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리츠(부동산투자회사)사업 진출이 가시화되고 있다.
장동현 SK 대표이사 사장은 리츠시장 진출을 통해 부동산투자사업으로 영역을 넓혀 그룹 계열사들의 부동산자산을 운용하는 방식으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강조한 그룹 차원의 성장재원 확보를 위한 새 길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30일 SK에 따르면 회사는 최근 우선매수권을 행사해 서울 종로구 서린동에 있는 사옥 SK서린빌딩을 되사기로 결정했다.
매수권 행사금액 등 구체적 내용은 밝히지 않았지만 예비 우선협상자였던 이지스자산운용이 제시한 금액을 고려할 때 매수가격이 약 1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SK는 앞서 2005년 정유사업 확대를 위한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BOA메릴린치에 건물을 매각한 뒤 임차해 사용해왔다. SK서린빌딩은 SK, SK이노베이션, SK에너지, SKE&S 등이 사옥으로 쓰고 있다.
SK서린빌딩 임대차 계약은 2021년 3월 만료된다.
투자은행(IB)업계 안팎에서는 SK가 서린빌딩 매입을 리츠사업의 첫 프로젝트로 삼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SK가 내부에 리츠 전담팀을 꾸려 사업검토에 들어갔다는 말도 나왔다.
리츠는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이나 부동산 관련 자본·지분에 투자한 뒤 임대수익, 매각 차익 등을 배당하는 회사나 투자신탁을 말한다.
SK 관계자는 리츠사업의 구체적 진행사항에 관해서는 말을 아끼면서도 “리츠는 자산운용 방법 가운데 하나로 예전부터 검토해왔던 사업”이라고 말했다.
장 사장이 리츠 자산관리회사(AMC)를 세워 서린빌딩을 자산으로 편입하면 1조 원에 이르는 알짜 부동산의 소유권을 확보하면서 동시에 자금운용에 활용할 수 있다.
장 사장이 리츠사업을 시작하면 당장 SK서린빌딩 등 사옥자산뿐 아니라 그룹 계열사인 SK텔레콤의 통신탑 등을 사들여 이를 다시 SK텔레콤에 임대하면서 수익을 얻을 수 있다.
5G가입자 증대와 통신설비 인프라의 활용성을 볼 때 통신탑은 지속적 투자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자산이 될 수 있다.
최근 리츠시장에서 통신탑, 데이터센터, 물류센터, 주유소 등이 떠오르고 있는 점을 생각하면 SK텔레콤 등 계열사를 두고 있는 SK는 시작부터 우량자산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리츠사업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기도 하다.
SK의 리츠사업은 그룹 차원에서 계열사들의 재원 마련부분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영역이기도 하다.
SK텔레콤을 비롯한 SK그룹 계열사들이 SK 리츠회사에 그들이 보유한 부동산을 매각한 뒤 임대해 쓰는 방식으로 새로운 사업에 투자할 현금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그룹도 앞서 2019년 3월 롯데리츠를 설립해 같은 해 10월 상장했는데 상장 첫날 롯데리츠의 시가총액이 1조 원을 넘기도 했다. 또 계열사 롯데쇼핑은 백화점과 마트 등 점포 5곳과 롯데마트몰 김포물류센터 등을 롯데리츠에 양도해 약 8천억 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SK그룹은 과거에도 부동산자산 유동화를 통해 미래 투자에 자금을 조달해온 경험이 있다. SK서린빌딩이 대표적 사례다.
SK는 앞서 2005년 정유사업 확대를 위한 인수자금이 필요하자 그룹의 역사가 깃든 서린빌딩 사옥을 과감하게 매각해 SK인천석유화학을 인수했다. 2012년에는 SK텔레콤이 보유한 서울사옥 3곳을 팔아 이동통신시장 LTE시장 경쟁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도 했다.
SK그룹은 현재 각 계열사가 포스트 코로나19시대를 대비한 새로운 성장동력 마련과 사업모델 변신에 온힘을 기울이고 있다.
그만큼 돈 들어갈 일이 많다.
SK그룹 주력 계열사인 SK텔레콤은 모빌리티 자회사 설립, 아마존과 협업 등을 추진하며 통신 외 비통신사업으로 영역 확장과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산업부분에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10월 10조 원이 넘는 금액을 들여 인텔의 낸드플래시사업을 인수했다. SKE&S와 SK브로드밴드는 컨소시엄을 꾸려 신재생에너지를 쓰는 새만금 데이터센터 유치사업에 2조 원을 투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그룹 차원의 성장재원 확보를 강조하고 있다.
최 회장은 올해 SK그룹의 확대경영회의와 10월 CEO 세미나 등 경영전략 회의들에서 친환경 등을 앞세운 새로운 사업모델로 혁신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실행 등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