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현대엔지니어링에 따르면 올해 안에 1곳의 도시정비사업을 추가로 수주할 가능성이 있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12월에 2천억 원 미만 규모의 도시정비사업을 1곳 더 수주할 수 있다”며 “다만 수주전략상 수주전이 진행되고 있는 사업지를 공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올해 연말까지 도시정비사업 수주의 고삐를 죄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올해 도시정비사업 수주액 규모가 가장 가파르게 늘어난 건설사로 꼽힌다.
11월까지 1조2782억 원 규모의 도시정비사업을 수주해 역대 최대 실적을 다시 썼는데 이는 지난해 수주액 3630억 원보다 3배 넘게 수주 규모가 커진 것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플랜트를 주력으로 하는 건설사지만 올해는 도시정비사업 수주액 순위 5위에 오르며 ‘주택 강자’로 여겨지는 GS건설, 대림산업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기도 하다.
김 사장은 코로나19로 주력인 해외플랜트 수주가 줄어들자 도시정비사업 수주로 활로를 뚫어내려는 것으로 보인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은 올해 들어 11월 말까지 약 2조5천억 원 규모의 해외수주를 확보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해외수주액이 39.4% 감소했다.
코로나19로 내년 해외플랜트 발주도 올해처럼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김 사장으로서는 도시정비사업 등으로 국내에서 많은 일감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큰 셈이다.
대형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삼성엔지니어링, 현대건설 등 일부 건설사들의 올해 해외수주 실적이 지난해보다 늘었지만 대부분 건설사는 해외플랜트 조직을 축소하며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내년에도 해외플랜트 발주가 정상 수준으로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고 내다봤다.
이 때문에 김 사장이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도시정비사업 수주에 힘을 쏟을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코로나19로 악화한 해외플랜트시장에서 무리하게 수주를 따내는 것보다 안정적 도시정비사업을 늘리는 것이 수익성을 회복하는 데도 더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020년 들어 3분기까지 매출 5조2563억 원, 영업이익 2033억 원을 거뒀다.
2019년 한 해 동안 매출 6조8010억 원, 영업이익 4081억 원을 낸 것과 비교하면 올해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줄어들 것이 확실시 된다.
올해 영업이익이 감소한 주요 이유로는 코로나19에 따른 해외현장 추가원가 발생이 꼽히는 만큼 김 사장이 내년 해외수주 확대를 노리기보다 도시정비사업 수주에 힘을 쏟을 가능성은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엔지니어링은 3분기 코로나19 영향으로 해외현장에서 약 600억 원의 추가 원가가 발생했다”며 “해외 원가율은 3분기 103%를 나타내면서 1년 전보다 12%포인트 높아졌다”고 말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정의선 회장의 중요한 지분승계 자금줄로 여겨진다는 점에서 김 사장이 도시정비사업으로 수주 부진을 메우는 것은 실적 방어 이상의 의미를 지닐 수 밖에 없다.
정의선 회장은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11.72%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 지분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의 주요 계열사 지분을 물려받기 위한 증여세 재원 등으로 쓰일 것으로 증권업계는 보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모비스, 현대자동차처럼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상단에 있는 회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비상장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 지분가치를 더 높이기 위해 상장사인 현대건설과 합병 가능성도 꾸준히 나오고 있기도 하다.
이 방안이 추진되면 현대엔지니어링이 수주를 토대로 탄탄한 실적을 유지해 높은 합병비율을 적용 받아야만 정의선 회장이 더 많은 승계자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정의선 회장이 보유한 현대엔지니어링 주식가치는 11월 말 장외거래 기준으로 7100억 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정몽구 명예회장의 보유지분은 4조6천억 원 규모로 추정되는데 이 지분을 물려받는데 조단위의 자금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김 사장이 임기인 2022년 3월까지 현대엔지니어링 기업가치를 더욱 높여야 할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