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미국에서 진행하는 전기차배터리 특허 침해소송과 관련해 SK이노베이션의 제재를 요청한 것은 협상카드가 아니다는 태도를 보였다.
LG화학은 4일 입장문을 내고 “SK이노베이션이 영업비밀 침해소송에 이어 특허 침해소송에서도 고의적으로 증거를 인멸한 정황이 나와 제재를 요청한 것”이라며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압박용 카드라거나 여론을 오도하기 위한 것이라는 SK이노베이션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왼쪽),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총괄사장.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2019년 9월 소송을 제기한 앞뒤로 범행 의도를 가지고 핵심 증거들을 인멸하는 행위를 지속해온 정황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LG화학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특허 침해소송을 시작한 뒤 2개월이 지난 2019년 11월까지도 컴퓨터 휴지통의 30일 자동삭제 프로그램을 멈추지 않았으며 이 때문에 수천 개의 파일이 훼손됐다.
이 과정에서 SK이노베이션이 침해당했다고 주장한 배터리 기술특허 994(994특허)가 LG화학의 선행 배터리기술인 ‘A7배터리’임을 입증할 수 있는 프레젠테이션 파일이 삭제됐다.
이 프레젠테이션 파일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조사단의 디지털 복원조사(포렌식)를 통해 복원됐는데 SK이노베이션이 복원된 파일을 국제무역위원회에 제출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밝혀졌다고 LG화학은 주장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3월 국제무역위원회 행정판사로부터 소송 관련 문서의 제출을 명령받은 뒤에도 LG화학의 선행기술 관련 문서와 이메일을 삭제하는 등 국제무역위원회의 명령을 위반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LG화학은 입장문에서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의 특허를 침해한 것이 아니라 SK이노베이션의 994특허가 LG화학의 선행기술을 모방한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국제무역위원회에 제출한 문서들 가운데 994특허를 출원했던 2015년 6월보다 앞선 2015년 3월에 LG화학의 A7배터리 관련 기술을 토대로 작성된 파일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LG화학은 “일반적으로 모방한 기술을 특허로 출원한 것이 밝혀지면 해당 특허는 무효화된다”며 “SK이노베이션이 훔친 기술로 미국 공장을 가동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은 행위로 특허 침해를 주장하는 것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LG화학은 “남의 기술을 들고 간 데 이어 이를 특허로 등록하고 역으로 침해소송까지 제기한 뒤 이를 감추기 위한 증거인멸의 정황도 나온 것”이라며 “사안의 심각성과 정확한 사실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입장문을 낸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입장문과 관련된 특허 침해소송은 LG화학이 지난해 4월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국제무역위원회에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소송과 별개의 건이다.
영업비밀 침해소송과 관련해서는 10월 최종 판결이 나온다. 특허 침해소송은 코로나19 탓에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다.
이에 앞서 8월28일 LG화학은 국제무역위원회에 SK이노베이션이 특허 침해소송과 관련해 자행한 증거인멸행위를 제재해 달라는 요청서를 보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