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세 자녀가 각각 바이오, 반도체, 에너지부문 계열사에서 일하면서 이들의 향후 행보에 시선이 몰린다.
재계는 SK그룹의 오너3세들이 자발적으로 입사한 데다 삼남매가 서로 역할을 나누기라도 하듯이 SK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사업들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주목하고 있다.
23일 SK그룹에 따르면 최근
최태원 회장의 아들 최인근씨가 21일 SKE&S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오리엔테이션을 듣고 있다.
SKE&S는 최근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와 에너지솔루션부문에 투자를 확대하며 친환경에너지 관련 사업을 키우고 있다.
SKE&S는 지주회사 SK의 알짜 자회사지만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와 같은 그룹의 주력 계열사라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에너지시장이 석탄, 원전에서 신재생, 친환경으로 전환되고 있는 점을 생각하면 SK그룹의 핵심사업인 에너지분야에서 역할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SKE&S는 SK실트론, SK팜테코 등과 함께 기업공개(IPO)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기도 하다.
최 회장의 절대적 신임을 받는다고 알려진
유정준 사장이 대표를 맡고 있는 점에서도 그룹에서의 무게감을 확인할 수 있다.
유정준 SKE&S 사장은 2003년 SK그룹의 분식회계 사건과 소버린의 경영권 분쟁 당시 SK의 최고재무책임자(CFO)였는데 소버린과 대화창구 역할을 하는 동시에 채권단과 출자전환 협상을 매끄럽게 마무리하면서 그룹의 핵심인사로 부상했다.
SK그룹의 해외사업과 에너지사업을 이끌면서 SK그룹의 미래를 이끌 대표적 인물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기도 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최인근씨가 주력 계열사가 아닌 SKE&S에 입사한 이유를 짐작해 볼 수 있다.
SKE&S에 따르면 최인근씨가 입사한 전략기획팀은 부서 이름 그대로 미래 에너지 발굴 등을 비롯한 회사의 사업전략과 기획, 예산, 전사 사업지원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다.
최인근씨에 앞서
최태원 회장의 큰 딸인 최윤정씨는 2017년 SK바이오팜에 입사했다.
최윤정씨는 2017년 SK바이오팜 경영전략실 선임매니저로 그룹 사업에 발을 들였다.
SK바이오팜 경영전략실은 기업의 성장전략을 세우고 신약개발 포트폴리오와 성과를 관리하는 부서다.
SK바이오팜도 당시 상장도 하지 않은 계열사였다.
다만 바이오사업 역시 최 회장의 아버지인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 때부터 멀리 미래를 보고 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투자해온 분야다.
SK바이오팜은 올해 7월 상장했는데 상장 초반 주가가 연일 오르며 한 때 시가총액이 SK텔레콤을 넘어서기도 했다.
SK바이오팜은 현재 국내에서 유일하게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시판허가를 받은 뇌전증 치료제와 수면장애 치료제 2종의 혁신신약을 보유하고 있다.
▲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큰 딸 최윤정(왼쪽)씨와 둘째 최민정씨. |
최윤정씨는 현재 회사를 잠시 휴직하고 있지만 최근 SK바이오팜 상장식에 참석해 주목을 받았다.
최윤정씨는 2019년 9월부터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에서 바이오인포매틱스(생명정보학) 석사 과정을 이수하고 있다. 바이오인포매틱스는 유전자 정보 등 바이오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신약 개발 등을 지원하는 기술이다.
최윤정씨는 학부 때부터 바이오분야를 전공한 재원이다. 미국 시카고대에서 생물학을 전공한 뒤 같은 대학 뇌과학연구소에서 2년 동안 연구원으로 일했고 바이오 관련 실무 경험을 쌓기 위해 하버드대 물리화학연구소와 국내 제약사 등에서 인턴으로 일하기도 했다.
최 회장의 둘째 딸 최민정씨가 근무하고 있는 SK하이닉스는 최근 인공지능전문 자회사 ‘가우스랩스’ 등을 출범하며 사업 혁신에 힘을 싣고 있다.
최민정씨는 2019년 SK하이닉스 대외협력총괄 산하 인트라(INTRA)에 대리로 입사했다. 미국 워싱턴DC에 사무소가 있는 인트라는 SK하이닉스의 국제통상과 정책대응 업무를 담당한다.
최민정씨는 2019년 10월부터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전략국제연구센터 방문연구원 일을 겸임하고 있기도 하다.
최민정씨는 중국 베이징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해 졸업한 뒤 해군에 장교로 입대해 청해부대와 서해2함대에서 근무하면서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
대기업 오너의 자녀들은 대부분 사업규모가 큰 주력 계열사에서 그룹의 전반적 사정을 익히며 경영수업을 받는 사례가 많다.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은 삼성전자 총무팀에 입사했고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 역시 현대모비스에서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SK그룹 삼남매가 이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SK그룹 주력기업에서 출발하기보다 미래 먹거리사업분야 계열사에 평사원, 대리급으로 입사해 배움의 과정을 밟고 있다는 점이다.
최 회장은 21일 SK 채용 유튜브 영상에 직접 출연해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생각지도 못한 거대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며 “끊임없이 학습하기 바란다”고 배워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