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CJ그룹의 연말 대표인사를 두고 이 회장의 ‘신상필벌’ 원칙이 어느 때보다도 강하게 적용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회장은 그룹 임원인사를 통해 주요 계열사의 대표이사를 대폭 교체했는데 특히 올해 실적부진을 겪거나 논란이 있었던 계열사들의 대표를 모두 물갈이했다.
CJ대한통운 대표는 CJ제일제당에서 실적 반등에 성공한 강신호 대표가 이동해 맡는다. CJ대한통운은 올해 택배기사 사망과 관련해 질타를 받아왔다.
강신호 대표는 2012년 CJ대한통운 PI추진실 실장을 지낸 경력이 있다. 강 대표는 이미 CJ프레시웨이 대표, CJ제일제당 대표를 역임하면서 모두 실적개선으로 경영능력을 입증해 이 회장의 신임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이사 부회장은 직을 유지하지만 대외업무에 집중한다. 두 사람은 공동대표체제를 꾸린다.
CJENM, CJCGV, CJ프레시웨이, CJ푸드빌 대표이사도 모두 교체됐다. 모두 올해 실적이 부진했다. 이재현 회장으로서는 대표 교체를 통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 셈이다.
강호성 CJENM 대표 내정자는 연예계전문 변호사 출신으로 CJENM의 준법경영 강화와 함께 미디어사업에서 변화를 모색하라는 과제를 받을 것으로 풀이된다.
CJENM 대표에서 CJCGV 대표로 자리를 옮긴 허민회 대표는 기회를 더 받았다. 허 대표는 CJ그룹에서 대표적 재무 전문가이자 해결사로 꼽혀 이재현 회장의 신임이 남다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코로나19로 최악의 상황을 겪고 있는 CJCGV 활로를 찾는 역활이 맡겨졌다.
재계 관계자는 “CJ그룹이 이번처럼 대폭적으로 물갈이 인사를 한 것은 매우 드물다”며 “특히 실적이 부진했던 계열사들의 대표이사는 모두 교체돼 이 회장의 ‘신상필벌’ 기조가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이번 인사로 이 회장의 친정체제가 더욱 강화됐다는 시선도 나온다.
‘샐러리맨 신화’이자 CJ그룹의 2인자로 불렸던 박근희 CJ대한통운 부회장의 역할은 대외업무로 축소됐다. 많은 계열사의 대표이사를 부사장급이 맡게 되면서 세대교체도 또다시 이뤄졌다.
이 회장은 친정체제를 바탕으로 미디어, 물류, 식품이라는 3가지 축을 중심으로 '글로벌 CJ그룹 도약'을 향해 진두지휘할 것으로 보인다.
CJ그룹 관계자는 “연공보다 능력 경쟁을 통한 젊은 인재의 과감한 발탁으로 그룹 전반의 세대교체를 가속화했다”며 “새로운 경영진을 중심으로 포스트 코로나19시대를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