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가 CJ대한통운과 협업을 통해 네이버쇼핑에 중소상공인을 더 많이 끌어 모을 기반을 갖추게 됐다.
중소상공인들이 가장 어려움을 겪는 빠르고 편리한 배송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27일 네이버에 따르면 네이버쇼핑에 입점한 일부 기업에만 적용되던 CJ대한통운의 e-풀필먼트서비스 대행범위를 다른 사업자들로 넓히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e-풀필먼트는 전자상거래와 관련해 상품 재고를 물류센터에 미리 들여놓은 다음 고객 주문부터 배송, 반품, 교환까지 처리하는 물류관리시스템을 말한다.
CJ대한통운의 탄탄한 물류인프라를 활용해 물품을 빠르게 배송하면서 반품 등의 절차도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현재는 네이버 브랜드스토어(대기업 중심)에 입점한 LG생활건강, 라이언코리아, 생활공작소, 애경 등 4곳에서만 CJ대한통운의 e-풀필먼트가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네이버와 CJ대한통운이 주식 맞교환을 통한 협업 강화를 결정하면서 중소상공인 중심의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사업자 36만여 곳도 e-풀필먼트를 이용할 길이 열렸다.
지금까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사업자들은 여러 택배사들과 각자 계약하는 형태로 물품을 배송해 왔다.
이 때문에 사업자들은 물품 배송에 필요한 비용을 개별적으로 부담해야 했다. 네이버쇼핑 차원에서도 배송이나 교환·환불 지연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사업자들이 e-풀필먼트서비스를 선택하면 CJ대한통운의 물류센터에 물건을 미리 들여놓은 뒤 주문을 받으면 배송절차를 CJ대한통운에서 대행해 처리하게 된다.
사업자들이 물류창고나 배송서비스를 따로 알아보지 않아도 물품 입고부터 보관, 출고, 배송까지 ‘원스톱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셈이다.
네이버쇼핑에 입점한 사업자들이 쿠팡 등과 달리 ‘새벽배송’이나 ‘익일배송’ 등의 빠른 배송 서비스를 실행하기 힘들었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현재도 LG생활건강을 비롯해 e-풀필먼트를 이용하는 사업자들은 소비자의 주문을 받은 지 24시간 안에 물품을 배송하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네이버쇼핑 입점 사업자들은 소정의 풀필먼트 수수료만 내면 CJ대한통운의 거대한 물류인프라를 공유할 수 있는 이점이 생겼다”며 “네이버도 빠른 배송을 이점으로 더욱 많은 입점 사업자를 유치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네이버 관계자도 “네이버 브랜드스토어와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사업자들이 CJ대한통운의 e-풀필먼트서비스를 선택하면 빠른 배송이 가능해진다”며 “이 서비스의 적용범위 확대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이전부터 네이버쇼핑 입점 사업자들을 위한 물류서비스 확대에 힘써왔다.
네이버는 한 대표가 취임한 2017년부터 메쉬코리아, 우아한형제들, 위킵, 두손컴퍼니, 신상마켓, 아워박스 등 배송·배달과 관련된 회사들에 적극 투자해 왔다.
한 대표가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다양한 물품의 배송 관련 필요성이 네이버쇼핑 안에서 잘 대응될 수 있도록 여러 브랜드사나 물류업체와 협력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 대표가 물류인프라 제공에 공을 들이는 배경에는 검색뿐 아니라 온라인쇼핑에서도 네이버를 국내 최고의 중개 플랫폼 사업자로 만들겠다는 목표가 깔려있다.
그는 연초 콘퍼런스콜에서 “네이버가 궁극적으로 모든 온라인쇼핑의 시작점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네이버쇼핑은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중소상공인을 바탕으로 온라인 쇼핑중개 플랫폼시장에서 몸집을 빠르게 불려가고 있다.
2020년 상반기에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새로 입점한 사업자 수는 3만3천 곳으로 집계돼 2019년 같은 기간보다 61% 늘어났다.
네이버쇼핑 거래액도 2019년 한 해 기준으로 20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됐다. 이 추정치는 국내 전자상거래사업자들 가운데 가장 많은 수준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