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이 2021년에는 숙원인 중간지주사 전환을 실행에 옮길까?
SK텔레콤 중간지주사 전환의 핵심 열쇠로 꼽혀온 SK하이닉스가 최근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를 발표하는 등 큰 변화를 준비하면서 박 사장은 지배구조 개편을 서두를 이유가 더해졌다는 시선이 나온다.
SK텔레콤은 올해 하반기 자사주 매입, 자회사 기업공개(IPO), 모빌리티사업 분사를 추진하면서 중간지주사 전환을 위한 사전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는 점도 이런 시각에 힘을 보탠다.
22일 증권가 분석을 종합하면 SK하이닉스는 인텔 낸드사업 인수가 실질적으로 진행되는 2021년 말 이후 기업가치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SK하이닉스의 기업가치가 증대하면 SK텔레콤이 중간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는 데도 부담이 커진다.
이에 따라 박 사장은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사업 인수효과를 본격화하기 전에 지배구조 개편작업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지주회사가 상장 손·자회사 지분을 30% 이상 보유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SK텔레콤은 2020년 6월30일 기준 SK하이닉스 지분 20.07%를 들고 있다. SK텔레콤이 중간지주사로 전환을 추진하려면 우선 SK하이닉스 지분 10%가량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21일 기준 SK하이닉스 주가인 8만3800원으로 계산해도 SK텔레콤은 SK하이닉스 지분 10%가량을 매입하는 데 6조 원이 넘는 자금이 필요하다. 2020년 반기보고서 기준 SK텔레콤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1조4969억 원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만만치 않은 금액이다.
이런 현실적 문제 외에도 그룹의 경영전략 면에서도 박 사장이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를 낼 이유는 많다.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 각 계열사의 개별 사업을 성장시켜야한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SK텔레콤은 최근 원스토어, ADT캡스, 11번가, SK브로드밴드, 웨이브 등 미디어, 보안, 커머스사업 자회사들의 기업공개 추진의 첫 발을 뗀 데 이어 모빌리티사업 분사를 발표하면서 비통신사업들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겠다는 계획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SK텔레콤이 통신사업회사와 지주회사로 분할한 뒤 지주회사가 SK브로드밴드, SK하이닉스 등 SK그룹의 ICT계열사들을 아우르는 ICT지주사가 되면 이동통신을 넘어 종합 ICT기업으로 전환에 큰 계단을 오르는 것이 된다.
SK하이닉스의 반도체사업을 더 크게 키우기 위해서도 중간지주사 전환은 여전히 중요한 선결과제다.
SK하이닉스는 현재 SK의 손자회사라서 공정거래법상 다른 회사를 인수하려면 그 회사 주식 100%를 소유해야 한다. 이는 SK하이닉스가 사업을 키우는 데 제약으로 작용해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번 인텔 낸드사업 인수로 SK그룹의 핵심사업으로 반도체를 키우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사업 인수나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 전환 등이 모두 개별 계열사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이라기보다 SK그룹 차원의 행보라는 점에서도 SK그룹이 이미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한 로드맵을 구상해뒀을 것이라는 시각에 힘이 실린다.
이 때문에 21일부터 23일까지 제주도 디아넥스호텔에서 진행하고 있는 올해 SK그룹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서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한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SK그룹은 해마다 10월 최태원 회장을 비롯한 그룹 임원과 주요 계열사 대표 등이 참석해 다음해의 경영전략을 논의하는 CEO 세미나를 연다.
올해는 SK하이닉스의 ‘10조 원’ 빅딜이 발표된 직후에 열린 만큼 이와 관련한 그룹 경영진의 구상과 전략 등이 논의될 것이라는 시선이 나오는데 SK텔레콤을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 개편 문제는 이와 밀접하게 연결된 이슈다.
박정호 사장은 앞서 2018년 10월 CEO 세미나에서 “자회사 SK하이닉스 지분율을 높이고 뉴 ICT 사업을 이동통신사업과 대등하게 배치해 중간지주사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박 사장은 2017년 SK텔레콤 대표에 오를 때부터 중간지주사 전환에 관한 강한 의지를 보여왔다. 애초 최 회장이 박 사장을 SK텔레콤 대표에 앉힌 것도 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역할을 맡기기 위한 것도 염두에 뒀다고 풀이됐다.
최 회장은 2016년 10월 그룹 CEO 세미나에서 “일부 계열사들은 중간지주회사 전환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지시했고 그 해 12월 박 사장을 SK텔레콤 대표이사로 보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