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주가는 올해 들어 여러 차례 상승세를 타는 듯했지만 얼마 가지 못해 상승분을 그대로 반납하는 등 제자리걸음하고 있다.
▲ 31일 KB금융지주 주가는 직전 거래일보다 3.03% 떨어진 3만6850원에 장을 마감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과 건전성 훼손 우려 등이 주가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는데 하반기도 호재가 눈에 띄지 않는 만큼 주가 반등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3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금융지주 주가는 3월19일 코로나19로 일제히 급락한 뒤 회복하기는 했지만 상승폭이 다른 업종에는 크게 못 미친다.
3월19일 이후 8월31일까지 종가 기준으로 신한금융지주 주가는 32.1%, KB금융지주 주가는 41.5% 올랐다.
금융주(은행주)는 대체로 배당주로 여겨지며 개인투자자들보다 외국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편이다. 제약바이오나 언택트 관련주로 쏠림현상이 워낙 두드러졌던 탓에 투자 매력도가 전보다 떨어진 측면도 있지만 은행주 주가 상승률은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 60%도 한참 밑도는 수준이다.
시가총액 순위도 대장주인 KB금융지주 순위가 코스피 전체에서 18위에 그친다.
문제는 하반기도 뚜렷하게 주가가 반등할 만한 요인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내 금융지주 주가가 다시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는 이유로 금리 반등이 어려워 순이자마진(NIM)이 추가 하락할 수 있다는 점이 꼽힌다.
코로나19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으면서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기준금리 동결 직후 연 기자간담회에서 “코로나19 재확산 정도가 확대돼 실물경기 충격이 상당히 커진다면 통화정책 운용도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금리인하로 대응할 여지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현행 기준금리는 역사상 최저치인 0.50%다.
금융지주 주가가 맥을 못추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코로나19가 길어지고 개인고객과 기업고객들이 줄줄이 대출상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이들에게 돈을 빌려줬던 은행이 손실을 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의 대출만기와 이자상환 유예시한을 올해 말까지 추가로 연장하는 조치를 내놨지만 은행권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이 더욱 확대됐다고 할 수 있다.
이자상환이 유예되면 은행으로선 기업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는지 파악하기가 더욱 쉽지 않아 리스크 관리가 어려워진다. 이자가 없어지는 것도 아닌 만큼 부실이 단순이 ‘이연’되는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주들이 나홀로 제자리걸음하고 있다보니 투자자들의 원성도 높다. 특히 다른 주식이 큰 폭으로 오르는 동안 금융주를 들고 있던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기회비용 손실을 성토하는 목소리도 높다.
그럼에도 금융지주 처지에선 주가를 부양할 마땅한 방안을 마련하기 어렵다. 주가가 실적이나 주주친화정책 등과도 무관한 흐름을 보이는 있는 탓이다. 실제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우리금융지주를 제외한 나머지 3곳은 2분기 코로나19 국면에서도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냈다.
은행주 부진은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다.
뉴욕증시 주요 지수들이 사상 최고치 기록을 다시 쓰고 있지만 은행주는 이런 흐름에서 벗어나 있다. 미국 금리도 사상 최저 수준까지 떨어져 은행들의 수익성이 악화된 데다 관광·숙박·요식업 등 오프라인 유통기업들의 줄도산 가능성이 제기됨에 따라 대출상환 어려움이 부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월가의 고통스러운 최근 거래는 은행 투자’라는 제목의 기사를 싣기도 했다.
구경회 SK증권 연구원은 “해외에서도 은행주는 시장에서 시장수익률을 하회하고 있어 국내 은행주만 강세로 돌아서기에는 상승 동력이 부족하다”며 “은행주뿐 아니라 글로벌 증시 전반적으로 성장주와 비교해 가치주의 부진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글로벌 주요국들의 잠재성장률 훼손 및 저물가 등으로 금리가 반등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국내 은행들의 순이자마진은 하반기에도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