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한수원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감사원의 ‘한국수력원자력의 월성원전 1호기 조기폐쇄 결정의 타당성 및 이사회 이사들의 배임행위’ 감사결과에서 한수원과 관련한 처분이 낮은 단계에 그침에 따라 정 사장이 정부 정책에 발맞춰 추진하는 사업들을 차질없이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 사장은 이번 감사원 감사로 정부의 탈원전정책에 앞장서 월성원전 1호기 조기폐쇄를 부당하게 추진했다는 멍에를 일단 벗게 됐다.
감사원은 월성원전 1호기 조기폐쇄 결정을 위한 경제성 평가 과정에서 정 사장이 폐쇄시기에 관한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도록 지시하지 않았다고만 지적했다.
감사원은 정 사장에게 “앞으로 원자력발전소의 폐쇄 여부 및 폐쇄시기 등을 결정하기 위해 외부기관의 경제성 평가 등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부적정한 의견을 제시해 경제성 평가의 신뢰성을 저해하고 이사회의 합리적 의사결정에 지장을 초래하는 일이 없도록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여야 한다”고 주의를 요구하는 데 그쳤다.
게다가 월성원전 1호기 조기폐쇄 결정에 참여한 한수원 이사진들도 업무상 배임죄 혐의를 벗으면서 정 사장의 부담은 한층 가벼워졌다.
이에 따라 정 사장이 그동안 정부의 탈원전정책에 맞춰 한수원의 원자력발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진행했던 신재생에너지발전 투자와 원전해체사업은 한층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 사장은 1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공기업은 정부 정책에 협조해야 하는 기본적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 사장은 이번 감사원 감사와 같은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 원전 경제성 평가지침을 더욱 촘촘하게 보완해야 하는 숙제를 풀어야 한다.
감사원은 한수원이 신규 원전과 관련해 경제성 평가지침을 마련하고 있지만 월성원전 1호기와 같이 원전의 계속가동을 판단할 때 필요한 경제성 평가지침은 없다고 지적했다.
원전의 계속 가동 여부를 판단할 때 판매단가, 원전 이용률, 인건비, 수선비 등 입력변수를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따라 결과에 큰 차이가 발생한다.
이번 감사에서도 관련 규정이 구체적으로 마련되지 않아 월성원전 1호기의 경제성을 판단한 회계법인에서 원전 이용률과 판매단가를 자의적으로 결정한 점이 지적을 받았다.
감사원은 월성원전 1호기의 경제성을 평가한 회계법인에서 원전 이용률을 산정할 때 ‘낙관(80%)’, ‘중립(60%)’, ‘비관(40%)’ 시나리오 가운데 중립적 이용률을 선택한 것은 불합리하지 않다고 보았다.
하지만 한수원과 산업통상자원부에서 회계법인에게 원전 이용률 산정에 필요한 판매단가를 원전 이용률이 높을 때 수치로 사용하도록 요구해 일관성이 지켜지지 않아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낮게 나오게 됐다고 판단했다.
현재 국내에서 가동되고 있는 원전 24기 가운데 10기가 앞으로 10년 안에 설계수명이 끝나기 때문에 월성원전 1호기와 같은 논란이 재현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이에 따라 원전 계속 가동과 관련된 경제성 평가에서 합리적 평가기준을 설정해 경제성 평가결과의 신뢰성과 객관성을 높일 수 있는 관련 지침을 시급히 마련할 필요성이 높다.
한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원칙적으로 수용한다”며 “감사원에서 지적한 원전 계속 운전 등과 관련한 경제성 평가 관련 지침 마련을 놓고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 부처와 협의 및 검토를 통해 성실히 후속조치를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20일 경주 월성원전 1호기를 놓고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됐다는 감사결과를 내놨다. 다만 월성원전 1호기 조기폐쇄 결정의 타당성을 두고는 감사범위에 속하지 않는다며 판단을 내놓지 않았다.
국회는 지난해 9월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과 관련한 타당성 여부를 감사해줄 것을 감사원에 요구했다. 한수원 이사회가 발전소의 폐쇄를 결정하기 위해 경제성 평가수치를 의도적으로 낮췄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월성 1호기의 설계수명은 2012년까지였으나 개보수 작업을 거치면서 수명이 2022년까지 연장됐다. 하지만 한수원 이사회는 2018년 6월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이 없다며 조기폐쇄를 결정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