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영 기자 kyyharry@businesspost.co.kr2020-08-25 16:5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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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공정위의 대응역량을 강화하는 데 힘쓰고 있다.
조성욱 위원장은 새로운 산업의 등장에 따라 공정위가 경험해 보지 못한 업무 분야가 늘고 있다는 점에서 경제분석 전문인력을 확대해 새로운 산업분야의 공정경쟁 심사를 뒷받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 조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25일 공정위에 따르면 경제분석과에 과장급 외부 경제 전문가를 영입하기 위한 공모절차를 준비하고 있다.
경제분석과는 법 위반행위가 시장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해 심사보고서를 위원회에 제공하는 부서로 급변하는 기업 경쟁환경에 맞춰 합리적 심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심사역량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기 위한 공모절차를 진행하는 등 박사급 전문인력 채용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위원장이 경제분석 역량 강화에 팔을 걷고 나선 것은 산업구조가 빠르게 바뀌며 공정위에도 경험해보지 못한 심사업무 비중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중개 플랫폼 기업결합 심사가 대표적이다.
공정위는 음식배달 중개 플랫폼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과 독일 기업 ‘딜리버리히어로’의 기업결합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음식배달 중개플랫폼이 비교적 신생 업종이라는 점에서 비교대상이나 기준이 될 만한 사례가 충분하지 않은 만큼 시장과 현황을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하다.
공정위의 심사능력을 둘러싼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도 조 위원장이 경제분석 역량을 강화에 힘을 쏟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보인다.
조 위원장은 24일 전원회의에서 한화그룹 총수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5년 넘게 조사를 이어왔음에도 계열사 일감을 비정상적 가격에 몰아줬다는 의혹과 관련한 결정적 증거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조 위원장이 '부당사익 편취' 혐의로 검찰에 '총수 고발' 조치를 내린 이해욱 대림그룹 회장 1심 공판에서는 공정위의 부실조사 가능성이 제시되기도 했다. 20일 증인으로 출석한 공정위 조사관이 일감 몰아주기 의혹 사건에 이 회장이 직접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기 때문이다.
이런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조 위원장은 외부 전문가의 수혈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조 위원장은 지난 21일 열린 한 심포지엄에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세계 경제가 새로운 산업구조로 급속하게 재편되는 가운데 기업들도 급변하는 경제환경 속에서 생존을 위해 다양한 사업 전략과 비즈니스모델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며 "이제는 공정거래 사건에 관련해 단순∙기계적 법 적용이 아니라 이론과 데이터에 기초한 엄밀한 경제분석을 통해 합리적이고 객관적 판단을 할 때”라고 경제분석 전문성 강화의 필요성을 짚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위는 경쟁법사건을 다루는 조직인데 사건은 행위 외면만을 보고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행위가 시장에 미치는 효과를 보고 결정해야 한다”며 “경제분석 전문가는 개량모형이나 경제 이론적 모델을 통해 사건에 관련한 정교한 분석이 가능하고 합리적이고 객관적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예영 기자]