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현대차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해 들어 3분기까지 누적으로 개별기준 영업이익률 2.0%를 보였다.
1년 전보다 0.6%포인트 하락한 것인데 3분기에 반영한 2조 원대의 대규모 품질비용을 제외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현대차가 2조 원 규모의 품질비용을 반영하지 않았다고 가정하면 3분기 개별기준 누적 영업이익률은 7%대로 올라간다.
이 사장은 지난해 ‘CEO 인베스터 데이’ 행사를 통해 2022년 자동차부문 영업이익률 7% 달성을 수익성 목표로 제시했다.
이 사장이 충당금 같은 일회성 비용 없이 내년에도 올해 같은 판매흐름을 이어간다면 영업이익률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3분기 선제적으로 반영한 대규모 품질비용이 향후 일정 부분 환입된다면 수익성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
이 사장은 매출 원가율 개선에 힘입어 현대차의 전반적 수익성을 끌어올린 것으로 평가된다.
현대차는 지난해 3세대 플랫폼을 도입한 이후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차량, 고가 트림(등급) 차량,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 판매 확대 등에 힘입어 매출 원가율이 지속해서 개선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플랫폼은 차체를 구성하는 기본 뼈대와 차량 주요 부품인 서스펜션, 파워트레인, 연료장치, 공조장치, 조향장치, 배기장치 등을 포괄하는 개념인데 현대차는 3세대 플랫폼 개발 단계부터 원가 절감을 위한 표준화와 모듈화에 많은 신경을 썼다.
현대차는 올해 3분기 대규모 품질비용을 반영해 영업손실을 냈지만 매출 원가율은 81.4%로 1년 전보다 2.2%포인트 개선됐다.
이 사장은 수익성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는 만큼 이를 기반으로 미래차시대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회장 취임 이후 스마트모빌리티 솔루션그룹을 전환을 위해 더욱 속도를 내고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자율주행, 로봇, 5세대 통신, 빅데이터 등 4차산업혁명 기술 중심의 업체들과 협력해 기술력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정 회장은 스마트모빌리티 솔루션그룹을 전환하기 위해 2025년까지 100조 원을 투자할 계획을 세웠는데 현대차는 이 가운데 50조 원을 담당한다.
▲ 이원희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사장이 10월30일 울산 공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미래차 전략 토크쇼'에서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사장은 현대차의 수익성을 높이는 동시에 미래 투자를 위해 현금곳간도 든든히 채워두고 있다.
현대차는 3분기 말 연결기준으로 12조3070억 원 규모의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역대 최고 수준으로 2019년 말보다 42% 늘었다. 직전 분기인 2분기와 비교해도 13% 증가했다.
이 사장은 현대차그룹을 대표하는 재무 전문가로 현대차를 지속해서 이끌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 사장은 10월 말 울산 공장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 앞에서 현대차 미래차 전략을 직접 설명하는 등 정 회장의 신임을 받고 있다. 3분기 대규모 충당금 이슈와 관련해서도 사전설명회 등을 통해 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사장은 2016년 3월 현대차 대표이사에 올랐고 2019년 3월 3년 임기로 연임에 성공했다. 공식 임기는 2022년 3월까지지만 현대차그룹에 임원 수시인사제도가 자리 잡은 만큼 임기에 큰 의미는 없다.
현대차 관계자는 “코로나19에 따른 글로벌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유동성 관리에 지속해서 힘을 싣고 있다”며 “주요 신차의 성공적 출시와 판매 정상화를 통해 수요 회복기에 글로벌 점유율을 늘리고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