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가 전문경영인체제에서 오너경영체제로 다시 전환하기 위한 준비작업을 차근차근 밟고 있다.
박문덕 회장의 장남인 박태영 부사장이 연말 임원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박경복 창업주와 박문덕 회장에 이어 3세경영시대를 예고했다.
9일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박태영 사장은 앞으로 영업과 마케팅을 전담하게 된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부사장일 때와 하는 일 자체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면서도 “앞으로 김인규 대표와 박태영 두 명의 사장이 하이트진로를 투톱체제로 운영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김인규 대표이사 사장이 생산 및 관리총괄을 담당하고 박태영 사장은 국내 영업과 마케팅을 맡는 식으로 역할을 분담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태영 사장은 향후 성과에 따라 과거 김인규 대표 직함이었던 영업총괄 대표직을 맡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 사장은 영업과 마케팅에서 성과를 거둬 오너경영체제 전환의 명분을 쌓을 것으로 보인다.
하이트진로는 신제품 테라와 진로이즈백을 앞세워 코로나19을 이겨냈는데 코로나19가 진정돼 주류시장이 회복되면 실적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상중 키움증권 연구원은 “하이트진로는 2020년 맥주시장 점유율 40%를 달성하면서 수도권 업소 채널 중심으로 높은 인지도를 확보해 뒀다”며 “코로나19 사태만 해결되면 주류시장 수요 회복과 점유율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 이익이 빠르게 늘어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다만 김인규 대표체제가 공고한 만큼 당분간 전문경영인체제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김인규 대표는 2011년부터 하이트진로 제품의 경쟁력 향상과 체질 개선을 이끌면서 3차례나 재신임을 받았다.
하이트진로는 올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2조3180억 원, 영업이익 2110억 원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보다 매출은 13.9%, 영업이익은 139.5% 늘어나는 것이다.
하이트진로그룹 안팎에서는 박태영 사장이 회사 안팎에서 인정받을 만한 성과를 낸다면 그동안의 도덕성 논란을 잠재우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본다.
박 사장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지분 승계작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하이트진로그룹 일감 몰아주기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박 사장은 하이트진로나 지주사 하이트진로홀딩스 지분을 들고 있지는 않지만 대신 하이트진로홀딩스 2대주주(27.66%)인 서영이앤티 지분 58.44%를 보유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하이트진로그룹이 서영이앤티를 하이트진로 2대주주로 만들어주는 과정에서 일감 몰아주기, 통행세, 이면거래 등 불법부당한 행위를 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 때문에 박태영 사장은 올해 5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서영이앤티는 장남 박태영 사장이 58.44%, 차남 박재홍 부사장 21.62%, 아버지 박문덕 회장이 14.69%, 큰아버지 박문회 회장이 5.16% 지분을 나눠 들고 있는 가족회사다.
박태영 박재홍 형제는 하이트진로나 하이트진로홀딩스 지분은 들고 있지 않다.
박태영 사장은 영국 런던 메트로폴리탄대 경영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컨설팅기업에서 경험을 쌓은 뒤 2012년 하이트진로에 상무로 입사했다. 그동안 경영관리와 마케팅, 영업을 맡아왔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