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봉 현대엘리베이터 대표이사가 초고층빌딩 승강기시장에서 입지를 넓힐 수 있을까?
현대엘리베이터는 현대그룹 핵심계열사인데 정체되는 실적을 다시 개선하기 위해 늘어나고 있는 초고층빌딩 승강기시장에서 경쟁력을 보여주는 것이 절실해 보인다.
1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내 초고층빌딩 건설이 늘어나면서 이와 함께 초고층 승강기시장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적으로 초고층빌딩은 높이 150m 이상이거나 50층 이상으로 이뤄진 건물을 말한다.
국내에서 5월에 착공한 현대차그룹 사옥 글로벌비즈니스센터(569m), 인천경제자유구역 청라국제도시에 지어지는 청라시티타워(448m), 전주에서 논의되고 있는 익스트림타워(470m) 등 초고층빌딩 건설이 이어지고 있다.
송승봉 대표는 초고층빌딩에 설치하는 승강기 수주를 늘려 현대엘리베이터의 초고층 승강기시장 입지를 확대하는 일이 시급하다.
현대엘리베이터는 현대그룹의 유일한 상장사로 그룹 핵심 계열사로 평가되는데 지난해 실적이 줄었고 올해 전망도 밝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2019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8725억 원, 영업이익 1362억 원을 거뒀는데 2018년과 비교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0.3%, 4.8% 줄었다.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현대엘리베이터는 올해도 매출이 지난해보다 3.8%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영업이익은 1450억 원을 내며 지난해보다 6.4%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지만 올해 초 현대엘리베이터가 내세운 목표 1550억 원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현대엘리베이터는 2019년 실적을 발표하며 부동산경기 침체에 따른 승강기시장 경쟁 심화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일반 승강기 신규수요는 크게 늘지 않을 것으로 전망돼 송 대표는 초고층 승강기로 새 성장동력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승강기업계에 따르면 초고층 승강기는 1대 매출이 일반 승강기에 3~5배 수준이고 수익성도 높다고 알려졌다.
송 대표는 현대엘리베이터 실적을 다시 확대하기 위해 초고층 승강기 기술 경쟁력을 꾸준히 키워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엘리베이터는 5월 세계에서 가장 빠른 분속 1260m의 초고속 승강기를 개발했다.
송 대표는 분속 1260m의 초고속 승강기를 개발한 뒤 "이번 초고속 승강기 기술 개발은 한국 승강기산업이 크게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초고속 승강기의 중요성을 들기도 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2009년 4월 완공한 초고속 승강기 테스트타워인 현대아산타워에 당시 국내에서 가장 빠른 분속 1080m의 초고속 승강기를 설치한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현재 초고층 승강기 관련 전문조직도 운영하며 초고층 승강기시장 확대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송 대표는 2017년 말 초고층 승강기부문에 강점이 있는 일본 히타치엘리베이터코리아 대표이사를 지낸 경험도 있어 현대엘리베이터의 초고층 승강기 경쟁력 강화에 적임자라는 시선도 있다.
다만 현대엘리베이터의 국내 초고층 승강기 실적이 경쟁사와 비교해 적은 것은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현대엘리베이터는 높이 289m의 부산국제금융센터의 승강기 이외에는 별다른 초고층 승강기 실적이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에서는 현대엘리베이터와 함께 티센크루프엘리베이터, 오티스엘리베이터가 '3대 승강기기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높이 333m의 서울 여의도 파크원에 공급하는 80여 대의 초고층 승강기는 티센크루프엘리베이터가 수주했다.
또 현재 국내에서 가장 높은 555m의 롯데월드타워에도 오티스엘리베이터가 31대를 공급한 것과 비교해 현대엘리베이터는 단 한 대도 공급하지 못했다. 다만 롯데월드타워 옆 롯데월드몰에는 60여 대의 일반 승강기를 공급했다.
따라서 현대엘리베이터는 수개월 안에 입찰이 열릴 가능성이 큰 글로벌비즈니스센터 승강기 수주전을 시작으로 초고층 승강기시장 입지 확장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엘리베이터 관계자는 "초고층 승강기는 가격이 높으면서도 기술력을 집약해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이라며 "초고층 승강기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어 앞으로 수주에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