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월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삼성그룹이 끝을 모를 사법 리스크에 짓눌리게 됐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 이어 경영권 승계 관련 재판을 새로 시작한다.
국정농단 재판은 3년이 넘게 끝나지 않고 있다. 이번 경영권 승계 재판 역시 사안의 복잡성과 중요성을 고려하면 단기간에 끝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1일 검찰은 1년9개월간 이어온 삼성 경영권 승계 관련 수사를 마무리하고 이 부회장 등 삼성그룹 전현직 경영진 11명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외부 인사로 구성된 수사심의위원회가 10 대 3의 큰 차이로 이 부회장의 불기소와 수사중단을 권고했음에도 이 부회장의 기소를 결정했다.
검찰이 이 부회장에게 적용한 혐의는 부정거래,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이다. 이 가운데 업무상 배임은 검찰이 6월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는 적용하지 않았던 혐의다.
수사심의위원회 이후 검찰은 외부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수사내용과 법리를 전면 재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인사를 통해 수사팀 핵심인 김영철 의정부지검 형사4부장을 특별공판2팀장으로 배치하는 등 재판을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만큼 기소에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여겨진다.
기소유예나 불기소를 기대하던 삼성그룹으로서는 바라지 않던 결과다. 그룹 총수가 새로운 재판에 휘말려 상당기간 정상적 경영활동이 어렵게 됐다.
재계에서는 삼성그룹이 당연히 모든 역량을 재판에 쏟을 것이라고 본다. 이 부회장 등 기소된 11명은 물론 그룹의 핵심 인력들이 재판에 매달리게 되면 경영성과는 크게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검찰의 수사기록만 해도 10만 장, 400권 분량으로 방대한데다 검찰과 삼성 양쪽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재판은 장기화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1심은 물론 항소와 상고 절차를 고려하면 최대 4~5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이미 삼성그룹의 사법리스크는 사상 최장기 수준으로 길어지고 있다. 2016년 11월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이후부터 이미 4년 가까이 수사와 재판을 겪는 중이다.
삼성그룹은 전 총수인 이건희 회장 시절에도 삼성 비자금사건으로 진통을 겪었다.
당시 사건은 2007년 10월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로 시작돼 특검을 거쳐 이 회장이 퇴진했다가 2010년 3월 경영복귀하면서 끝났다. 삼성그룹이 리스크에 노출된 기간은 2년 반 정도로 지금 상황과 비교하면 훨씬 짧다.
이 부회장은 현재 상황으로는 50대 초중반을 내내 사법리스크를 짊어지고 통과해야 할 형편이다.
이 부회장은 이번 경영권 승계 재판이나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국정농단 뇌물죄 파기환송심 결과에 따라 자유롭게 경영에 임할 수 있는 시기가 더 멀어질 수도 있다.
이 부회장은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분야 1위를 목표로 ‘반도체비전 2030’을 추진하고 있다. 시스템반도체 분야 대규모 투자는 물론 인수합병(M&A) 등 비유기적 성장이 뒷받침돼야 달성 가능한 비전이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사법리스크가 지속되면 삼성그룹의 성장전략도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의 리더십이 위기 극복과 성장 기반 마련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김현석 삼성전자 CE부문 대표이사 사장은 7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문경영인으로는 불확실한 시대를 극복할 수 없다”며 “이 부회장이 큰 숲을 보고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