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사장단 정기인사에서 삼성그룹의 전자계열사에 기술인력을 대거 전진배치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의 미래를 기술에서 찾는 기술 중심주의에 더욱 힘을 실었다.
이 부회장은 1일 실시한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기술에 대한 안목을 갖춘 인력을 무선사업과 반도체사업, 솔루션사업 등 주요사업의 중심에 세웠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문장에 신종균 IM부문 사장의 후임으로 고동진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된 점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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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고 사장은 원조 ‘삼성맨’으로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서 해외상품그룹기획장과 개발관리팀장, 기술전략팀장, 개발실장을 거치며 휴대폰 사업에 전문지식과 경험을 겸비한 인재로 꼽힌다.
삼성그룹 측은 “고 사장은 갤럭시S6과 갤럭시노트5 등 차별화된 주력모델 개발을 선도하며 ‘갤럭시 성공신화’를 이끌어 온 인물”이라며 “폭넓은 안목과 식견을 갖춰 무선사업에서 제 2의 도약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사업에서 애플 아이폰과 중국업체의 스마트폰 사이에 끼어 고전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런 상황에서 기술전문가인 고 사장에게 중책을 맡겨 기술을 앞세워 스마트폰 사업이 처한 난국을 타개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신종균 사장도 삼성전자에서 대표적인 ‘개발통’으로 불리며 갤럭시 시리즈로 스마트폰 사업의 단초를 쌓은 인물이다. 이 부회장은 이번에도 고 사장을 선임하며 무선사업부에 기술 전문가를 수장으로 임명한다는 전통을 이어갔다.
정칠희 삼성전자 부사장도 사장으로 승진하며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겸임하던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장 자리에 올랐다.
삼성그룹 측은 “정 사장은 삼성전자의 핵심사업인 반도체에서 LSI개발실장, 플래시개발실장, 반도체연구소장 등을 거친 ‘반도체 신화 창조’의 주역”이라며 “그룹의 대표적인 ‘기술통’으로 기술삼성의 입지를 다지는 데 기여했다”고 밝혔다.
삼성그룹은 정 사장 취임을 계기로 종합기술원을 부품과 소재 등 미래 신기술 분야에서 연구개발의 중심으로 키우기로 방침을 정했다.
홍원표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실장이 삼성SDS의 솔루션사업부문 사장으로 이동하며 삼성그룹이 성장동력으로 삼는 보안서비스와 사물인터넷 분야의 중심에 선 것도 기술 중심주의와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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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동진 삼성전자 신임 무선사업본부장(왼쪽)와 정칠희 삼성전자 신임 종합기술원장. |
홍 사장은 KT 휴대인터넷사업본부장과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 미디어솔루션센터장 등을 거치며 솔루션사업에 대한 경험과 견문을 갖춘 기술인력으로 평가받는다.
전동수 삼성SDS 사장이 완제품과 부품사업에 경험과 이해를 쌓아 왔다는 점을 인정받아 삼성전자로 복귀해 의료기기사업부장 자리를 맡은 점도 같은 맥락이다.
삼성그룹 측은 “기술적 노하우와 풍부한 경험을 갖춘 사장단을 주요사업에 전략적으로 전진배치했다”며 “기술에 대한 안목을 갖춘 경영자를 우대하는 삼성그룹의 인사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세계시장에서 경쟁이 심화되고 수요가 감소하며 전자 계열사의 업황이 악화되고 있는 만큼 이번 사장단 인사로 주력사업에서 기술적 역량을 앞세워 위기를 돌파하는 전략을 이어가려는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