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수 F&F 대표이사 사장이 기업구조 개편과 조직정비에 분주하다.
F&F는 패션브랜드 MLB와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의 사업권을 들고 한국과 중국, 동남아시아에서 의류사업을 하고 있다.
김 대표는 F&F를 글로벌 패션기업이라고 할 만한 조직으로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7일 F&F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김 대표는 올해 안에 국내 기업조직 정비와 중국 판매망 확보를 마무리하고 내년부터 해외매출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F&F는 2021년 5월1일까지 제조업부문을 인적분할해 지주사체제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11월에 발표했다.
김 대표는 지주회사 F&F홀딩스와 패션회사 F&F(가칭)로 나누어 F&F홀딩스는 신사업 투자 등에, 신설법인은 브랜드 라이선스사업과 주문자부착생산(OEM) 사업에 전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주사와 신설법인 출범을 앞두고 내부적으로는 전문화 및 세분화작업을 마친 것으로 전해진다.
지주사 소속으로 경영지원과 인사, 총무, 홍보, 사업지원, 디지털 등의 7개 본부를 두고 본부별로 업무를 쪼갰다.
특히 디지털본부는 김 대표 장남인 김승범 상무가 본부장을 맡아 그룹의 디지털전환을 추진하고 기존 각 브랜드별 온라인사업팀을 흡수해 그룹 차원의 온라인사업 전략을 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F&F는 사업지원본부가 인사, 경영관리, 소비자전략, 기획 등을 모두 맡아 비효율적이라는 내부적 평가가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설법인이 될 패션회사는 MLB, 디스커버리 등 브랜드별로 사업부를 신설해 독자적 브랜드 전략을 짤 수 있도록 했다.
김 대표가 지주사 전환과 사업부문 정비 작업에 나선 까닭은 글로벌 패션기업 도약에 앞서 F&F의 체질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F&F는 지난해 2월 중국에서 MLB 브랜드의 중국 라이선스사업권을 따내 현지에서 직접 브랜드사업을 펼칠 수 있게 됐다. 이를 위해 현지에 5곳의 직영점과 대리상 유통채널 약 50곳을 확보해뒀다.
이는 면세점과 보따리상 중심의 해외매출 구조를 직수출 중심으로 바꾸려는 김 대표의 의지가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F&F 패션사업의 수출 비중은 1.4% 수준이다.
F&F는 올해 코로나19 영향으로 여객과 면세점 운영이 멈추면서 실적에 타격을 입었고 앞으로 보따리상만으로는 중국 내 수요에 대응하기 힘들 것으로 판단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F&F는 올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8200억 원, 영업이익 1046억 원을 낼 것으로 예상됐다. 2019년보다 매출은 9.9%, 영업이익은 30.6% 줄어드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F&F의 기업구조 개편 추진을 놓고 김 대표가 후계자 경영권 승계의 명분을 쌓기 위한 포석을 깐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장남 김승범 상무가 지주사에서 온라인사업을 주도하면서 향후 경영권 승계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현재 F&F의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김창수 대표가 45.01%, 부인인 홍수정 이사가 3.57%, 장남 김승범 상무가 2.79%, 차남 김태영씨가 2.6%를 보유하고 있다.
패션업계에서는 F&F가 동종업계에 있는 휠라그룹의 선례를 따라 김창수 대표가 그룹의 투자 관련 의사결정을 맡고 장남인 김승범 상무는 의류사업을 총괄하게 될 것으로 보기도 한다.
김창수 대표는 베네통, 시슬리, 레노마스포츠, 엘르스포츠, 구호, 어바우트, 킬러루프 MLB 등 해외 패션 브랜드를 국내에 들여와 줄줄이 성공하면서 브랜드 라이선스사업의 귀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2년 8월에는 다큐멘터리 채널 디스커버리의 의류 판권을 바탕으로 만든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 브랜드로 국내 롱패딩 열풍을 주도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