 관계를 더 끈끈하게 다지겠다는 뜻이다.

카카오의 지난 10년을 ‘더 넓은 생태계’로 표현한다면 앞으로 10년은 ‘더 깊은 생태계’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 카카오 생태계 확장의 핵심 키워드, ‘구독경제’를 주목하다

미디어 플랫폼과 비즈니스 플랫폼은 모두 플랫폼에 기반한 사업 확장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눈여겨봐야 할 지점은 또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두 플랫폼이 ‘구독경제’를 채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구독경제는 낯설지 않다. 신문과 요구르트부터 시작해 가전 렌털사업 등은 이미 삶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이게 가능한가 싶었던 자동차 구독서비스도 시장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으며 유튜브도 구독서비스에 기반하고 있다.

카카오가 착안한 지점도 바로 이곳이다. 카카오톡이 가진 최대 장점이 플랫폼을 장악하고 있다는 것인데 이를 구독경제와 접목하면 플랫폼 생태계를 강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게 비즈니스모델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여 대표는 9월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출범 20주년 기업 인터뷰에서 ‘향후 10년, 20년 인터넷산업의 변화’에 대한 질문에 “올드 이코노미(old economy)라고 할 수 있는 자동차, 가전 등과 같은 분야도 기업들이 구독화시키려고 하는 노력이 있다”며 “이에 따라 구독경제가 상당히 활성화할 것 같다는 기대와 예측이 공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카카오가 앞으로 내놓을 미디어 플랫폼은 플랫폼 안에서 누구나 편집자가 될 수 있고 누구나 좋은 글을 퍼블리싱할 수 있는 서비스를 지향점으로 하고 있다.

조 대표는 “사용자가 보고 싶어 하는 기사나 콘텐츠를 선택하는 구조, 또 선택받은 만큼 창작자나 편집자에게 수익이 배분되는 구조를 만들고자 한다”며 “좋은 생산자들이 다양하게 활동하고 수익으로 보상받는 선순환 구조의 미디어 생태계가 바로 카카오의 구독 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의 비즈니스 플랫폼은 기존에 흩어져 있던 여러 구독경제서비스를 카카오 플랫폼 안으로 모아 한꺼번에 제공하는 솔루션 형태의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 대표는 “정수기, 안마의자 등을 렌털하거나 상품을 정기적으로 받아보고자 할 때 온라인쇼핑하듯 아주 쉽게 톡에서 인증받고, 계약을 체결하고, 주문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김범수가 걷고자 하는 카카오의 길, 자영업자 경제와 상생 가능할까

카카오생태계 확장에 짚어봐야 할 부분도 있다. 생태계의 본질은 강한 자가 혼자서 살아가는 곳을 뜻하지 않는다. 협력과 경쟁을 통해 함께 살아가는 곳이 바로 생태계다.

하지만 카카오가 생태계를 확장하면서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점을 상기하면 과연 카카오의 생태계 확장이 소상공인에게도 이로운 것인지를 놓고는 항상 의문이 따라붙는다.

물론 플랫폼사업자의 특성이라는 것이 그렇다. 충분한 트래픽만 확보하면 여기에 붙일 수 있는 사업은 무궁무진하다.

네이버만 해도 검색 서비스에 기반해 포털사업자로, 뉴스 공급자로, 게다가 최근에는 이커머스시장까지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플랫폼의 확장성을 쉽게 정의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카카오의 문어발식 확장이 골목상권을 침해한다고 이미 여러 차례 지적됐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카카오T를 통해 도입하려고 했던 카풀서비스다.

카카오는 2018년 12월7일 카풀 베타서비스를 내놓으며 본격적으로 카풀서비스를 진행하려고 했다. 하지만 택시업계는 카카오의 카풀서비스가 밥그릇을 빼앗는 행위라며 강력하게 반발했고 이 과정에서 택시기사 1명이 분신해 사망하는 사건까지 일어났다. 결국 카카오는 카풀서비스를 잠정 중단했다.

현재 안정적 서비스로 자리 잡은 카카오헤어샵서비스도 초기에는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당시 카카오는 “가맹점주들이 카카오헤어샵을 통해 고객예약관리에 들이는 시간과 노력을 줄이고 새 소비자를 더 쉽게 유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 업체나 혜택을 볼 뿐 대부분의 영세업자는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많았다.

카카오가 카카오헤어샵으로 수수료 장사를 하게 되면 굳이 내지 않아도 될 돈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대기업의 대규모 할인마트가 골목상권을 파괴한다는 비판에 규제를 받게 된 과정과 비교해볼 때 카카오의 생태계 확대 논란도 상당히 많은 부분 닮아있다.

김범수 의장은 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 국정감사에 불려가 질타를 받기까지 했다.

김 의장은 이러한 문어발식 확장에 직접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2019년 신입 개발자 채용 오리엔테이션에 직접 참석해 “카카오가 전개해 나가는 일의 공통된 본질은 '이용자를 편하게 해준 것'이며 기술과 이용자 경험이 만나는 지점에 카카오가 있었다"며 "여러 공동체(계열사)가 이런 본질을 지키며 각자 전략대로 성장해가고 있고 앞으로도 기술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포인트를 찾아 하나씩 실천하는 것이 카카오 업의 본질이자 성장동력"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장은 카카오톡 프로필 메시지에 ‘내가 태어나기 전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떠나는 것’이라는 구절을 적어놓을 정도로 사람과 사람, 또는 비즈니스를 연결해 세상을 좀 더 편하게 만드는 것을 신념으로 삼고 있는데 이 과정에 떠오르는 논란을 해소해야 할 필요도 있다.

조직 내부 구성원들 사이에서는 카카오 생태계 확장의 방향성을 놓고 의구심을 던지는 시각들도 있다.

기업정보 공유 사이트 잡플래닛에 올라온 전현직 직원들의 리뷰를 보면 “문어발식 사업 확장과 쉴 새 없는 신사업 진출로 직원들이 자주 부서를 이동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너무 문어발 확장이라 서로 견제하고 소외되는 곳들이 많다”는 글이 올라온다.

한 직원은 자회사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얘기하기도 했는데 사업 확장을 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분사된 자회사에 관리가 소홀해지고 있다는 얘기로 파악된다.

◆ 카카오 앞으로 10년의 또 다른 축 ‘콘텐츠’, 창작자 역할 주목

카카오가 구독경제를 기반으로 한 플랫폼 확장 이외에도 앞으로 10년을 위해 주목하는 것은 또 있다. 바로 콘텐츠다.

카카오의 사업은 크게 플랫폼부문과 콘텐츠부문 등 두 부문으로 나누어져 있다. 각 부문이 카카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분기 기준으로 각각 50%씩이다.

성장률을 보면 플랫폼부문이 1년 전과 비교해 58% 성장한 데 반해 콘텐츠부문의 성장률은 26%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가파른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주력해야 하는 사업임에 틀림없다.

김범수 의장은 올해 초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그동안 뿌린 씨앗들 가운데 카카오M, 카카오페이지 등 콘텐츠사업도 좋은 실적을 내고 있어 성장이 기대된다”며 “텍스트에서 영상으로 비즈니스를 확장해 나가겠다”며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콘텐츠 비즈니스에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카카오가 2016년 음악 콘텐츠기업인 로엔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할 때만 해도 그저 플랫폼사업자의 역할만 하면 되지 뭣 하러 콘텐츠를 직접 만들려고 하냐는 의구심이 나왔다.

당시 카카오의 연매출이 1조 원에 그쳤는데 로엔엔터테인먼트 인수에 쓴 돈이 1조8천억 원이었던 만큼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 카카오의 콘텐츠사업을 바라보는 시장의 평가는 확 뒤집혔다. 

카카오페이지는 웹소설과 웹툰 등 지식재산권을 드라마와 영화, 게임, 공연 등 다양한 형식으로 활용하는 ‘원 소스 멀티 유즈’ 전략을 통해 계속 매출을 끌어올리고 있다. 카카오M도 음반유통 호조와 매니지먼트사업 회복 등으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 자회사인 카카오재팬을 통해 서비스하고 있는 픽코마는 일본 모바일 만화시장을 휩쓸기 시작하면서 말 그대로 폭발적 성장세의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김범수 의장이 카카오의 콘텐츠 경쟁력을 어떻게 얼마만큼 강화할 것이냐는 콘텐츠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자회사 CEO의 발언을 통해 엿볼 수 있다.

김재용 카카오재팬 CEO는 11월 열린 이프카카오 2020에서 “픽코마에는 작품과 독자가 만나면서 보여주는 많은 정보와 데이터들이 축적돼 있다”며 “일반적으로 이런 정보는 광고주들을 위해 사용되는 경우가 많은데 픽코마가 꿈꾸는 콘텐츠 생태계에서는 작품이 변함없는 주인공이 되는 세계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콘텐츠 비즈니스의 본질이 작품에 있는 만큼 작품을 생산하는 창작자들이 카카오의 정보와 데이터를 통해 독자들이 원하는 양질의 작품을 창작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내는 데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김성수 카카오M 대표가 7월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유능한 사람을 모아서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문화와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인프라, 시스템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한 것도 김재용 CEO의 발언과 뜻이 통한다.

◆ 카카오 미래 10년, 김범수 ‘더 카카오스러운’ 조직 만들기에 집중

카카오가 미래를 위해 미디어 플랫폼과 비즈니스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확장하고 최상의 품질을 확보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확보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이를 받쳐주는 조직의 역량을 충분히 갖추는 것이다.

김범수 의장도 조직문화가 카카오 미래 10년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그는 3월18일 카카오톡 출시 10주년을 맞이해 직원들에게 보낸 영상메시지에서 “'카카오스러움'의 문화를 회사의 성장에 맞추어 계승 발전시키고 모바일 생활 플랫폼을 넘어 또 다른 변화의 파고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카카오스러움은 카카오의 조직문화를 일컫는 말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면서 자연스럽게 체득한 태도이자 본질’을 말한다. 카카오는 홈페이지에 카카오스러움에서 고민을 시작하고 답을 찾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카카오가 올해 새로 정립한 카카오의 일하는 5가지 방식은 이런 카카오스러움을 강화하는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카카오는 △가보지 않은 길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무엇이든 본질만 남기고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 본다 △나보다 동료의 생각이 더 옳을 수 있다는 믿음을 지닌다 △스스로 몰입하고 주도적으로 일한다 △세상을 선하게 바꾸려고 노력한다 등의 일하는 방식을 정했다.

이런 조직문화를 만들어 직원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아이디어를 내 카카오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선순환구조를 만들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카카오 내부적으로는 회사가 급성장하면서 김 의장이 회사 설립 초기 내세웠던 카카오스러운 문화가 많이 희석됐다는 목소리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여전히 직급 대신에 영어 호칭을 쓰고 수평적 토론문화를 중시하며 개방적 의사결정 구조를 강조하긴 하지만 한국 회사의 특성상 조직이 커지면서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톱다운 방식의 수직적 의사결정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김 의장은 “아직 카카오는 하고 싶은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해야만 하는 것도 너무 많다”며 “저 혼자만의 생각으로 만들 수 있는 미래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가 카카오스러운 문화를 얼마나 더 계승해 발전시키느냐에 카카오의 미래가 달려있는 셈이다. [채널Who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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