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조선3사에 따르면 다가올 환경규제에 대응해 2025년까지 각 조선사가 개발한 암모니아추진선을 상용화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는 선박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08년보다 2025년 30%, 2030년 40%, 2050년 70% 감축하는 규제를 시행하는데 조선3사의 목표는 이 가운데 2030년의 규제에 대응하는 것이다.
2025년의 감축기준인 30%는 LNG(액화천연가스)추진선에 각종 연료절감장치(ESD)와 오염물질 저감장치를 더해 대응할 수 있지만 2030년의 40% 감축 규제는 LNG추진선으로 대응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암모니아는 연소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전혀 발생하지 않아 조선업계와 해운업계가 꿈꾸는 무탄소선박을 실현하기 위한 최적의 선박연료로 각광받고 있다. 이에 조선3사는 미래 선박시장을 선점한다는 차원에서 암모니아추진선을 개발하고 있다.
영국 선급협회 로이드레지스터(Lloyd Register)와 독일 선박엔진 제조회사 만에너지솔루션(MAN Energy Solutions)이 조선3사의 암모니아추진선 개발 프로젝트에 모두 참여하고 있다는 점은 암모니아추진선의 밝은 미래를 확신하게 하는 근거다.
최근 조선3사의 암모니아추진선 상용화시점이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유럽에서 국제해사기구의 규제 시행계획보다 빠르게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를 시행하는 것이 확정됐기 때문이다.
앞서 9월16일 유럽연합 의회에서 유럽연합 가입국가의 해역에서는 2022년부터 선박의 탄소배출량을 2008년보다 40% 줄이는 규제를 발효하는 안건이 통과됐다.
국제해사기구의 환경규제는 각 나라 정부에 규제를 맡기는 자율규제의 형식으로 작동한다. 그런데 국제해사기구가 2030년의 감축 기준으로 설정한 가이드라인을 유럽연합이 한 발 앞서 2022년부터 규제하는 것이다.
규제 이행을 촉진하기 위한 방법도 준비됐다. 유럽연합 의회는 9월16일 해운업을 탄소배출권 거래 체계(ETS)에 포함하는 안건도 함께 통과시켰다.
이 안건 승인으로 이산화탄소 감축 기준인 40%보다 더 감축한 선주사들은 추가 감축분을 탄소배출권의 형태로 판매할 수 있게 된다.
국내 조선업계는 이를 잠재적 사업기회로 해석한다.
한 조선사 관계자는 “유럽의 유력 선주사들 가운데 탄소배출권 거래를 통해 이익을 내려는 선주사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이들은 선대를 교체할 시점에 맞춰 친환경 연료추진선의 발주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 의회는 2023년 50억 달러 규모의 친환경선박 펀드를 조성해 선주사들의 친환경선박 확보를 지원하는 안건도 함께 통과시켰다.
미래 환경규제의 가장 유력한 대응책으로 암모니아추진선이 주목받는 가운데 선주사들을 지원할 대책도 마련된 만큼 이제 유럽 선주사들은 조선3사의 암모니아추진선 상용화를 반길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이런 움직임이 유럽을 넘어 글로벌 선박시장 전체로 퍼질 가능성도 있다.
선박의 탄소배출권 거래 활성화가 선주사들의 규제 이행을 촉진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은 국제해사기구가 처음 탄소배출량 감축규제를 논의하던 2010년대 중반부터 제기돼왔다.
유럽연합이 먼저 나선 것으로 국제해사기구도 선박 탄소배출권 거래를 적극적으로 도입할 명분이 생긴 셈이다.
이에 앞서 7월 한국조선해양은 자회사 현대미포조선을 통해 암모니아추진 MR탱커(순수 화물적재톤수 5만 DWT 안팎의 액체화물운반선)의 개발을 마치고 로이드선급의 기본인증(AIP)을 받았다.
선급의 기본인증은 조선사가 새롭게 개발한 선박의 수주영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승인이다.
삼성중공업은 9월 암모니아추진 아프라막스급 액체화물운반선(운임 효율이 가장 좋다고 알려진 8만~12만 DWT 크기의 액체화물운반선)의 기본인증을 로이드선급에서 받았다.
대우조선해양도 8일 암모니아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개발을 마치고 로이드선급의 기본인증을 받아 암모니아추진선 건조가 가능한 조선사 대열에 합류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LNG추진선의 시대도 아직 본격화하지 않았지만 선박시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조선3사가 아직 단일 선박에만 암모니아 추진체계를 적용해 선급의 인증을 받은 만큼 다른 선박에도 암모니아 추진체계를 적용하기 위한 연구개발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