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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왜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에서 실권주를 사들이는 방식을 선택했을까?
단순히 오너의 책임경영 의지를 보이는 게 목적이라면 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이 더 확실하다.
그런데도 이 부회장이 일반공모에서 실권주를 사들이기로 결정한 데는 3자배정의 경우 주가산정을 놓고 논란이 일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9일 “이 부회장이 책임경영의 의지를 내비치려 했다면 실권주에 대한 일반공모가 아닌 3자배정 유상증자가 더 확실한 방법이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3자배정 유상증자는 기존 주주들에게 우선 배정되는 주주배정 유상증자와 달리 특정인에게 신주를 사들일 권리를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기존 대주주와 다수의 소액주주들을 대상으로 하는 일반공모에 비해 실권주가 발생할 우려가 없어 편리한 자금조달 수단으로 활용된다.
또 기존주주를 대상으로 한 유상증자가 실패할 염려가 있거나 경영권 또는 지분을 특정인에게 넘겨주려 할 때도 사용된다.
김 소장은 “3자배정 유상증자를 선택할 경우 주식 헐값인수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데 삼성그룹에서 이를 우려해 3자배정 유상증자가 아닌 실권주에 대한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특정인에게 주식을 넘겨주게 될 경우 상대적으로 다른 주주들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상황도 빚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예전에 삼성에버랜드(현 제일모직) 주식을 인수할 때 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이 동원됐는데 당시 헐값인수로 논란이 일기도 했다.
김 소장은 “3자배정을 할 경우 주가산정을 놓고 형평성 논란이 불거지게 마련인데 삼성그룹에서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3자배정 유상증자를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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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 |
김 소장은 “책임경영 의지를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3자배정 유상증자가 확실한 측면이 있지만 이런 문제점을 고려해 이 부회장이 실권주에 대한 일반공모형식으로 참여를 결정한 것 같다”며 “주주배정 유상증자든 3자 배정 유상증자든 이 부회장의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 참여결정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 부회장이 최대 3천억 원을 유상증자에 투입할 경우 자금을 어떻게 마련할지도 관심거리다.
이 부회장의 재산은 대부분 삼성물산(16.5%)나 삼성SDS(11%) 등 삼성계열사 지분으로 이뤄져 있어 현금으로 3천억 원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소장은 “과거 재벌 총수들이 유상증자에 들어갈 재원 마련을 위해 지분을 판 경우는 거의 없었다”며 “이 부회장도 주식담보대출을 통해 유상증자 재원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엔지니어링 주가는 9일 급락하며 전날 상승분을 거의 다 잃었다. 삼성엔지니어링 주가는 전날보다 11.64%(1850원) 떨어진 1만40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엔지니어링이 유상증자에 성공해도 경영정상화가 만만치 않다는 관측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광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세계 플랜트시장 위축으로 빠른 영업회복 가능성은 낮다”며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 성공 가능성은 커 보이지만 주식이 늘어나 주당 가치는 크게 희석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