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인사담당자들이 채용자 추천리스트를 관리하고 특정 지원자에게 채용특혜를 준 혐의로 진행된 재판에서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받았다.
서울서부지방법원 형사9단독 박수현 판사는 9일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하나은행 전 인사부장 송모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과 벌금 200만 원을, 후임자였던 강모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벌금 100만 원을 각각 선고했다.
법원은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하나은행 전 인사팀장인 오모씨와 박모씨에게 벌금 1천만 원씩을,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하나은행에 벌금 700만 원을 판결했다.
하나은행 인사담당자들은 2015∼2016년 하나은행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VIP리스트를 작성해 관리하면서 은행 고위임원과 관련된 지원자와 특정학교 출신 지원자에게 특혜를 준 혐의로 기소됐다.
이 과정에서 하나은행은 사외이사나 계열사 사장과 관련된 지원자에게 사전에 공고하지 않은 전형을 적용하거나 임원 면접점수를 높게 주는 등 입사특혜를 줬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재판부는 비공식적 방법으로 인사부에 전달되는 추천자를 따로 리스트로 만들어 관리했으며 이 리스트가 특정 지원자를 합격시키기 위한 장치였다고 판단하고 혐의 가운데 일부를 유죄로 봤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도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지원 당시 남성과 여성 지원자 수에서 큰 차이가 없었지만 여성 지원자 합격비율을 사전에 정해두고 남성 위주로 채용해왔다”며 “직무상 남성 행원이 필요했다는 피고인들의 주장은 합리적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하나은행은 사기업이지만 금융기관으로서 높은 공공성이 있어 사회적 책무를 지닌다”며 “피고인들의 행위는 투명하고 공정한 채용 절차를 기대한 지원자들의 신뢰를 저버리고 사회 전반의 신뢰를 훼손한 것으로 책임이 가볍지 않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은 2017∼2018년 2차례에 걸쳐 금융권의 채용비리와 관련한 특별검사를 벌였다. 채용비리로 의심되는 사례로 적발된 22건 가운데 13건이 하나은행 사례였다.
인사담당자에게 부정채용 지시를 내린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당시 하나은행장)은 아직 재판을 받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두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