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중앙회가 '힘있는' 차기 회장후보를 찾는 데 애를 먹고 있다.
김종욱 전 SBI저축은행 부회장은 민간 출신으로 저축은행중앙회장에 도전했지만 쓴잔을 마셨다.
저축은행들이 직면하고 있는 상황들이 어렵자 힘있는 회장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여 차기 저축은행중앙회장도 관료 출신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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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규연 저축은행중앙회장. |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저축은행중앙회는 차기 회장 후보공모 절차를 조만간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저축은행중앙회는 13일로 예정했던 회원총회도 연기했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최근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열어 김종욱 전 SBI저축은행 부회장의 회장후보 추천 안건을 부결했다. 김 전 부회장은 회장 후보공모에 단독으로 참여했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회장후보추천위원회 위원들은 김 전 부회장에 대해 저축은행업계 전체를 아우르기에 적합한 인사가 아니라고 판단해 이번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저축은행들은 저축은행 고금리 영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정치권에서 나타나는 등 상황이 어려운 현실을 감안해 좀더 ‘힘있는’ 회장을 찾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저축은행에 대한 광고규제를 강화하고 대출금리를 인하하라고 요청하고 있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9월 국정감사에서 “저축은행 경영진에 고금리 대출을 자제하도록 부탁했다”며 “금감원도 금리가 공정하게 책정됐는지 계속 점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민간 출신이 저축은행중앙회장을 맡는다면 금융당국과 소통할 때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큰 것이 사실”이라며 “저축은행에 대한 규제 강화 요구를 감안해 관료 출신을 선출해 원활하게 소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역대 저축은행중앙회장들도 경제부처와 금융당국 고위관료 출신들로 채워졌다. 최병일 전 회장과 이상훈 전 회장을 제외한 회장들은 모두 관료 출신이다. 최규연 현 회장도 조달청장을 역임했다.
하지만 관료 출신이 ‘관피아’ 논란에 부담을 느껴 저축은행중앙회장 후보공모에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저축은행중앙회가 다음 회장 후보공모에서 지원자를 찾지 못한다면 회장 자리를 한동안 비워둘 가능성이 크다. 최 회장은 12월6일까지 임기를 수행한다.
저축은행중앙회장 자리는 1997년 이후 전체 4번의 공석 사태에 휘말렸다. 최 회장도 2012년 세 차례나 후보 공모를 다시 진행한 끝에 추대됐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