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증권 인수후보들이 제시한 인수가격이 산업은행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대우증권 인수전에 참여한 기업들이 써낸 예비입찰가는 2조원이 채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금융지주와 미래에셋증권, 한국금융지주 등 대우증권 인수전의 본입찰 적격자로 선정된 인수후보들은 2조 원을 밑도는 예비입찰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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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성국 KDB대우증권 사장. |
본입찰에서 최종적인 인수가격이 결정되지만 예비입찰에서 제시한 가격이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어 대우증권의 몸값은 예상보다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우증권 매각가는 당초 2조~2조5천억 원으로 예상됐다. 인수후보 간 경쟁이 가열될 경우 최고 3조 원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대우증권 인수가로 한국금융지주 1조9천억 원, 미래에셋증권 1조8천억 원, KB금융지주 1조6천억 원 수준을 제시했다.
대우증권의 매각대상인 주식 1억4048만1383주(보통주 기준 43%)의 장부가 기준 가격이 1조7758억 원인 점을 감안하면 인수후보들은 장부가 수준의 가격을 제시한 셈이다.
대우증권과 패키지로 매각되는 산은자산운용의 777만8956주의 장부가가 640억 원 정도인 점을 감안해 이를 합치더라도 전체 인수가격은 2조 원을 넘지 않게 된다.
대우증권의 몸값이 당초 예상보다 낮아진 데는 현대증권의 매각 불발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현대증권 매각이 불발되면서 다시 인수합병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는데 대우증권 인수후보들 입장에서 선택지가 많아지면서 대우증권 인수가에 무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탐을 낼만한 두 증권사가 나란히 시장에 나와 있는데 인수후보들이 한쪽 가격만 높게 부르고 싶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반영한 대우증권의 적정 인수가격으로 2조5천억 원 안팎을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미치지 못할 경우 산업은행이 대우증권 매각을 연기할 수 있다는 말도 나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장부가 기준으로 가격을 제시한 인수후보자들이 가격을 더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산업은행이 2조 원 아래 가격으로 대우증권을 매각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할 경우 이번에 매각이 무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위원회를 비롯해 금융당국이 산업은행이 보유한 자회사 정리에 대한 의지가 강한 만큼 산업은행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해도 대우증권 매각이 진행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