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20-12-17 14:4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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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권 페리카나 회장이 미스터피자를 운영하는 MP그룹을 인수하면서 페리카나와 미스터피자의 옛 명성을 되찾기에 시동을 걸었다.
다만 페리카나의 실적이 예전 같지 않고 MP그룹도 오너 리스크 등으로 브랜드 이미지가 많이 실추돼 있어 반등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 양희권 페리카나 회장 겸 MP그룹 대표이사.
1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7일 코스닥시장에서 3년4개월 만에 거래가 재개된 MP그룹은 호된 복귀 신고식을 치르고 있다.
7일 MP그룹 주가는 거래정지 전 가격의 60%가 넘는 가격으로 시초가를 형성했다가 21.60% 하락한 167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그 뒤로도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해 16일에는 1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처럼 MP그룹 주가가 떨어지는 것은 그동안 거래정지로 피해를 본 투자자들이 주식 매도에 나섰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MP그룹은 2017년 7월 정우현 전 MP그룹 회장의 배임, 횡령 혐의로 상장적격 심사를 받으며 거래가 정지됐다. 2018년 상장폐지 위기도 있었지만 정 전 회장이 경영에서 손을 떼겠다고 선언하며 상장폐지는 유예됐고 개선기간을 부여받았다.
MP그룹은 현재 양희권 페리카나 회장을 중심으로 ‘피자 명가’의 재건을 꿈꾸고 있다.
양 회장은 올해 9월 사모펀드 ‘얼머스-TRI 리스트럭처링 투자조합 1호’를 통해 MP그룹 지분 33.11%를 160억 원에 매입해 경영권을 확보했고 MP그룹 대표에도 올랐다. 얼머스-TRI 리스트럭처링 투자조합 1호의 최대 투자자는 ‘페리카나’와 관계사 ‘신정’으로 이들의 출자 지분율은 69.3%에 이른다.
페리카나는 양 회장의 오너일가가 지분 100%를 지닌 가족회사다. 양 회장의 부인인 송영미 페리카나 이사가 36%, 장녀인 양유나씨가 30%, 차녀인 양유리씨가 18%, 장남인 양경섭씨가 16%의 지분을 들고 있으며 양 회장의 지분은 없다.
양 회장은 1세대 치킨 프랜차이즈인 페리카나 창업주로 고추장이 첨가된 양념치킨을 널리 알린 인물로도 유명하다. 양념치킨을 처음 개발한 사람은 멕시칸치킨 창립자인 윤종계씨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양념치킨을 처음 전국적으로 프랜차이즈화한 사람이 양 회장이다.
1981년에 시작한 페리카나는 현재 전국에 가맹점 약 1100개를 보유하고 있다. 2019년 기준 매출은 454억 원으로 국내 치킨업계 16위다.
양 회장은 페리카나와 MP그룹의 시너지를 극대화해 프랜차이즈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양 회장은 우선 페리카나의 지역별 물류거점을 활용해 MP그룹 미스터피자의 배송과 물류비용을 줄이고 배달 중심의 소규모 가맹점을 확대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미스터피자의 국내 점포 237개는 대부분 식사공간이 있는 매장인데 이를 점진적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페리카나는 이미 매장의 90%가 배달전문으로 운영되고 있다.
양 회장은 9월 MP그룹 대표에 선임되며 “코로나19 이후 매장 방문고객이 80% 줄었고 아 부족분을 채울 수 있는 것은 배달이다”며 “페리카나의 매장 내 테이블은 4~5개로 소규모가 대부분인데 이를 미스터피자에도 적용하면 나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페리카나와 미스터피자를 결합해 1개의 점포에서 치킨과 피자를 모두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매장도 만들 것으로 보인다.
양 회장은 “중국식당에서 자장면과 짬뽕사이에서 고민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짬자면’이 나왔듯이 비슷한 모델로 페리카나와 미스터피자를 결합할 생각이다”며 “같은 점포 내 페리카나와 미스터피자 2개 브랜드를 융합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 회장은 사업개편을 위한 자금도 확보하고 있다.
MP그룹은 유상증자와 자사주 처분 등을 통해 250억 원 정도의 투자재원을 마련했다. 또 화장품 자회사 MP한강을 매각해 추가적으로 자금을 만들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MP그룹이 보유한 MP한강 지분 43%는 최소 400억 원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미스터피자가 2015~2019년 누적 영업손실 300억 원에 이르러 경영상태가 빨리 회복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오너의 갑횡포 논란으로 브랜드 이미지가 하락한 상황에 더해 국내 프랜차이즈 피자시장 규모가 축소되고 있다는 문제도 있다.
시장 조사업체 링크아즈텍에 따르면 2018년 프랜차이즈 피자시장 규모는 약 1조8천억 원으로 2017년 2조 원 대비 10%가량 줄었다. 2019년 프랜차이즈 피자시장 규모는 1조5천억 원까지 감소한 것으로 파악된다.
페리카나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페리카나는 2019년 영업이익 4억3248만 원을 거뒀는데 2018년보다 85%나 줄었다.
양 회장은 11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MP그룹은 가맹점주들과 문제가 많았고 경영진들을 향한 인식도 좋지 않은 것을 잘 알고 있는 만큼 그들의 신뢰를 회복하도록 하겠다”며 “내 돈을 들여서라도 MP그룹의 정상화를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