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삼성생명에 따르면 최근 금융감독원에 ‘빅데이터 자문 및 판매 서비스 부수업무‘ 자격을 신청해 이르면 18일 자격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부수업무 자격을 얻으면 데이터 결합 전문 지원기관으로 지정된 신용정보원 및 금융보안원 등과 협력해 고객의 신용정보와 외부 데이터를 가명정보·익명정보·통계정보등 비식별정보 형태로 판매할 수 있게 된다.
삼성생명이 빅데이터 자문 및 판매서비스 부수업무 자격을 얻게 되면 생명보험업계에서 처음이다. 보험업권 전체로 보면 KB손해보험에 이어 두 번째다.
전영묵 사장은 데이터 분석기술을 활용한 신사업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마이데이터사업 시행 등으로 데이터 관련 사업이 문을 연 만큼 이 시장을 선점하려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삼성화재, 한화생명 등 다른 대형보험사들도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을 위해 빅데이터 관련 사업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도 자격 신청을 독려하고 있는 만큼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생명은 고객 건강정보를 기반으로 종합 건강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헬스케어사업을 강화하고 흩어진 고객 금융거래 정보 등을 일괄수집해 제공하는 마이데이터사업 등을 추진할 방침을 세웠다.
헬스케어서비스 강화와 연계한 빅데이터 활용도 높일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의 요구를 파악하고 맞춤형 상품을 설계할 수 있게 되고 데이터 분석을 통해 연령별 건강 리스크도 찾아낼 수 있는 만큼 보험료율 산출도 손쉬워진다.
국내에서는 마이데이터사업 시행 등으로 최근에 들어서야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방안과 관련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해외 보험사들은 이미 1990년대부터 상품개발과 고객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
삼성생명의 데이터가 가공돼 시장에 나온다면 수요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모수가 많을수록 데이터 분석의 신뢰도가 높아진다는 점에서 가입자가 많고 장시간 경험이 축적된 삼성생명의 데이터는 많은 상황을 분석하고 예측하는 데 유용하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은 국내 생명보험 업계 1위인만큼 다양한 고객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대형 생명보험사 3곳이 상반기 수입보험료 기준 전체 생명보험사의 47%가량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삼성생명의 비중이 22.4%에 이른다.
전 사장이 데이터 사업에 속도를 내려는 데에는 축적된 대량의 데이터가 그 자체로 강력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각종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면서 세계 사용자들의 행동패턴을 광범위하게 수집하고 있다.
다만 삼성생명을 비롯해 보험업계가 고객 데이터를 모으는 데 유리한 환경에 있지만 디지털시대에 고객과 접점을 만드는 노력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지적은 전 사장 역시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모바일앱시장 분석서비스업체인 ‘앱에이프’의 금융권역별 앱 활성사용자 현황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삼성생명의 앱 활성 이용자 수는 20만 명으로 생명보험업계에서 가장 많았다. 하지만 손해보험업사 상위 다섯 곳보다는 모두 적었다. 삼성화재는 50만 명, 현대해상 34만 명, DB손해보험 32만 명, 메리츠화재 25만 명, KB손해보험 23만 명 등이다.
다른 금융업권은 삼성페이가 750만 명, 토스가 675만 명, 카카오뱅크가 577만 명으로 많았다. 은행은 신한은행이 408만 명, NH농협은행 375만 명, KB국민은행 314만 명 등이다. 카드는 신한카드가 402만 명, 삼성카드가 221만 명, 현대카드가 202만 명 순이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